등장하는 학교·기업·인물은 모두 허구입니다. 작중 ‘김치녀’ ‘수캐’ 같은 표현은 방송과 여론이 붙인 조롱이며, 소설은 그것을 비판적으로 다룹니다.
고려대 신소재공학과 신입생 한슬기.
전남 광양시 금호동. 집은 제철소 하청입니다. 아버지는 슬래그 분말을 쓸어 담습니다. 고온의 분진 속에서. 최저임금. 방진마스크는 회사가 주지만, 하루에 두 장입니다. 오후에는 마스크가 젖어서 숨이 안 쉽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오후에는 마스크를 벗습니다. 20년 동안 그랬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폐는 회색입니다.
슬기는 아버지의 폐 사진을 봤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그리고 그날 밤, 슬래그가 뭔지 검색했습니다.
“제철 공정 부산물. 규산칼슘, 마그네슘, 철. 재활용률 98%.”
그녀는 생각했습니다. 재활용률 98%인데, 왜 아버지는 저 2% 속에 있지.
연세대 화학공학과 신입생 오재현.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 집은 폐전선 고물상입니다. 재개발 구역. 철거 직전의 무허가 판자촌. 아버지는 온종일 전선을 깎습니다. 칼로 껍질을 벗기고, 구리를 뽑습니다. 하루에 40킬로그램.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여서 지문이 지워졌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휴대폰 잠금을 못 겁니다.
재현은 어릴 때 아버지 손을 봤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아빠, 지문 어디 갔어.”
아버지가 웃었습니다. “구리한테 줬지.”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과 신입생 배유진.
강원 춘천시 후평동. 집은 닭갈비 가공 공장입니다. 어머니는 도계 세척실에서 일합니다. 하루 12시간. 얼음물에 손을 담그고, 생닭 뼈와 지방을 추려냅니다. 손이 하얗게 불었습니다. 겨울에는 갈라집니다. 갈라진 틈으로 피가 나는데, 그 위에 닭이 지나갑니다.
유진은 어머니 손을 봤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엄마, 이거 안 아파.”
어머니가 대답했습니다. “아픈 줄 모르겠어. 익숙해져서.”
세 사람은 같은 해 SKYI에 참가했습니다.
무대는 잠실이었습니다. 심판석에는 서울대. 그리고 사회자가 말했습니다.
“이 방정식은 학과의 융합입니다. 그리고 융합은 생명의 탄생을 본뜹니다.”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사회자가 말을 이었습니다.
“이화여대가 두 남자 중 하나를 고릅니다. 그러면 그들은 실제로 짝이 됩니다. 호텔에서. 그리고 그 결과는 신산업입니다. 신산업은 회사가 되고, 회사는 빌딩이 되고, 빌딩은 여러분의 주식이 됩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것이 룰입니다. 그리고 이 룰은 실제입니다. 그래서 이 무대의 선택은 여자의 미래를 겁니다. 학교의 미래를 겁니다. 그리고 아무도 그것을 가볍게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방송은 가볍게 편집합니다.
배유진은 무대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과 배유진입니다. 어머니가 닭 뼈를 추리는 분입니다.”
관중석이 조용해졌습니다. 그녀가 말을 이었습니다.
“어머니는 하루에 12시간 일합니다. 손이 얼음물에 불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뼈와 지방에는 콜라겐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그것을 버립니다. 저는 그것을 배우러 왔습니다.”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그리고 여론이 움직였습니다.
“가난 팔이.”“서사 팔이.”“저건 전략이야.”
유진은 그 댓글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저는 전략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 어머니 손을 말했습니다.”
한슬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고려대 신소재공학과 한슬기입니다. 아버지가 슬래그를 쓸어 담습니다. 20년 동안. 아버지 폐는 회색입니다.”
그는 슬래그 분말 한 봉지를 무대에 올렸습니다. 회색 가루.
“이것은 마그네슘, 규소, 칼슘입니다. 뼈와 같은 원소입니다. 저는 이것을 나노 격자로 재결정해서, 사람 뼈와 같은 강도의 세라믹을 만들겠습니다.”
심판석의 서울대가 물었습니다. “티타늄과 비교해서 장점이 뭡니까.”
한슬기가 대답했습니다. “티타늄은 무겁고 삽니다. 이건 가볍고 안 삽니다. 그리고 원료가 폐기물입니다.”
관중석이 조용해졌습니다.
오재현이 나왔습니다.
“저는 연세대 화학공학과 오재현입니다. 아버지가 폐전선을 깎습니다. 지문이 지워졌습니다.”
그는 구리 한 조각을 올렸습니다.
“이것은 재개발 구역에서 나옵니다. 철거되면 사라집니다. 저는 이 구리로 전도성 접착제를 만들겠습니다. 그러면 폐전선이 회로가 됩니다.”
한슬기가 그를 보았습니다. 재현도 한슬기를 보았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같은 처지였습니다.
배유진은 밤새 계산했습니다.
그녀의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슬래그는 뼈다.콜라겐은 전기를 만든다.뼈에 전기가 흐르면, 뼈는 말을 한다.
그녀는 무대에서 말했습니다.
“저는 고려대 한슬기를 선택합니다.”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말을 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재현 씨도 필요합니다.”
사회자가 물었습니다. “규칙은 하나입니다.”
유진이 대답했습니다. “규칙은 학과의 융합입니다. 두 개의 학과가 아니라, 세 개의 학과가 융합하면 어떻습니까.”
관중석이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서울대가 말했습니다. “허용합니다. 대신 이윤 기준이 세 배가 됩니다.”
유진이 대답했습니다. “좋습니다.”
그들은 실험실에 들어갔습니다.
한슬기 — 슬래그. 제철 부산물을 나노 격자로 재결정했습니다. 칼슘과 마그네슘이 뼈의 결정 구조를 그대로 따라갔습니다. 결과는 나노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 인체가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무게는 티타늄의 3분의 1.
배유진 — 콜라겐. 도계 세척실에서 버려지는 뼈와 연골에서 콜라겐을 추출했습니다. 그녀는 그것을 전기장으로 정렬했습니다. 콜라겐 분자가 한 방향으로 섰습니다. 그리고 압력을 가했습니다. 전기가 나왔습니다. 압전. 닭 뼈가 센서가 됐습니다.
오재현 — 전선. 폐전선의 구리로 전도성 잉크를 만들었습니다. 그것으로 회로를 인쇄했습니다. 휘어졌습니다. 4만 번 접어도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셋을 합쳤습니다.
슬래그 뼈 위에 콜라겐 압전 센서를 코팅하고, 구리 회로로 신호를 뽑았습니다. 환자가 걸으면 뼈에 압력이 갑니다. 콜라겐이 전기를 만듭니다. 구리 회로가 그 전기를 보냅니다. 배터리가 없습니다.
“지능형 인공 뼈.”
서울대가 물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입니까.”
유진이 대답했습니다.
“이 뼈는 평생 삽니다. 배터리가 없으니까. 그리고 이 뼈는 말합니다. 주변 조직에 염증이 생기면, 신호가 바뀝니다. 암세포가 자라면, 신호가 바뀝니다. 의사는 스마트폰으로 봅니다.”
관중석이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박수를 쳤습니다. 박수는 퍼졌습니다.
그런데 여론이 터졌습니다.
“김치녀.”“밀당한다. 셋 다 잡으려고.”“어장관리.”“김치남들은 뭐 하냐. 수캐성도 없냐.”“한슬기는 왜 가만있냐. 약하다.”“재현이는 들러리냐.”
그리고 대학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습니다.
“고려대 신소재가 저런 걸로 대표되면 곤란하다.”“연세대 화공이 저런 애한테 밀리면 안 되지.”“이화여대는 원래 저렇다.”
선배들이 글을 썼습니다. 교직원도 썼습니다. 익명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유진은 그 글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노트에 적었습니다.
나는 김치녀가 아니다.나는 내 어머니 손을 말했다.그런데 사람들은 내 손을 본다.내 손은 아직 깨끗하다.어머니 손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김치녀가 될 수 없다.나는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시청자 여러분, 이 이야기의 진짜 핵심은 이것입니다.
세 사람은 아직 스물한 살입니다.
한슬기는 아버지의 폐 사진을 아직 지우지 못했습니다. 오재현은 아버지 지문이 없는 손을 아직 마주 보기 어렵습니다. 배유진은 어머니 손에 밴드를 사 드린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그거 사면 일을 못 한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김치남도 김치녀도 아닙니다. 그들은 순수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무대에서 서툽니다. 서툰 사람은 밀당을 못 합니다. 밀당은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들은 훈련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방송은 그것을 전략이라고 불렀습니다. 왜냐하면 전략이라고 부르면 시청률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선택이 끝난 날, 방송은 그들을 시그니엘로 보냈습니다.
스위트룸. 47층. 서울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카메라가 꺼졌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카메라가 꺼진 뒤의 일은 여기 쓰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렇게만 쓰겠습니다.
그 방에는 세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오래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슬기가 먼저 말했습니다.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됐습니다.”
재현이 말했습니다. “저도.”
유진이 말했습니다. “저도.”
그리고 그들은 창가에 앉아 서울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새벽 4시에 라면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각자 집으로 전화했습니다.
한슬기: “아빠, 나 잘 있어. 마스크 꼭 두 장 써.”
오재현: “아빠, 손 밴드 발라.”
배유진: “엄마, 오늘 장갑 꼭 껴.”
그들은 회사를 세웠습니다. 이름은 ‘슬래그본’.
1년 뒤, 첫 임상이 권역외상센터에서 이뤄졌습니다. 환자는 40대 노동자. 발판에서 추락. 정강이뼈 분쇄 골절. 그들은 슬래그 뼈를 심고, 콜라겐 센서를 코팅했습니다.
6주 뒤, 뼈가 붙었습니다. 그리고 6개월 뒤, 센서가 신호를 보냈습니다. “염증 수치 상승.” 의사가 확인했습니다. 조기 감염이었습니다. 항생제로 잡혔습니다. 만약 센서가 없었으면, 6개월 뒤에 뼈를 다시 뽑아야 했을 겁니다.
집도의가 말했습니다. “이 뼈는… 말을 하네요.”
유진이 대답했습니다. “닭 뼈로 만든 거라서요.”
투자가 왔습니다. 별풍선이 주식이 되고, 주식이 담보가 되고, 담보가 회사채가 됐습니다. 1차 1조 2천억. 2차 4조 7천억. 3차 12조.
그리고 그들은 결정해야 했습니다.
논 한복판에 지을 것인가. 갯벌 위에 지을 것인가. 수도권에 사서 입주할 것인가.
회의실이 조용했습니다. 한슬기가 말했습니다.
“저는 광양에 짓고 싶습니다. 아버지가 슬래그를 쓸어 담는 곳에.”
재현이 말했습니다. “저는 구리에 짓고 싶습니다. 아버지가 전선을 깎는 곳에.”
유진이 말했습니다. “저는 춘천에 짓고 싶습니다. 어머니가 손을 담그는 곳에.”
그리고 그들은 동시에 웃었습니다. 세 곳에 지을 수는 없었습니다.
유진이 말했습니다. “한 곳에 짓고, 세 곳에서 재료를 받읍시다.”
그래서 그들은 광양에 지었습니다. 논 한복판이 아니라, 폐철광산 옆에. 슬래그가 나오는 곳에. 그리고 구리에서 전선을, 춘천에서 뼈를 받았습니다.
빌딩은 47층이었습니다. 그리고 1층에는 무인 국밥집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국밥집에서 일하는 분은 한슬기의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는 말했습니다. “나는 평생 슬래그를 쓸었는데, 이제 국밥을 썬다.”
한슬기가 말했습니다. “아버지, 마스크 벗으셔도 됩니다.”
아버지가 웃었습니다. “이상하다. 20년 만에 숨이 편하다.”
그들은 2학년 말에 회장이 됐습니다. 스물두 살. 아는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2주 기업, 2주 학교를 반복했습니다. 광양과 서울을 오갔습니다. KTX에서 회의했습니다. 강의실에서 투자자 메일을 확인했습니다. 교수들이 밤새 도왔습니다.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슬래그 격자 계산을 같이 했습니다. 화학공학과 교수는 구리 잉크 점도를 같이 봤습니다.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콜라겐 회로 노이즈를 같이 잡았습니다.
교수들이 말했습니다. “이건 학위 논문보다 어렵습니다.”
유진이 대답했습니다. “저희는 학위보다 회사가 먼저 왔습니다.”
교수가 웃었습니다. “그게 산학입니다.”
여론은 여전히 말했습니다.
“김치녀.”“김치남.”“수캐성도 없냐.”“지들끼리 다 해처먹는다.”
유진은 그 댓글을 오래 보았습니다. 그리고 무대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이 저를 김치녀라고 부르십니다. 저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압니다. 그리고 저는 그 말이 왜 나오는지도 압니다. 그 말은 여자가 자기 이익을 계산할 때 나옵니다.”
“그런데 저는 계산했습니다. 정확히 계산했습니다. 왜냐하면 제 어머니는 12시간 일하고 계산하지 못했습니다. 제 아버지는 20년 쓸고 계산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계산합니다.”
그녀가 말했습니다.
“여러분이 저를 욕하십시오. 다만 한 가지만 기억하십시오. 저는 어머니 손을 계산에 넣었습니다. 그게 다릅니다.”
3년 뒤.
슬래그본은 세계 의료기기 시장 4위가 됐습니다. 지능형 인공 뼈는 47개국에 수출됐습니다. 배터리가 없어서 반영구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폐기물로 만들어졌습니다.
한슬기의 아버지는 광양 국밥집에서 일합니다. 폐는 여전히 회색입니다.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는 숨이 편합니다.
오재현의 아버지는 구리에서 전선을 안 깎습니다. 재개발이 끝났기 때문입니다. 그는 회사 경비로 일합니다. 지문은 여전히 없습니다. 그래서 그는 출입 카드를 씁니다.
배유진의 어머니는 춘천에서 일하지 않습니다. 유진이 회사에 콜라겐 추출 라인을 세웠고, 그 라인은 자동입니다. 어머니는 그 라인의 품질 검사원입니다. 손을 얼음물에 담그지 않습니다. 대신 현미경을 봅니다.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이상하다. 손이 안 시리다.”
유진이 울었습니다.
TV에서는 새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사회자가 외쳤습니다.
“SKYI, 새로운 지도층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아무도 TV를 켜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새벽을 맞고 있었습니다. 슬래그 냄새, 구리 냄새, 닭 뼈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아주 희미하게, 방정식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계산 중.
그런데 이번엔, 계산하는 사람이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가난이었습니다.
끝.
등장하는 학교·기업·인물은 모두 허구입니다. 작중 ‘김치녀’ ‘김치남’ ‘수캐’ 같은 표현은 방송과 여론이 붙인 조롱이며, 소설은 그것을 비판적으로 다룹니다.
배유진.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과. 스물한 살. 키 170. 몸무게 49킬로그램. 얼굴은 조각 같고, 몸은 조각보다 낫습니다. 그녀가 걸으면 잠실 보조경기장의 공기가 바뀝니다. 그녀가 웃으면 카메라 감독이 손을 놓칩니다. 실제로 그랬습니다. 첫 녹화에서 감독이 손을 놓아서 카메라가 떨어졌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춘천 도계 공장 세척실에서 일합니다. 하루 12시간. 얼음물에 손을 담그고 닭 뼈를 추립니다. 그래서 유진은 예쁘지만, 예쁨의 값을 압니다. 예쁨은 자본입니다. 그리고 자본은 운용해야 합니다.
한슬기. 고려대 신소재공학과. 스물한 살. 키 187. 몸무게 78킬로그램. 어깨가 넓고, 턱선이 각졌고, 눈썹이 진합니다. 그가 무대에 서면 관중석에서 탄성이 나옵니다. 남자들도 탄성을 냅니다. 그가 후드티를 입어도 조각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그는 후드티만 입습니다. 왜냐하면 정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광양 제철소 하청에서 슬래그를 쓸어 담습니다. 20년. 아버지 폐는 회색입니다.
오재현. 연세대 화학공학과. 스물한 살. 키 184. 몸무게 76킬로그램. 수영 선수 출신. 등이 넓고, 허리가 좁고, 목이 깁니다. 그가 웃으면 여성 관중석이 조용해집니다. 그리고 남성 관중석이 조용해집니다. 둘 다 조용해집니다.
그의 아버지는 구리 수택동 고물상에서 폐전선을 깎습니다. 30년. 아버지 지문은 지워졌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 세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가난합니다. 그리고 순수합니다. 이 셋이 겹치면, 방송국은 그것을 상품이라 부릅니다.
사회자가 말했습니다.
“이화여대가 고려대와 연세대 중 하나만 고릅니다. 둘 다 고르면 실격입니다. 둘 다 고르면 정치창녀입니다.”
“선택은 즉시 융합입니다. 호텔에서. 시그니엘. 신라. 실제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신산업입니다. 신산업은 빌딩이 되고, 빌딩은 여러분의 주식이 됩니다.”
관중석이 폭발했습니다. 그리고 여론이 시작됐습니다.
“김치녀 나와라.”“어장관리 하러 왔냐.”“밀당하면 죽는다.”
“저는 어장을 만들러 온 게 아닙니다. 저는 어머니 손을 말하러 왔습니다.”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예뻤습니다. 그리고 예쁜 사람의 진심은 전략으로 읽힙니다. 그것이 예쁨의 세금입니다.
유진은 선택을 미뤘습니다.
“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그리고 여론이 터졌습니다.
“밀당 시작이다.”“김치녀.”“봐라. 어장 만든다.”
그런데 그녀는 진짜로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두 남자 모두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슬기의 슬래그 뼈. 재현의 구리 회로. 그리고 그녀의 콜라겐 센서. 셋이 있어야 지능형 인공 뼈가 됩니다.
그래서 그녀는 계산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둘 다 얻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녀는 알았습니다. 둘 다 얻을 수 없습니다. 룰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다른 방법을 찾았습니다.
둘 다 선택하지 않고, 둘 다 선택하게 만드는 방법.
유진은 한슬기에게 말했습니다.
“슬기 씨, 저는 당신의 슬래그 뼈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재현 씨의 구리 회로도 필요합니다.”
한슬기가 물었습니다. “그럼 둘 다 선택하시겠습니까.”
유진이 대답했습니다. “룰이 안 됩니다.”
한슬기가 말했습니다. “그럼 어쩝니까.”
유진이 대답했습니다. “당신이 재현 씨를 설득해 주십시오.”
한슬기가 웃었습니다. “제가요?”
유진이 말했습니다. “당신들은 경쟁자입니다. 그런데 경쟁자가 협력하면, 그건 경쟁이 아니라 카르텔입니다. 그리고 카르텔은 룰을 이깁니다.”
한슬기는 그 말을 오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재현을 찾아갔습니다.
“재현아, 우리 협력하자.”
재현이 웃었습니다. “너 미쳤냐. 우리는 경쟁자다.”
한슬기가 말했습니다. “경쟁에서 이기면 하나만 남는다. 협력하면 셋이 남는다.”
재현이 침묵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그게… 룰입니까.”
한슬기가 대답했습니다. “룰을 읽는 게 실력이다.”
여론이 터졌습니다.
“김치녀가 둘을 다 잡으려고 한다.”“수캐들이 김치녀한테 놀아난다.”“고려대 연세대가 이화여대한테 휘둘린다.”“수캐성도 없다.”“약하다.”
그리고 대학 게시판이 터졌습니다.
“고려대 신소재가 저러면 곤란하다. 선배로서 부끄럽다.”“연세대 화공이 저런 애한테 끌려다니면, 우리 위상이 뭐가 되냐.”“이화여대는 원래 저렇다. 김치녀의 전형이다.”
시청자 여러분, 이것은 선배들의 글입니다. 익명입니다. 그래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한슬기는 그 글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노트에 적었습니다.
나는 수캐다.수캐는 무리를 지배한다.그런데 나는 무리를 지배하지 못한다.나는 아버지의 폐를 지배하지 못했다.나는 슬래그를 지배하지 못했다.나는... 유진을 지배하지 못한다.
그게 약한 건가.아니면 그게 나인가.
첫 데이트는 시그니엘 47층이었습니다.
카메라가 켜져 있었습니다. 유진은 검은 원피스를 입었습니다. 한슬기는 처음으로 정장을 입었습니다. 렌탈입니다. 하루 12만 원. 재현은 수트를 입었습니다. 이것도 렌탈입니다.
세 사람은 창가에 앉았습니다. 서울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유진이 먼저 말했습니다.
“저는… 이 방에서 뭘 해야 합니까.”
한슬기가 말했습니다. “룰은 데이트입니다.”
재현이 말했습니다. “룰은… 그다음이 있습니다.”
유진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압니다. 교미입니다.”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 장면은 방송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시청률이 47% 를 찍었습니다. 역대 최고였습니다.
그런데 그 방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은 이것이었습니다.
유진이 말했습니다.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됐습니다.”
한슬기가 말했습니다. “저도.”
그리고 그들은 라면을 먹었습니다. 새벽 4시에. 그리고 각자 집으로 전화했습니다.
한슬기: “아빠, 마스크 꼭 두 장 써.”
재현: “아빠, 손 밴드 발라.”
유진: “엄마, 장갑 꼭 껴.”
유진은 무대에 섰습니다.
관중석이 조용했습니다. 그리고 여론이 기다렸습니다.
“김치녀, 이제 골라라.”“어장 접어라.”“정치창녀 되지 마라.”
유진이 말했습니다.
관중석이 폭발했습니다. 고려대 측이 환호했습니다. 연세대 측이 야유했습니다. 재현은 조용히 박수를 쳤습니다.
그리고 유진이 말을 이었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저는 오재현 씨를 공동 창업자로 받겠습니다.”
관중석이 조용해졌습니다. 사회자가 말했습니다. “그건 룰 위반입니다.”
유진이 대답했습니다. “룰은 ‘파트너를 하나 고르라’고 했습니다. 저는 하나를 골랐습니다. 그리고 직원을 뽑았습니다. 룰에 직원을 뽑지 말라는 조항은 없습니다.”
사회자가 규칙서를 넘겼습니다. 그리고 조용해졌습니다.
서울대가 말했습니다. “허용합니다. 대신 이윤 기준이 두 배가 됩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것이 김치녀의 선택입니다. 그녀는 둘을 고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하나를 고르고, 하나를 고용했습니다. 그것은 룰을 어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여론을 분노하게 했습니다.
“결국 둘 다 잡았다.”“김치녀.”“정치창녀.”“별풍선 물어내라.”
한슬기 — 슬래그. 나노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 뼈와 같은 강도. 무게는 티타늄의 3분의 1.
유진 — 콜라겐. 닭 뼈에서 추출한 콜라겐. 전기장 정렬. 압전. 압력이 전기가 됩니다.
재현 — 구리. 폐전선에서 뽑은 구리. 전도성 잉크. 4만 번 접어도 안 끊어집니다.
그리고 그들은 합쳤습니다.
슬래그 뼈 위에 콜라겐 센서. 그 위에 구리 회로. 배터리 없음. 평생 감. 그리고 뼈가 말합니다.
첫 임상은 권역외상센터에서. 40대 노동자. 정강이뼈 분쇄. 6주 뒤 뼈가 붙었습니다. 6개월 뒤 센서가 말했습니다. “염증.” 조기 감염. 항생제로 잡혔습니다. 만약 센서가 없었으면, 뼈를 다시 뽑아야 했습니다.
유진이 대답했습니다. “닭 뼈로 만들었습니다.”
별풍선이 들어왔습니다.
1주차 47억. 1개월 840억. 3개월 4조 7천억. 6개월 12조.
시청자 여러분, 이 돈은 후원이 아닙니다. 투자입니다. 별풍선 1,000원은 주식 1주입니다. 상장하면 전환됩니다. 1,000원이 47만 원이 됩니다. 470배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돈을 냅니다. 그리고 그 돈이 빌딩이 됩니다.
빌딩은 광양에 지었습니다. 논 한복판이 아니라, 폐철광산 옆에. 슬래그가 나오는 곳에. 47층. 1층에는 무인 국밥집. 그 국밥집에서 일하는 분은 한슬기의 아버지입니다.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나는 평생 슬래그를 쓸었는데, 이제 국밥을 썬다.”
2주 기업, 2주 학교. 광양과 서울을 오갔습니다. KTX에서 회의했습니다. 강의실에서 투자자 메일을 확인했습니다.
교수들이 밤새 도왔습니다.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슬래그 격자를 같이 계산했습니다. 화학공학과 교수는 구리 잉크 점도를 같이 봤습니다.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콜라겐 회로 노이즈를 같이 잡았습니다.
교수가 말했습니다. “이건 학위 논문보다 어렵습니다.”
“김치녀.”“정치창녀.”“둘 다 잡았다.”“별풍선 물어내라.”
유진은 무대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이 저를 김치녀라고 부르십니다. 저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압니다. 여자가 자기 이익을 계산할 때 나오는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계산했습니다. 정확히 계산했습니다. 왜냐하면 제 어머니는 12시간 일하고 계산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계산합니다.”
그런데 여론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3개월 뒤, 유진의 지지율이 떨어졌습니다. 이유는 너무 완벽했기 때문입니다. 시청자는 완벽한 사람에게 지칩니다. 그리고 완벽한 사람이 실수하면, 배신감을 느낍니다.
지지율 47%에서 31%로. 그리고 방송국이 움직였습니다.
“이화여대 배유진, 숙명여대 김서연으로 교체.”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유진은 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녀는 웃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저는 자리를 잃었습니다. 그러나 회사를 얻었습니다.”
방송은 자막을 띄웠습니다.
“김치녀, 교체되다.”
숙명여대 김서연. 스물한 살. 키 168. 몸무게 47킬로그램. 얼굴은 청순하고, 몸은 청순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쑥 농가 출신입니다. 강화도.
그녀는 무대에 나와서 말했습니다.
“저는 숙명여대 김서연입니다. 강화도 쑥 농가 딸입니다.”
“새 얼굴이다.”“예쁘다.”“이번엔 김치녀짓 안 하겠지.”
그런데 서연은 더 교활했습니다. 그녀는 첫 주에 말했습니다.
“또 김치녀다.”“숙명여대도 똑같다.”“어장관리다.”
그리고 3개월 뒤, 서연도 교체됐습니다.
성신여대 이지안. 스물한 살. 키 171. 몸무게 48킬로그램. 그녀는 영광 굴비집 딸입니다.
“저는 성신여대 이지안입니다. 영광 굴비집 딸입니다. 저는 결정을 미루지 않겠습니다.”
관중석이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말했습니다.
관중석이 폭발했습니다. 그리고 여론이 뒤집혔습니다.
“드디어 정상이다.”“김치녀 아니다.”“이게 진짜다.”
시청자 여러분, 이것이 서열의 룰입니다. 이화여대 → 숙명여대 → 성신여대. 그리고 다시 이화여대로. 무한 반복. 각 단계에서 여론이 김치녀짓을 심판합니다. 그리고 그 심판이 시청률입니다.
배유진은 회장으로 남았습니다. 그녀는 무대에 서지 않습니다. 그녀는 47층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매월 15일에 시찰을 나옵니다. 그리고 봉투를 줍니다.
한슬기는 대표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광양 국밥집에서 일합니다. 폐는 여전히 회색이지만, 숨은 편합니다.
오재현은 공동창업자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구리에서 경비로 일합니다. 지문은 없지만, 출입 카드가 있습니다.
그리고 유진은 가끔 1층 국밥집에 내려갑니다. 그리고 한슬기의 아버지와 국밥을 먹습니다.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너… 우리 아들하고 결혼했지.”
유진이 대답했습니다. “네.”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TV에서 너를 김치녀라고 하더라.”
유진이 웃었습니다. “네.”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나는 네가 김치녀인지 모르겠다. 다만 네가 우리 아들 슬래그를 뼈로 만든 건 안다.”
아무도 TV를 켜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새벽을 맞고 있었습니다. 슬래그 냄새, 구리 냄새, 닭 뼈 냄새, 쑥 냄새, 굴비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어장이었습니다.
등장하는 학교·기업·인물은 모두 허구입니다. 작중 ‘김치녀’ ‘정치창녀’ 같은 표현은 방송과 여론이 붙인 조롱이며, 소설은 그것을 비판적으로 다룹니다.
김치녀 전쟁의 승자는 배유진이었습니다.
정확히는, 그녀는 무대에서 졌습니다. 지지율 47%에서 31%로 떨어졌고, 숙명여대 김서연으로 교체됐습니다. 그리고 김서연도 3개월 만에 성신여대 이지안으로 교체됐습니다. 그리고 이지안은 무대에서 이겼습니다. “결정을 미루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고, 고려대 한슬기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이지안은 기술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영광 굴비집 딸입니다. 굴비를 말릴 줄 압니다. 그런데 슬래그를 뼈로 만들 줄 모릅니다. 콜라겐을 센서로 만들 줄 모릅니다. 구리를 회로로 만들 줄 모릅니다.
그래서 이지안은 배유진을 찾아갔습니다.
“배 회장님, 저는 무대에서 이겼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없습니다.”
배유진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무대에서 졌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있습니다.”
이지안이 말했습니다. “그럼 우리가 합치면 어떻습니까.”
배유진이 웃었습니다. “그게 제가 처음부터 하려던 겁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것이 김치녀 전쟁의 진짜 승자입니다. 무대에서 이긴 사람이 아니라, 회사를 가진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회사를 가진 사람은 김치녀라고 불린 사람이었습니다.
이지안은 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저는 이겼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긴 것은 무대입니다. 회사는 배 회장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배 회장님을 공동 회장으로 모시겠습니다.”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여론이 터졌습니다.
“결국 김치녀가 이겼네.”“무대에서 진 사람이 회사를 가졌다.”“이게 말이 되냐.”“김치녀 만세.”“김치녀 만세.”
배유진은 무대에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저는 김치녀입니다. 여러분이 그렇게 불렀습니다. 저는 그 말을 지우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말이 저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계산했습니다. 어머니가 12시간 일하고 계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계산한 결과, 저는 무대에서 졌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이겼습니다.”
그녀가 웃었습니다. “김치녀가 이겼습니다.”
“김치녀, 회사를 이기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빌딩은 광양에 지었습니다. 폐철광산 옆에. 슬래그가 나오는 곳에. 그런데 슬래그는 광양 제철소 부산물입니다. 제철소가 가동을 멈추면, 슬래그도 멈춥니다. 그리고 제철소는 탄소중립 압박을 받고 있었습니다. 2030년까지 감축. 2050년까지 넷제로. 슬래그가 줄어들 예정이었습니다.
배유진은 이사회에서 말했습니다.
“우리는 원료를 하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슬래그가 줄면, 우리도 줄어듭니다.”
한슬기가 말했습니다. “대체 원료를 찾아야 합니다.”
오재현이 말했습니다. “구리는 폐전선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폐전선도 줄어듭니다. 재개발이 끝나면, 고물상도 끝납니다.”
유진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그럼 논으로 갑시다.”
회의실이 조용해졌습니다.
유진은 춘천으로 내려갔습니다. 어머니가 일하던 도계 공장 옆에 논이 있었습니다. 30년 휴경지. 진흙. 농사가 안 됩니다.
그녀는 논흙을 떴습니다. 그리고 실험실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분석했습니다.
실리카 47%. 알루미나 18%. 지르코니아 0.4%. 그리고… 칼슘 12%.
한슬기가 물었습니다. “칼슘이 왜 이렇게 많습니까.”
유진이 대답했습니다. “30년 동안 물이 지나갔습니다. 관개수에 칼슘이 있습니다. 그리고 논에는 패각이 있습니다. 조개껍데기. 30년 동안 쌓였습니다.”
한슬기가 눈을 빛냈습니다. “칼슘은 뼈입니다.”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논흙은 뼈입니다.”
그들은 논흙으로 새로운 소재를 만들었습니다.
첫째 — 논흙 세라믹. 30년 숙성된 논흙을 나노 분쇄하고, 900도에서 소결했습니다. 칼슘이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로 결정화됐습니다. 강도는 슬래그 뼈와 같았습니다. 그런데 원료는 흙이었습니다. 그리고 흙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둘째 — 논흙 미생물 연료전지. 논흙에는 미생물이 있습니다. 그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전자를 방출합니다. 그 전자를 구리 회로로 모으면, 전기가 됩니다. 배터리가 필요 없습니다. 논이 배터리입니다.
셋째 — 논흙 센서. 콜라겐 압전 센서를 논흙 세라믹에 코팅했습니다. 논에 심으면, 땅이 말합니다. 수분, 온도, 산도, 미생물 활성도. 전부 전기 신호로. 배터리 없이. 평생.
그들은 이름을 붙였습니다.
“논본(論本).”
논(論)은 논. 본(本)은 뿌리. 그리고 논본은 논본이다.
유진이 말했습니다. “이름이… 이상합니다.”
한슬기가 대답했습니다. “이름이 이상해야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이 제품은 논에서 본전을 뽑습니다.”
유진이 웃었습니다. “그게… 농담입니까.”
한슬기가 대답했습니다. “농담이 전략입니다.”
그들은 논 한복판에 공장을 지었습니다.
정확히는, 춘천 후평동의 30년 휴경지에. 유진의 어머니가 일하던 도계 공장 옆 논에. 면적 4만 7천 평. 건물은 12층.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원료가 바로 옆에 있기 때문입니다. 논에서 흙을 캐서, 옆 건물에서 굽습니다. 물류비가 0원입니다.
공장 1층에는 무인 국밥집이 있습니다. 그 국밥집에서 일하는 분은 유진의 어머니입니다.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나는 평생 닭 뼈를 추렸는데, 이제 국밥을 썬다.”
유진이 말했습니다. “엄마, 장갑 벗으셔도 됩니다.”
어머니가 웃었습니다. “이상하다. 30년 만에 손이 안 시리다.”
첫 시험은 영광에서 이뤄졌습니다. 이지안의 고향입니다. 굴비 염전 옆 논. 4만 평.
그들은 논에 논본 센서를 심었습니다. 100개. 배터리 없음. 콜라겐 압전. 구리 회로. 논흙 세라믹 하우징.
3개월 뒤, 센서가 말했습니다.
“수분 부족. 12시간 뒤 관개 필요.”“산도 상승. 석회 투입 권장.”“미생물 활성도 저하. 유기질 비료 살포 권장.”
농부가 스마트폰으로 봤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논이 말을 하네.”
그해 수확량은 23% 증가했습니다. 물은 31% 절약했습니다. 비료는 18% 절감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것이 신산업입니다. 논이 말합니다. 그리고 논이 말하면, 농부가 듣습니다. 그리고 농부가 들으면, 수확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수확이 늘면, 마을이 삽니다.
“김치녀가 논을 먹었다.”“결국 논흙으로 돈 번다.”“농민은 뭐가 되냐.”“정치창녀.”“별풍선 물어내라.”
유진은 그 댓글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무대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이 저를 김치녀라고 부르십니다. 저는 그 말을 지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농민은 뭐가 되냐’고 물으십니다. 제가 대답하겠습니다.”
“농민이 논본의 주주가 됩니다.”
“논본은 논을 가진 사람에게 지분을 드립니다. 논 1평당 1주. 그 주식은 상장됩니다. 그리고 배당은 현금이 아니라 센서입니다. 센서가 논에 심어집니다. 그러면 논이 말합니다.”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말했습니다. “그게… 진짜입니까.”
유진이 대답했습니다. “계약서입니다.”
“농민, 주주가 되다.”
3년 뒤, 논본의 시가총액은 47조 원이 됐습니다.
사업부문.논흙 세라믹. 매출 4조. 의료용 인공 뼈, 산업용 필터.논흙 미생물 연료전지. 매출 8조. 농촌 전력 자립.논흙 센서. 매출 12조. 스마트 농업. 전 세계 논의 3%.농민 지분. 47만 농가가 주주.
배유진은 회장입니다. 이지안은 공동 회장입니다. 한슬기는 대표입니다. 오재현은 CTO입니다.
그리고 유진은 여전히 김치녀입니다. 적어도 여론에는. 그런데 이제 그 말은 별명이 됐습니다. 조롱이 아니라. 왜냐하면 그녀가 그 말을 지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김치녀는 여자가 자기 이익을 계산할 때 나오는 말입니다. 저는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그 계산이 논을 살렸습니다. 여러분이 저를 뭐라고 부르든, 논은 말합니다.”
춘천 후평동. 논 한복판. 12층 건물.
1층 국밥집. 유진의 어머니가 국밥을 썹니다. 그녀의 손은 더 이상 시리지 않습니다.
2층. 논본 센서 생산라인. 무인. 로봇이 콜라겐을 정렬합니다.
3층. 연구소. 한슬기가 논흙 세라믹 격자를 계산합니다. 오재현이 구리 잉크 점도를 봅니다.
12층. 회장실. 배유진이 앉아 있습니다. 창밖으로 논이 보입니다. 그리고 논에는 센서가 심어져 있습니다. 100개. 1,000개. 10,000개. 논이 말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매월 15일에 시찰을 나옵니다. 그리고 봉투를 줍니다. 어머니에게. 농부들에게. 직원들에게.
그리고 말합니다.
“논이 말했습니다. 고맙다고.”
아무도 TV를 켜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새벽을 맞고 있었습니다. 논흙 냄새, 국밥 냄새, 콜라겐 냄새, 구리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논이었습니다.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신입생 — 권도현.
충북 단양군 매포읍. 집은 시멘트 공장 아래입니다. 아버지는 굴뚝 청소 노동자입니다. 정확히는, 시멘트 공장 배기가스 집진기 안쪽을 청소합니다. 석회석 분진 속에서. 하루 여덟 시간. 방진복을 입지만, 분진은 틈으로 들어옵니다. 20년 동안. 아버지의 폐는 하얗습니다. 석회석 폐 분진. 규폐증 비슷한 것입니다. 병명은 어렵습니다. 아버지는 그냥 “가슴이 하얗다”고 말합니다.
도현은 아버지의 폐 사진을 봤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그리고 그날 밤, 석회석이 뭔지 검색했습니다.
“탄산칼슘. 시멘트 원료. 이산화탄소와 반응하면 탄산칼슘으로 돌아간다.”
그는 생각했습니다. 아버지 폐에 쌓인 게 탄산칼슘인데, 그게 이산화탄소를 먹는다고?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신입생 — 문가온.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집은 치킨집입니다. 어머니는 배달원입니다. 오토바이를 탑니다. 20년 동안.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새벽에도. 어머니의 무릎은 망가졌습니다. 계단을 못 내려갑니다. 그래서 집은 1층입니다.
가온은 어머니의 오토바이 뒤에 앉아 자랐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치킨집에서 나오는 폐식용유를 모으는 것을 봤습니다. 한 통에 3,000원. 업자에게 팝니다. 어머니는 그 돈으로 가온의 학원비를 냈습니다.
가온은 생각했습니다. 기름이 학원비가 된다고?
이화여자대학교 건축공학과 신입생 — 배서윤.
인천 강화군 화도면. 집은 화문석 공예 공장입니다. 어머니는 말단 직조공입니다. 왕골을 엮습니다. 하루 열두 시간. 손가락이 굳었습니다. 류마티스입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겨울에 손을 못 폅니다. 주먹을 쥔 채로 겨울을 납니다.
서윤은 어머니 손을 봤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엄마, 이거 안 아파.”
“이화여대가 고려대와 연세대 중 하나만 고릅니다. 둘 다 고르면 정치창녀입니다. 선택은 즉시 융합입니다. 호텔에서. 그리고 그 결과는 신산업입니다.”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여론이 시작됐습니다.
“김치녀 나와라.”“어장관리 하러 왔냐.”“수캐성 보여줘라.”
세 사람은 무대에 섰습니다. 그리고 여론은 그들을 김치남과 김치녀로 불렀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뻤고, 잘생겼고, 가난했기 때문입니다.
배서윤은 선택을 미뤘습니다.
“김치녀.”“밀당이다.”“어장 만든다.”
그런데 서윤은 진짜로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세 개의 폐기물이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권도현의 석회석 분진. 탄산칼슘. 이산화탄소를 먹습니다.문가온의 폐식용유. 미생물이 먹으면 생분해 고분자가 됩니다.배서윤의 왕골. 셀룰로오스. 나노로 만들면 단열재가 됩니다.
셋이 있어야 탄소 네거티브 건축 소재가 됩니다. 건물이 CO2를 먹고, 건물이 생분해됩니다.
그래서 그녀는 계산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셋을 다 얻을 수 있을까.
그리고 알았습니다. 룰은 하나만 고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다른 방법을 찾았습니다.
서윤은 권도현에게 말했습니다.
“도현 씨, 저는 당신의 석회석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가온 씨의 폐식용유도 필요합니다.”
권도현이 물었습니다. “그럼 둘 다 선택하시겠습니까.”
서윤이 대답했습니다. “룰이 안 됩니다.”
“그럼 어쩝니까.”
서윤이 대답했습니다. “당신이 가온 씨를 설득해 주십시오.”
권도현이 웃었습니다. “제가요?”
서윤이 말했습니다. “당신들은 경쟁자입니다. 그런데 경쟁자가 협력하면 카르텔입니다. 카르텔은 룰을 이깁니다.”
권도현은 그 말을 오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문가온을 찾아갔습니다.
“가온 씨, 우리 협력하자.”
문가온이 웃었습니다. “우리는 경쟁자입니다.”
권도현이 말했습니다. “경쟁에서 이기면 하나만 남습니다. 협력하면 셋이 남습니다.”
문가온이 침묵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그게… 룰입니까.”
권도현이 대답했습니다. “룰을 읽는 게 실력입니다.”
“김치녀가 둘을 다 잡으려고 한다.”“수캐들이 김치녀한테 놀아난다.”“고려대 연세대가 이화여대한테 휘둘린다.”“수캐성도 없다. 약하다.”
대학 게시판이 터졌습니다.
“고려대 기계가 저러면 곤란하다. 선배로서 부끄럽다.”“연세대 생명이 저런 애한테 끌려다니면 위상이 뭐가 되냐.”“이화여대는 원래 저렇다. 김치녀의 전형이다.”
권도현은 그 글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노트에 적었습니다.
나는 수캐다.수캐는 무리를 지배한다.그런데 나는 무리를 지배하지 못한다.나는 아버지의 하얀 폐를 지배하지 못했다.나는 석회석을 지배하지 못했다.나는... 서윤을 지배하지 못한다.
카메라가 켜져 있었습니다. 서윤은 검은 원피스를 입었습니다. 권도현은 렌탈 정장. 문가온도 렌탈 수트. 하루 12만 원.
세 사람은 창가에 앉았습니다. 서울이 보였습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서윤이 먼저 말했습니다. “저는… 이 방에서 뭘 해야 합니까.”
권도현이 말했습니다. “룰은 데이트입니다.”
문가온이 말했습니다. “룰은… 그다음이 있습니다.”
서윤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압니다. 교미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 장면은 방송에 나갔습니다. 시청률 47%. 역대 최고였습니다.
서윤이 말했습니다.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됐습니다.”
권도현이 말했습니다. “저도.”
문가온이 말했습니다. “저도.”
권도현: “아빠, 오늘 마스크 두 장 썼어?”
문가온: “엄마, 무릎 괜찮아?”
배서윤: “엄마, 손 펴져?”
서윤은 무대에 섰습니다.
관중석이 조용했습니다. 여론이 기다렸습니다.
“김치녀, 골라라.”“어장 접어라.”“정치창녀 되지 마라.”
서윤이 말했습니다.
“저는 고려대 권도현을 선택합니다.”
관중석이 폭발했습니다. 고려대 측이 환호했습니다. 연세대 측이 야유했습니다. 문가온은 조용히 박수를 쳤습니다.
그리고 서윤이 말을 이었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저는 문가온 씨를 공동 창업자로 받겠습니다.”
사회자가 말했습니다. “룰 위반입니다.”
서윤이 대답했습니다. “룰은 ‘파트너를 하나 고르라’고 했습니다. 저는 하나를 골랐습니다. 그리고 직원을 뽑았습니다. 룰에 직원을 뽑지 말라는 조항은 없습니다.”
서울대가 규칙서를 넘겼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허용합니다. 대신 이윤 기준이 두 배가 됩니다.”
서윤이 대답했습니다. “좋습니다.”
권도현 — 석회석. 시멘트 공장 집진기 분진. 탄산칼슘. 나노 입자로 분쇄. 이산화탄소와 반응시키면 탄산칼슘으로 돌아갑니다. 즉, 공기 중 CO2를 먹고 돌이 됩니다. 탄소 포집.
문가온 — 폐식용유. 치킨집 폐유. 미생물 발효. PHA(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 생분해 고분자. 흙에서 6개월에 분해됩니다. 의료용으로도 씁니다. 생체 흡수성 봉합사.
배서윤 — 왕골. 화문석 공예 부산물. 셀룰로오스. 나노 셀룰로오스로 분해. 단열재. 같은 두께의 스티로폼보다 1.7배 단열. 그리고 생분해.
석회석 탄소 포집 층. 건물 외벽. 공기 중 CO2를 먹습니다.PHA 생분해 바인더. 층과 층을 붙입니다. 건물 수명이 끝나면 분해됩니다.나노 셀룰로오스 단열 층. 건물 내부. 에너지를 절약합니다.
“탄소 네거티브 건축 소재.”
서윤이 대답했습니다.
“이 건물은 숨을 쉽니다. CO2를 먹고, 산소를 내놓습니다. 그리고 수명이 끝나면 분해됩니다. 쓰레기가 안 남습니다.”
첫 시험은 영등포였습니다. 문가온의 동네. 대림동. 30년 된 5층 건물. 재개발 예정. 철거 직전.
그들은 그 건물을 탄소 네거티브 건축 소재로 리모델링했습니다.
“CO2 흡수량: 월 470킬로그램. 건물 면적 1,200제곱미터 기준.”
시청자 여러분, 이것은 나무 47그루가 한 달에 흡수하는 양입니다. 건물이 나무가 됐습니다.
그리고 6개월 뒤, 그 건물은 철거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등록문화재가 됐습니다. “탄소 네거티브 건축 1호.”
문가온의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나는 여기서 치킨을 배달했는데, 이제 이 건물이 치킨 냄새를 먹는다.”
2년 뒤, 그들은 단양에 공장을 지었습니다. 시멘트 공장 옆에. 논 한복판이 아니라, 석회석 광산 아래에. 12층. 1층에는 무인 국밥집. 그 국밥집에서 일하는 분은 권도현의 아버지입니다.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나는 평생 하얀 가루를 쓸었는데, 이제 국밥을 썬다.”
권도현이 말했습니다. “아버지, 마스크 벗으셔도 됩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폐는 여전히 하얗습니다. 되돌릴 수 없습니다.
3년 뒤, 그들은 강화에 공장을 지었습니다. 화문석 공예 공장 옆에. 8층. 1층에는 무인 찻집. 그 찻집에서 일하는 분은 배서윤의 어머니입니다.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나는 평생 왕골을 엮었는데, 이제 차를 만든다.”
서윤이 말했습니다. “엄마, 손 펴져?”
어머니가 손을 폈습니다. 주먹이 펴졌습니다. 류마티스는 낫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손을 쓰지 않으니까, 펴졌습니다.
어머니가 울었습니다. “이상하다. 30년 만에 손이 펴지다니.”
서윤은 무대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계산했습니다. 왜냐하면 제 어머니는 12시간 엮고 계산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계산합니다.”
3개월 뒤, 서윤의 지지율이 떨어졌습니다. 너무 완벽했기 때문입니다. 시청자는 완벽한 사람에게 지칩니다.
지지율 47%에서 31%로. 방송국이 움직였습니다.
“이화여대 배서윤, 숙명여대 김서연으로 교체.”
서윤은 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녀는 웃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숙명여대 김서연. 강화도 쑥 농가 출신. 스물한 살. 예쁩니다. 그녀는 무대에 나와서 말했습니다.
그녀는 첫 주에 결정을 미뤘습니다. 여론이 터졌습니다. “또 김치녀다.”
3개월 뒤, 그녀도 교체됐습니다.
성신여대 이지안. 영광 굴비집 출신. 스물한 살. 예쁩니다. 그녀는 무대에 나와서 말했습니다.
“저는 성신여대 이지안입니다. 저는 결정을 미루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권도현을 선택했습니다. 여론이 뒤집혔습니다. “드디어 정상이다.”
그런데 이지안은 기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배서윤을 찾아갔습니다.
서윤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무대에서 졌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있습니다.”
이지안이 말했습니다. “합치면 어떻습니까.”
서윤이 웃었습니다. “그게 제가 처음부터 하려던 겁니다.”
김치녀 전쟁의 승자는 배서윤이었습니다.
무대에서 이긴 사람이 아니라, 회사를 가진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회사를 가진 사람은 김치녀라고 불린 사람이었습니다.
3년 뒤, 회사 ‘탄소본’ 의 시가총액은 47조 원이 됐습니다.
사업부문.탄소 포집 건축 소재. 매출 12조. 전 세계 건축 시장의 1.2%.PHA 생분해 바인더. 매출 8조. 의료용 봉합사, 포장재.나노 셀룰로오스 단열재. 매출 4조. 제로에너지 건축.농민·노동자 지분. 47만 명이 주주.
권도현은 대표입니다. 문가온은 CTO입니다. 이지안은 공동 회장입니다. 배서윤은 회장입니다.
권도현의 아버지는 단양 국밥집에서 일합니다. 폐는 여전히 하얗습니다.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숨은 편합니다.
문가온의 어머니는 영등포 찻집에서 일합니다. 무릎은 여전히 아픕니다. 그런데 계단을 안 오릅니다. 찻집은 1층입니다.
배서윤의 어머니는 강화 찻집에서 일합니다. 손은 펴졌습니다. 류마티스는 낫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주먹을 쥐지 않습니다.
서윤은 가끔 강화에 내려갑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차를 마십니다.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TV에서 너를 김치녀라고 하더라.”
서윤이 웃었습니다. “네.”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나는 네가 김치녀인지 모르겠다. 다만 네가 내 손을 편 건 안다.”
서윤이 울었습니다.
아무도 TV를 켜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새벽을 맞고 있었습니다. 석회석 냄새, 폐식용유 냄새, 왕골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폐기물이었습니다.
등장하는 학교·기업·인물은 모두 허구입니다. 작중 조롱 표현은 방송과 여론이 붙인 것이며, 소설은 그것을 비판적으로 다룹니다.
회의는 금요일 밤 9시에 소집됐습니다.
장소는 고려대 공과대학 지하 세미나실. 창문이 없습니다. 환풍기가 돌아갑니다. 탁자 위에는 김밥 네 줄, 커피 여섯 잔, 그리고 시장조사 보고서 47권이 쌓여 있습니다.
참석자는 세 명입니다.
고려대 기계공학과 김 교수. 오십육 세. 권도현의 지도교수. 손이 큽니다. 현장을 좋아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이론은 공장에서 검증됩니다.”
연세대 생명공학과 박 교수. 사십구 세. 문가온의 지도교수. 안경이 두껍습니다. 논문을 좋아합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생물은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느립니다.”
이화여대 건축공학과 최 교수. 오십일 세. 배서윤의 지도교수. 목소리가 낮습니다. 구조를 좋아합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건물은 100년을 버텨야 합니다. 그래서 건축은 정직합니다.”
세 사람은 마주 앉았습니다. 그리고 김 교수가 먼저 말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박 교수가 물었습니다. “왜요.”
김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방송국이 72시간을 줬습니다.”
최 교수가 서류를 펼쳤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배서윤 학생은 두 남자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고려대 권도현, 또는 연세대 문가온. 선택은 즉시 융합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신산업이 됩니다. 방송은 그것을 ‘임신’이라 부릅니다.”
박 교수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왜 골라야 합니까.”
최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왜냐하면 배서윤 학생이 우리에게 물었기 때문입니다. ‘교수님, 저는 뭘 골라야 합니까.’ ”
회의실이 조용해졌습니다. 김 교수가 말했습니다.
“그럼 우리가 답해야 합니다. 가장 경제적으로 타당한 조합을.”
김 교수가 먼저 나섰습니다.
“권도현 + 배서윤. 탄소 포집 건축 소재.”
그는 화이트보드에 적었습니다.
원료. 단양 석회석 분진(탄산칼슘) + 강화 왕골(나노 셀룰로오스).기술. 고려대 기계공학의 정밀 성형 + 이화여대 건축공학의 구조 설계.제품. CO2를 흡수하는 건축 외벽 패널. 그리고 생분해 단열재.시장. 글로벌 친환경 건축자재 시장. 2030년 500조 원. 탄소 포집 소재 시장 20조 원.마진. 25~35%.경쟁. 카본큐어, 카르비크리트, 솔리디아.진입장벽. 낮음. 2년이면 복제 가능.
김 교수가 말했습니다.
“건축은 거대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건물이 고객입니다. 그리고 우리 원료는 폐기물입니다. 원가가 거의 0입니다.”
박 교수가 물었습니다. “마진이 왜 낮습니까.”
김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건축은 보수적입니다. 그리고 경쟁이 많습니다. 그리고 정책 의존적입니다. 탄소세가 없으면 팔리지 않습니다.”
박 교수가 나섰습니다.
“문가온 + 배서윤. 생분해 의료 소재.”
그녀가 화이트보드에 적었습니다.
원료. 영등포 폐식용유(PHA) + 강화 왕골(나노 셀룰로오스).기술. 연세대 생명공학의 미생물 발효 + 이화여대 건축공학의 구조 설계.제품. 생체 흡수성 조직 스캐폴드. 그리고 생분해 건축 단열재.시장. 정형외과 임플란트 60조 원. 골이식재 4조 원. 재생의학 50조 원. 창상피복재 25조 원.마진. 65~75%.경쟁. 테파플렉스(PHA 봉합사, FDA 승인), 짐머바이오멧, 스트라이커.진입장벽. 높음. FDA 허가 5~7년. 특허 10년.
박 교수가 말했습니다.
“의료는 마진이 높습니다. 그리고 보험이 됩니다. 그리고 규제가 우리를 보호합니다. 경쟁자가 복제하려면 5년이 걸립니다.”
김 교수가 물었습니다. “시장이 작지 않습니까.”
박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정형외과만 60조입니다. 건축자재 500조보다 작지만, 마진이 세 배입니다. 그리고 재구매가 있습니다. 한 번 심으면, 평생 추적 관찰입니다.”
최 교수가 나섰습니다.
“권도현 + 문가온. 탄소 네거티브 건축 소재.”
원료. 석회석(탄산칼슘) + 폐식용유(PHA) + 왕골(셀룰로오스).기술. 세 학과의 융합.제품. CO2를 흡수하고, 생분해되는 건축 소재.시장. 친환경 건축자재 500조 원 + 탄소 포집 20조 원.마진. 30~40%.경쟁. 카본큐어, 카르비크리트.진입장벽. 중간. 3년.
김 교수가 말했습니다. “그건 배서윤 학생이 두 명을 다 고르는 겁니다. 룰 위반입니다.”
최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룰은 ‘파트너를 하나 고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직원을 뽑지 말라는 조항은 없습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습니다. 박 교수가 웃었습니다.
“최 교수님, 그건 배서윤 학생의 전략입니까, 교수님의 전략입니까.”
최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배서윤 학생의 전략입니다. 저는 그걸 ‘카르텔’이라고 부릅니다.”
김 교수가 계산기를 두드렸습니다.
“건축부터 봅시다. 2030년 시장 500조. 우리가 1%를 먹으면 5조. 마진 30%면 1조 5천억. 10년 뒤 기업가치는 15조.”
박 교수가 계산기를 두드렸습니다.
“의료부터 봅시다. 2030년 시장 60조. 우리가 5%를 먹으면 3조. 마진 70%면 2조 1천억. 10년 뒤 기업가치는 42조.”
김 교수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의료는 규제가 있습니다. FDA 허가가 5년입니다. 그동안 매출이 0입니다.”
박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건축은 정책이 있습니다. 탄소세가 없으면 매출이 0입니다.”
김 교수가 말했습니다. “건축은 빠릅니다. 3년이면 매출이 납니다.”
박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의료는 오래갑니다. 10년이면 특허가 방어합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습니다. 최 교수가 말했습니다.
“둘 다 맞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위험 조정을 해야 합니다.”
최 교수가 칠판에 적었습니다.
건축.성공 확률 60%. 실패 시 기업가치 0.기대값: 15조 × 0.6 = 9조.
의료.성공 확률 30%. 실패 시 기업가치 0.기대값: 42조 × 0.3 = 12조 6천억.
“의료가 3조 6천억 더 높습니다. 그런데 분산이 큽니다. 30%는 도박입니다.”
박 교수가 말했습니다. “30%는 도박이 아닙니다. 임상 1상 통과율입니다. 우리는 이미 전임상 데이터가 있습니다.”
김 교수가 물었습니다. “어디에.”
박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테파플렉스입니다. PHA는 이미 FDA 승인된 소재입니다. 봉합사로. 우리는 그것을 확장하는 겁니다.”
최 교수가 칠판 앞에 섰습니다.
“잠깐. 우리가 놓친 게 있습니다.”
그녀가 적었습니다.
“석회석 + 왕골 + 폐식용유 = 뼈.”
김 교수가 물었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최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뼈는 탄산칼슘 + 콜라겐 + 물입니다. 우리 원료는 탄산칼슘 + 셀룰로오스 + PHA입니다. 콜라겐 대신 PHA를 쓰면, 생분해되는 인공 뼈가 됩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습니다. 박 교수가 천천히 말했습니다.
“그러면... 석회석은 골전도성 미네랄입니다. 뼈가 자라서 붙습니다. 왕골은 구조 보강입니다. PHA는 생분해 매트릭스입니다. 셋이 합치면...”
최 교수가 마무리했습니다.
“완전 생분해성 인공 뼈.”
김 교수가 일어났습니다. “그건... 세 명을 다 쓰는 겁니다.”
최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배서윤은 문가온을 파트너로 고릅니다. 권도현은 공동 창업자로 뽑습니다. 룰 위반이 아닙니다.”
박 교수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건축은요.”
최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같은 플랫폼입니다. 하나의 소재, 두 개의 시장. 의료가 먼저 갑니다. 마진이 높으니까. 건축이 나중에 갑니다. 물량이 크니까.”
그들은 AI에게 물었습니다.
“석회석 + 왕골 + 폐식용유 기반 생분해성 인공 뼈의 경제성을 3,200번 계산하라. 비교 대상: (1) 탄소 포집 건축 소재 단독, (2) PHA 의료 소재 단독.”
AI가 계산했습니다. 3,200번.
결과.
(1) 건축 단독.TAM: 20조(탄소 포집) + 500조(친환경 건축)10년 후 기업가치: 15조.마진: 30%.규제 장벽: 2년.특허 방어: 5년.
(2) 의료 단독.TAM: 60조(정형외과) + 4조(골이식) + 50조(재생의학)10년 후 기업가치: 42조.마진: 70%.규제 장벽: 7년.특허 방어: 12년.
(3) 융합 (인공 뼈 + 건축).TAM: 의료 15조(골이식+스캐폴드) + 건축 50조(친환경 건축)10년 후 기업가치: 68조.마진: 의료 70%, 건축 30%.규제 장벽: 의료 7년 → 건축에 규제 프리미엄 전이.특허 방어: 15년 (의료 특허가 건축을 보호).
“68조... 그게... 맞습니까.”
박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AI가 3,200번 계산했습니다. 그중 78.4%가 융합이 최적이라고 나왔습니다.”
최 교수가 말했습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의료 특허가 건축을 보호합니다. 건축 소재는 특허가 약합니다. 그런데 의료용으로 승인받으면, 같은 소재가 건축에서도 프리미엄을 받습니다.”
김 교수가 말했습니다. “그건... 반칙 아닙니까.”
최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그게 전략입니다.”
72시간째. 세 교수는 지쳤습니다. 김밥은 다 먹었습니다. 커피는 식었습니다.
“저는 건축을 포기하겠습니다.”
박 교수가 놀랐습니다. “왜요.”
김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건축은 물량입니다. 의료는 가치입니다. 우리는 가치를 먼저 해야 합니다. 물량은 나중에 따라옵니다.”
박 교수가 말했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순서가 중요합니다. 의료가 먼저, 건축이 나중. 왜냐하면 의료 특허가 건축을 보호하기 때문입니다.”
최 교수가 말했습니다. “그럼 결정됐습니다.”
그녀가 칠판에 적었습니다.
파트너: 문가온 (연세대 생명공학).공동 창업자: 권도현 (고려대 기계공학).제품: 완전 생분해성 인공 뼈 “본체(本體)” + 생분해 건축 단열재 “본벽(本壁)”.시장: 의료 15조 + 건축 50조. 10년 후 기업가치 68조.
김 교수가 물었습니다. “배서윤 학생에게 뭐라고 말합니까.”
최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 ‘문가온을 골라라. 그리고 권도현을 뽑아라. 그게 가장 비싼 선택이다.’ ”
배서윤은 무대에 섰습니다.
배서윤이 말했습니다.
“저는 연세대 문가온을 선택합니다.”
관중석이 폭발했습니다. 연세대 측이 환호했습니다. 고려대 측이 야유했습니다. 권도현은 조용히 박수를 쳤습니다.
그리고 배서윤이 말을 이었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저는 권도현 씨를 공동 창업자로 받겠습니다.”
배서윤이 대답했습니다. “룰은 ‘파트너를 하나 고르라’고 했습니다. 저는 하나를 골랐습니다. 그리고 직원을 뽑았습니다. 룰에 직원을 뽑지 말라는 조항은 없습니다.”
배서윤이 대답했습니다. “좋습니다.”
배서윤은 웃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저는 계산했습니다. 교수님들이 3,200번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답은 하나였습니다. 의료가 먼저, 건축이 나중. 왜냐하면 의료 특허가 건축을 보호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저를 김치녀라고 부르십시오. 다만 한 가지만 기억하십시오. 저는 어머니 손을 계산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교수님들의 밤을 계산에 넣었습니다.”
문가온 — PHA. 영등포 치킨집 폐식용유. 미생물 발효. 생분해 고분자. FDA 승인 소재.
권도현 — 석회석. 단양 시멘트 공장 집진기 분진. 탄산칼슘. 나노 분쇄. 골전도성.
배서윤 — 왕골. 강화 화문석 공예 부산물. 나노 셀룰로오스. 구조 보강.
PHA 매트릭스. 생분해. 생체 흡수.나노 셀룰로오스. 강도 보강. 콜라겐 대체.탄산칼슘. 골전도성. 뼈가 자라서 붙음.
“완전 생분해성 인공 뼈. 본체(本體).”
첫 임상은 권역외상센터에서. 40대 노동자. 정강이뼈 분쇄 골절.
6주 뒤, 뼈가 붙었습니다. 6개월 뒤, 스캐폴드가 분해되기 시작했습니다. 1년 뒤, 완전히 흡수됐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환자 자신의 뼈가 자랐습니다.
집도의가 말했습니다. “이건... 뼈가 아니라... 씨앗입니다.”
배서윤이 대답했습니다. “논흙으로 만들었습니다.”
1개월 840억. 3개월 4조 7천억. 6개월 12조.
빌딩은 단양에 지었습니다. 시멘트 공장 옆에. 석회석 광산 아래에. 47층. 1층에는 무인 국밥집. 그 국밥집에서 일하는 분은 권도현의 아버지입니다.
3년 뒤. 회사 ‘본체’ 의 시가총액은 68조 원이 됐습니다.
사업부문.의료. 생분해성 인공 뼈. 매출 12조. 마진 70%.건축. 생분해 단열재. 매출 8조. 마진 30%.합계. 20조 매출. 68조 기업가치.
배서윤은 회장입니다. 문가온은 대표입니다. 권도현은 CTO입니다.
그리고 세 교수는 다시 회의실에 모였습니다. 김밥 네 줄. 커피 여섯 잔. 그리고 이번엔 막걸리 두 병.
김 교수가 말했습니다. “우리가 맞혔습니다.”
박 교수가 말했습니다. “AI가 맞혔습니다. 우리는 물어봤을 뿐입니다.”
최 교수가 말했습니다. “아니요. 우리가 질문을 만들었습니다. AI는 답만 했습니다.”
그들이 웃었습니다. 그리고 김 교수가 말했습니다.
“다음 시즌은 뭐가 나옵니까.”
최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그게 요점입니다.”
아무도 TV를 켜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새벽을 맞고 있었습니다. 석회석 냄새, 폐식용유 냄새, 왕골 냄새,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막걸리 냄새가 섞여 있었습니다.
교수들이었습니다.
문하린.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스물한 살. 키 169. 몸무게 47킬로그램. 얼굴은 흰데 눈썹이 짙습니다. 그 대비가 사람을 두 번 보게 만듭니다. 그녀가 무대에 서면 조명이 필요 없습니다. 실제로 조명 감독이 그랬습니다. “이 학생은 조명을 안 켜도 됩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신안 천일염 염전에서 일합니다. 새벽에 나가서, 소금을 긁습니다. 손이 갈라집니다. 소금이 갈라진 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염전에는 간수가 남습니다. 소금을 걷고 난 뒤의 쓴물. 마그네슘, 칼륨, 브롬. 버립니다. 하루에 40톤. 어머니는 그 간수를 버리는 사람입니다.
하린은 어릴 때 그 간수를 맛봤습니다. 쓰고, 목이 아팠습니다.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먹는 거 아니다. 저건 못 쓰는 거다.”
하린은 생각했습니다. 못 쓰는 거라.
서준혁. 고려대 화학공학과. 스물한 살. 키 186. 몸무게 79킬로그램. 어깨가 넓고, 손이 큽니다. 손등에 화상 자국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실험 실수입니다. 그 자국이 그를 더 남자로 보이게 합니다. 그가 무대에 서면 관중석이 조용해집니다. 남자들도 조용해집니다.
그의 아버지는 충남 서산 대산 석유화학단지 하청입니다. 탱크 내부를 청소합니다. 유황 슬러지. 황화수소. 냄새가 옷에 뱁니다. 20년 동안. 아버지의 손톱은 노랗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냄새를 지우려고 매일 목욕을 두 번 합니다. 그래도 냄새가 납니다.
준혁은 아버지의 작업복을 빨아 본 적이 있습니다. 세 번 빨아도 물이 노랬습니다. 그는 생각했습니다. 황은 안 지워진다.
차이안.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스물한 살. 키 184. 몸무게 76킬로그램. 눈이 깊고, 목이 깁니다. 그가 웃으면 여성 관중석이 조용해집니다. 그리고 남성 관중석도 조용해집니다. 그는 그것을 모릅니다. 그래서 더 낫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강원 정선 폐광산 산성배수 처리장 말단입니다. 갱도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중화시킵니다. 그 물은 황산입니다. 철과 망간이 녹아 있습니다. 붉고, 탁합니다. 아버지는 석회를 넣고, 침전시키고, 슬러지를 퍼냅니다. 그 슬러지는 철 진흙입니다. 하루에 12톤. 버립니다.
아버지의 장화는 1년에 세 번 갈립니다. 산성이 고무를 먹습니다.
이안은 아버지의 장화를 봤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이 물이 고무를 먹으면, 뭘 먹을 수 있지.
하린은 그 댓글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저는 어장을 만들러 온 게 아닙니다. 저는 어머니가 버리는 간수를 말하러 왔습니다.”
하린은 선택을 미뤘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진짜로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세 개의 폐기물이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간수의 마그네슘. 바닷물에 무한. 리튬보다 흔합니다.유황 슬러지의 황. 석유 정제 부산물. 넘쳐납니다.산성배수의 철. 광산 폐기물. 붉은 진흙.
마그네슘-황 배터리. 리튬 대신 마그네슘. 코발트 대신 황. 그리고 철 산화물 코팅.
셋이 있어야 배터리가 됩니다. 둘만으로는 안 됩니다.
하린은 서준혁에게 말했습니다.
“준혁 씨, 저는 당신의 황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안 씨의 철도 필요합니다.”
서준혁이 물었습니다. “그럼 둘 다 선택하시겠습니까.”
하린이 대답했습니다. “룰이 안 됩니다.”
하린이 대답했습니다. “당신이 이안 씨를 설득해 주십시오.”
서준혁이 웃었습니다. “제가요?”
하린이 말했습니다. “당신들은 경쟁자입니다. 그런데 경쟁자가 협력하면 카르텔입니다. 카르텔은 룰을 이깁니다.”
서준혁은 그 말을 오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차이안을 찾아갔습니다.
“이안 씨, 우리 협력하자.”
차이안이 웃었습니다. “우리는 경쟁자입니다.”
서준혁이 말했습니다. “경쟁에서 이기면 하나만 남습니다. 협력하면 셋이 남습니다.”
차이안이 침묵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그게… 룰입니까.”
서준혁이 대답했습니다. “룰을 읽는 게 실력입니다.”
“고려대 화공이 저러면 곤란하다. 선배로서 부끄럽다.”“연세대 지구시스템이 저런 애한테 끌려다니면 위상이 뭐가 되냐.”“이화여대는 원래 저렇다. 김치녀의 전형이다.”
서준혁은 그 글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노트에 적었습니다.
나는 수캐다.수캐는 무리를 지배한다.그런데 나는 무리를 지배하지 못한다.나는 아버지의 노란 손톱을 지배하지 못했다.나는 황을 지배하지 못했다.나는... 하린을 지배하지 못한다.
카메라가 켜져 있었습니다. 하린은 검은 원피스를 입었습니다. 서준혁은 렌탈 정장. 차이안도 렌탈 수트. 하루 12만 원.
하린이 먼저 말했습니다. “저는… 이 방에서 뭘 해야 합니까.”
서준혁이 말했습니다. “룰은 데이트입니다.”
차이안이 말했습니다. “룰은… 그다음이 있습니다.”
하린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압니다. 교미입니다.”
하린이 말했습니다.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됐습니다.”
서준혁이 말했습니다. “저도.”
차이안이 말했습니다. “저도.”
서준혁: “아빠, 오늘 목욕 두 번 하셨어?”
차이안: “아빠, 장화 새로 사세요.”
문하린: “엄마, 손에 소금 들어갔어?”
하린은 무대에 섰습니다.
하린이 말했습니다.
“저는 연세대 차이안을 선택합니다.”
관중석이 폭발했습니다. 연세대 측이 환호했습니다. 고려대 측이 야유했습니다. 서준혁은 조용히 박수를 쳤습니다.
그리고 하린이 말을 이었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저는 서준혁 씨를 공동 창업자로 받겠습니다.”
하린이 대답했습니다. “룰은 ‘파트너를 하나 고르라’고 했습니다. 저는 하나를 골랐습니다. 그리고 직원을 뽑았습니다. 룰에 직원을 뽑지 말라는 조항은 없습니다.”
하린이 대답했습니다. “좋습니다.”
하린 — 간수. 신안 염전 폐간수. 마그네슘 농도 4만 밀리그램/리터. 전기분해로 수산화마그네슘 추출. 그다음 900도 소결. 산화마그네슘. 배터리 전해질과 음극.
서준혁 — 유황 슬러지. 대산 석유화학 탱크 청소 폐기물. 황 함량 92%. 정제. 황 양극. 리튬 대신 황. 코발트가 필요 없습니다.
차이안 — 산성배수. 정선 폐광산. 철 4,700 밀리그램/리터. 중화 침전. 산화철. 배터리 양극 코팅. 그리고 망간. 전해질 첨가제.
마그네슘-황 배터리.
리튬이 없습니다. 코발트가 없습니다. 니켈이 없습니다. 대신 바닷물과 석유 부산물과 광산 폐수가 들어갑니다.
첫 시제품. 에너지 밀도 380와트시/킬로그램. 리튬인산철보다 1.4배. 원가 킬로와트시당 47달러. 리튬인산철은 90달러입니다. 절반.
하린이 대답했습니다.
“이 배터리는 폐기물로 만듭니다. 간수는 버려집니다. 유황 슬러지는 태웁니다. 산성배수는 중화해서 묻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삽니다. 킬로그램당 300원에.”
빌딩은 신안에 지었습니다. 염전 옆에. 논 한복판이 아니라, 갯벌 한복판에. 47층. 말뚝은 세라믹. 염분에 강해야 하니까.
1층에는 무인 국밥집. 그 국밥집에서 일하는 분은 하린의 어머니입니다.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나는 평생 소금을 긁었는데, 이제 국밥을 썬다.”
하린이 말했습니다. “엄마, 손에 소금 안 들어가셔도 됩니다.”
어머니가 웃었습니다. “이상하다. 30년 만에 손이 안 따갑다.”
2주 기업, 2주 학교. 신안과 서울을 오갔습니다. KTX에서 회의했습니다. 강의실에서 투자자 메일을 확인했습니다.
교수들이 밤새 도왔습니다. 화학공학과 교수는 황 양극 용량 감쇠를 같이 잡았습니다.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산성배수 조성을 같이 분석했습니다. 화학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마그네슘 소결 온도를 같이 계산했습니다.
하린이 대답했습니다. “저희는 학위보다 회사가 먼저 왔습니다.”
하린은 무대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계산했습니다. 정확히 계산했습니다. 왜냐하면 제 어머니는 30년 동안 간수를 버리고 계산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계산합니다.”
“여러분이 저를 욕하십시오. 다만 한 가지만 기억하십시오. 저는 어머니가 버린 간수를 계산에 넣었습니다. 그게 다릅니다.”
3개월 뒤, 하린의 지지율이 떨어졌습니다. 이유는 너무 완벽했기 때문입니다. 시청자는 완벽한 사람에게 지칩니다. 그리고 완벽한 사람이 실수하면, 배신감을 느낍니다.
“이화여대 문하린, 숙명여대 윤소이로 교체.”
관중석이 술렁였습니다. 하린은 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녀는 웃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숙명여대 윤소이. 스물한 살. 키 167. 몸무게 46킬로그램. 얼굴은 청순하고, 몸은 청순하지 않습니다. 전남 해남 고구마 전분 공장 말단의 딸.
“저는 숙명여대 윤소이입니다. 해남 고구마 전분 공장 딸입니다.”
그녀는 첫 주에 결정을 미뤘습니다. 여론이 터졌습니다.
성신여대 이지안. 스물한 살. 키 171. 몸무게 48킬로그램. 영광 굴비집 딸.
관중석이 폭발했습니다. 여론이 뒤집혔습니다.
김치녀 전쟁의 승자는 문하린이었습니다.
정확히는, 그녀는 무대에서 졌습니다. 그리고 이지안이 무대에서 이겼습니다. 그런데 이지안은 기술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굴비를 말릴 줄 압니다. 간수에서 마그네슘을 뽑을 줄 모릅니다. 유황에서 황을 정제할 줄 모릅니다. 산성배수에서 철을 침전시킬 줄 모릅니다.
그래서 이지안은 문하린을 찾아갔습니다.
“문 회장님, 저는 무대에서 이겼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없습니다.”
하린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무대에서 졌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있습니다.”
하린이 웃었습니다. “그게 제가 처음부터 하려던 겁니다.”
3년 뒤, 회사 ‘염전(鹽電)’ 의 시가총액은 94조 원이 됐습니다.
사업부문.마그네슘-황 배터리. 매출 18조. 전기차 보조금 없는 시장. ESS. 선박.산화철 코팅 소재. 매출 4조. 배터리 양극.간수 유래 마그네슘 화합물. 매출 2조. 제약, 난연제, 사료 첨가제.폐기물 원료 조달. 연 470만 톤. 킬로그램당 300원.
리튬 가격이 폭등해도 그들은 안 흔들렸습니다. 코발트가 전쟁 나도 안 흔들렸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원료는 바닷물과 석유 부산물과 광산 폐수이기 때문입니다.
서준혁의 아버지는 대산 국밥집에서 일합니다. 손톱은 여전히 노랗습니다.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목욕을 두 번 안 합니다. 냄새가 안 나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유황 슬러지를 사 갔기 때문입니다.
차이안의 아버지는 정선 국밥집에서 일합니다. 장화를 1년에 한 번 갈아 신습니다. 산성배수를 회사가 사 가기 때문입니다. 이제 고무를 먹는 물이 없습니다.
문하린의 어머니는 신안 국밥집에서 일합니다. 손이 갈라지지 않습니다. 소금을 긁지 않기 때문입니다. 간수를 회사가 사 가기 때문입니다.
하린은 가끔 신안에 내려갑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국밥을 먹습니다.
하린이 웃었습니다. “네.”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나는 네가 김치녀인지 모르겠다. 다만 네가 내가 버리던 간수를 배터리로 만든 건 안다.”
하린이 울었습니다.
아무도 TV를 켜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새벽을 맞고 있었습니다. 간수 냄새, 유황 냄새, 산성배수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간수였습니다.
등장하는 학교·기업·인물은 모두 허구입니다. 작중 ‘김치녀’ 같은 표현은 방송과 여론이 붙인 조롱이며, 소설은 그것을 비판적으로 다룹니다. 성적 결합과 임신은 은유로만 다룹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 이야기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합니다.
전남 신안군 증도면. 갯벌. 하루에 두 번 물에 잠기고, 두 번 드러납니다. 그 사이에 사람은 아무것도 지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짓지 않았습니다.
문하린은 그 갯벌에 섰습니다. 스물한 살.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검은 원피스. 그리고 손에는 간수 한 통이 들려 있었습니다.
“여기서 시작하겠습니다.”
방송 카메라가 돌아갔습니다. 관중석이 웃었습니다. 그리고 여론이 터졌습니다.
“갯벌에 뭘 지어.”“김치녀 또 시작이네.”“300조 받아서 갯벌에?”
시청자 여러분, 그 300조는 별풍선이었습니다. 1,000원이 1주. 470배. 그리고 그 돈이 모여 300조가 됐습니다.
하린은 웃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갯벌은 두 번 잠깁니다. 그래서 두 번 일하면 됩니다.”
첫 6개월. 그들은 컨테이너 여섯 개를 놓았습니다.
1호 — 실험실. 간수 전기분해조. 마그네슘 추출.2호 — 실험실. 유황 정제조. 대산에서 온 슬러지.3호 — 실험실. 산화철 침전조. 정선에서 온 산성배수.4호 — 기숙사. 침대 여섯 개.5호 — 식당. 무인 국밥집. 하린의 어머니가 썰었습니다.6호 — 사무실. 책상 세 개. 화이트보드 하나.
그리고 컨테이너에는 말뚝이 필요했습니다. 갯벌은 물을 머금습니다. 철근은 삽니다. 그래서 그들은 세라믹 말뚝을 썼습니다. 4,700개. 깊이 18미터. 암반까지.
그 말뚝이 첫 번째 특허가 됐습니다.
첫 시련은 수지상 성장이었습니다.
마그네슘 배터리의 치명적 문제. 충전할 때 마그네슘 금속이 바늘처럼 자랍니다. 수지상. 그 바늘이 분리막을 뚫습니다. 배터리가 폭발합니다.
첫 시제품이 47번째 충전에서 터졌습니다. 실험실 1호 컨테이너가 탔습니다. 소화기로 껐습니다.
서준혁이 말했습니다. “리튬도 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차이안이 말했습니다. “리튬은 해결했습니다. 전해질 첨가제로.”
하린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그럼 우리도 첨가제를 찾읍시다.”
그들은 간수로 돌아갔습니다. 간수에는 마그네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칼슘, 칼륨, 브롬, 붕소가 있습니다. 그중 브롬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브롬 이온이 마그네슘 표면에 흡착했습니다. 그리고 수지상의 끝을 둥글게 만들었습니다.
47번째 시도에서 성공했습니다. 470회 충전. 1,200회 충전. 3,200회 충전. 팽창 없음.
그것이 두 번째 특허가 됐습니다.
두 번째 시련은 태풍이었습니다.
9월. 태풍 '간수'. 최대 풍속 54미터. 갯벌은 물에 잠겼습니다. 컨테이너 여섯 개 중 세 개가 날아갔습니다.
하린은 본사 컨테이너에 앉아 있었습니다. 물이 무릎까지 찼습니다. 서준혁이 말했습니다.
“피해야 합니다.”
하린이 대답했습니다. “어디로요.”
차이안이 말했습니다. “말뚝이 있습니다.”
그들은 말뚝에 몸을 묶었습니다. 4,700개 중 첫 번째 말뚝에. 세 사람이. 그리고 밤을 새웠습니다.
새벽 4시. 태풍이 지나갔습니다. 말뚝은 서 있었습니다. 세 사람은 살아 있었습니다.
하린이 말했습니다. “말뚝이 우리를 살렸습니다.”
서준혁이 말했습니다. “말뚝은 우리가 박았습니다.”
하린이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우리를 살린 겁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 장면은 방송에 나갔습니다. 화질은 나빴습니다. PD의 휴대폰으로 찍혔기 때문입니다. 시청률 51%. 역대 최고.
2년째. 그들은 빌딩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갯벌 한복판에. 47층. 연면적 12만 제곱미터. 말뚝 4,700개 위에.
시련 1 — 염분. 바닷바람이 철근을 먹습니다. 그래서 철근을 세라믹 복합재로 바꿨습니다. 세 번째 특허.
시련 2 — 조수. 하루 두 번 물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공정을 조수 시간표에 맞췄습니다. 썰물에 콘크리트 타설. 밀물에 양생. 네 번째 특허.
시련 3 — 지반. 갯벌은 물을 머금습니다. 그래서 말뚝을 나선형으로 박았습니다. 회전하며 들어가게. 다섯 번째 특허.
3년째, 골조가 올라갔습니다. 하린은 매일 공사장에 섰습니다. 안전모를 쓰고, 장화를 신고. 그녀의 손은 갈라졌습니다. 소금 때문에. 어머니 손처럼.
어머니가 왔습니다. 그리고 딸의 손을 봤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이제 네 손이 나를 닮았구나.”
빌딩은 층별로 열렸습니다.
1층. 무인 국밥집. 하린의 어머니.2층. 무인 편의점. 24시간.3층. 무인 약국. 무인 우체국.4층. 무인 마트. 갯벌 특산물 — 낙지, 짱뚱어, 갯지렁이.5층. 무인 어판장. 경매는 AI.6층. 노인요양. 신안 어르신 열두 분.7층. 사립 초등학교. 학생 47명. 대부분 다문화.8층~12층. 배터리 생산라인 1~5.13층~20층. 배터리 생산라인 6~13.21층~25층. 연구소. 소재, 전해질, 분리막.26층~30층. 사무실. 재무, 인사, 법무.31층~35층. 임대. 중소기업 47곳.36층~40층. 물류. 무인 트럭 충전소.41층~45층. 에너지저장장치(ESS) 실증단지.46층. 회장실.47층. AR 회의실. 유리. 갯벌이 보임.
그리고 옥상. 헬리패드. 그리고 말뚝 하나. 첫 번째 말뚝. 그들은 그것을 옥상에 세웠습니다. 기념으로.
빌딩이 서자, 사람들이 왔습니다.
신안군수. 그는 말했습니다. “이게… 갯벌에 지은 겁니까.”
하린이 대답했습니다. “네.”
“말뚝은요.”
“4,700개입니다.”
군수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저는 삼십 년 동안 이 갯벌을 봤습니다. 아무도 여기에 뭘 짓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안 되니까.”
하린이 대답했습니다. “안 되는 게 아니라, 안 해 본 겁니다.”
군수는 그날 저녁, 군청에 돌아가서 서류를 준비했습니다. “염전 특별지원조례.” 그리고 군의회를 통과시켰습니다.
목포시장. 그는 관광을 합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이 빌딩을 관광 코스에 넣겠습니다.”
무안군수. 그는 공항이 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배터리 물류를 공항으로 하십시오.”
함평군수. 그는 나비축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축제 기간에 숙박을 빌려 주십시오.”
영광군수. 그는 굴비가 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굴비 포장에 배터리를 넣겠습니다.” — 이것은 농담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린이 진지하게 받았습니다. “굴비 냉장 물류에 저희 ESS를 쓰십시오.”
그리고 면장 열두 명이 왔습니다. 그들은 서명했습니다. “염전 시스템 협력 서약.”
시청자 여러분, 이것은 강요가 아닙니다. 계약입니다. 그런데 계약이 열여섯 개가 되면, 그것은 서약이 됩니다.
5년째. 염전의 매출은 1조 2천억이었습니다.
중소기업이었습니다. 그런데 넘어야 할 벽이 있었습니다. 양산 검증.
배터리는 실험실에서 되고, 공장에서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율. 균일도. 열관리. 그들은 3년 동안 수율 47%에서 92%까지 올렸습니다.
전환점은 선박이었습니다.
노르웨이의 한 전기 페리 회사가 왔습니다. 그들은 리튬 배터리를 썼습니다. 그런데 화재가 났습니다. 두 척이 탔습니다. 그들은 대안을 찾았습니다.
염전의 마그네슘-황 배터리는 열폭주 온도가 높았습니다. 리튬은 150도에서 열폭주. 마그네슘-황은 470도. 그리고 황은 물과 만나면 반응이 멈춥니다. 자기 소화.
첫 계약은 4,700억 원. 페리 열두 척.
그리고 전기차 보조금 없는 시장이 열렸습니다. 인도, 동남아, 아프리카. 그들은 리튬을 살 돈이 없습니다. 그런데 마그네슘-황은 리튬인산철의 절반 가격입니다.
7년째, 매출 18조. 중견기업을 넘어 대기업이 됐습니다.
10년째. 염전의 매출은 94조.
사업부문.배터리. 매출 62조. 전기차, 선박, ESS, 항공.소재. 매출 18조. 마그네슘 화합물, 황 화합물, 산화철 코팅.폐기물 조달. 연 4,700만 톤. 전 세계 47개국.에너지. 매출 14조. 재생에너지 저장. 신안 해상풍력 연계.
그리고 그들은 미국 서부 빅테크와 경쟁하게 됐습니다.
정확히는, 빅테크가 데이터센터 전력을 위해 ESS를 사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장은 470조 원. 빅테크는 자체 배터리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마그네슘-황 특허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원료가 바닷물과 석유 부산물과 광산 폐수였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 원료를 살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원료는 폐기물이고, 폐기물은 지역에 있습니다.
염전은 그 지역들을 독점 계약했습니다. 신안, 대산, 정선, 그리고 세계 47개국 470개 폐기물 처리장.
그것이 해자(垓字)였습니다.
13년째. 염전의 시가총액은 1,200조 원. 미국 서부 빅테크 다섯 곳의 합계를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그 빅테크 중 하나가 인수 제안을 했습니다.
하린은 이사회에서 말했습니다.
“거절합니다.”
이사가 물었습니다. “이유가 뭡니까.”
“저는 갯벌에서 시작했습니다. 갯벌은 남의 땅이 아닙니다. 갯벌은 두 번 잠기고 두 번 드러납니다. 그것은 빅테크가 사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사는 것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제 마지막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결혼은 3년째에 했습니다. 신안에서. 갯벌 앞에서. 하객은 470명. 그중 300명은 신안 주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아이를 가졌습니다.
정확히는, 그들은 두 개의 임신을 동시에 했습니다. 하나는 생물학적 임신. 하나는 산업적 임신.
생물학적 임신은 은유로만 말하겠습니다. 밤에 그들은 실험실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새벽이 왔습니다.
산업적 임신은 그보다 어려웠습니다. 그들은 3년 동안 전고체 마그네슘 배터리를 연구했습니다.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꾸는 것. 47번 실패. 470번 실패. 4,700번 실패.
그리고 4,701번째에 성공했습니다.
두 임신은 같은 달에 완성됐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날, 전고체 배터리도 인증을 받았습니다.
하린은 병원에서 그것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웃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둘 다 내 새끼다.”
그들은 2주 기업, 2주 학교를 13년 동안 반복했습니다.
정확히는, 그들은 졸업하지 않았습니다. 회장이 됐지만, 학점은 남아 있었습니다. 실험 과목. 졸업 논문. 그들은 그것을 13년에 걸쳐 이수했습니다.
교수들이 밤새 도왔습니다. 화학공학과 교수는 황 양극 열화를 같이 잡았습니다.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산성배수 조성을 같이 분석했습니다. 화학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마그네슘 소결을 같이 계산했습니다.
졸업 논문 심사 날, 교수가 물었습니다.
“문하린 씨, 13년 동안 회사를 하면서 학교를 다니셨습니다. 왜 졸업을 미루셨습니까.”
“졸업하면 끝날 것 같아서요.”
교수가 웃었습니다. “졸업은 끝이 아닙니다.”
하린이 대답했습니다. “압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 배울 게 있었습니다.”
졸업식 날, 하린은 학사모를 썼습니다. 그리고 갯벌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나는 이제 시작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 이야기는 돈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돈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하린은 13년 동안 세 번 무너졌습니다.
첫 번째. 수지상 폭발. 컨테이너가 탔을 때. 그녀는 “내가 틀렸다”고 말했습니다.두 번째. 태풍. 컨테이너 세 개가 날아갔을 때. 그녀는 “내가 약했다”고 말했습니다.세 번째. 3년째. 지지율이 47%에서 31%로 떨어졌을 때. 그녀는 “내가 김치녀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세 번 다 일어났습니다. 다만 같은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첫 번째에는 기술로 일어났습니다. 브롬 첨가제.두 번째에는 사람으로 일어났습니다. 말뚝에 몸을 묶은 세 사람.세 번째에는 말로 일어났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버린 간수를 계산에 넣었습니다.”
그녀는 13년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밑바닥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밑바닥은 자리가 아니라, 방향이었습니다. 밑바닥은 아래가 아니라, 시작이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방정식은 계속됩니다.
갯벌 한복판. 47층 빌딩. 옥상에는 첫 번째 말뚝이 서 있습니다.
1층 국밥집에는 하린의 어머니가 있습니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갈라졌습니다.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소금 때문이 아닙니다. 나이 때문입니다.
서준혁의 아버지는 대산 국밥집에서 일합니다. 손톱은 여전히 노랗습니다.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목욕을 두 번 안 합니다.
차이안의 아버지는 정선 국밥집에서 일합니다. 장화를 1년에 한 번 갈아 신습니다. 산성배수를 회사가 사 가기 때문입니다.
하린과 차이안의 아이는 일곱 살입니다. 이름은 문간수. 할머니가 지었습니다. “간수에서 왔다.”
아이는 갯벌에서 놉니다. 썰물에 나가서 게를 잡습니다. 밀물에 들어옵니다. 하루에 두 번.
어느 날 아이가 물었습니다.
“엄마, 왜 여기서 시작했어?”
“아무것도 없어서.”
아이가 물었습니다. “그럼 지금은?”
하린이 갯벌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대답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이제는, 아무것도 없는 게 좋아.”
아무도 TV를 켜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새벽을 맞고 있었습니다. 간수 냄새, 유황 냄새, 산성배수 냄새, 그리고 갯벌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갯벌이었습니다.
등장하는 학교·기업·인물은 모두 허구입니다. 작중 ‘김치녀’ ‘수캐’ 같은 표현은 방송과 여론이 붙인 조롱이며, 소설은 그것을 비판적으로 다룹니다. 성적 결합과 임신은 은유로만 다룹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번 시즌의 세 사람은 이렇습니다.
세 곳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전부 버려집니다.
누에고치는 실을 뽑고 나면 번데기와 허물이 남습니다. 감귤은 즙을 짜고 나면 껍질이 남습니다. 갓은 잎만 쓰고 줄기와 뿌리가 남습니다. 세 공장 모두 그 폐기물을 돈을 주고 처리합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 이야기는 그 처리비에서 시작합니다.
하도윤. 고려대 재료공학과. 스물한 살. 키 185. 어깨가 넓고 목이 굵습니다. 손이 큽니다. 그가 무대에 서면 조명이 남습니다. 실제로 조명 감독이 그랬습니다. “이 학생은 빛을 먹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부안의 누에 실켜기 공장에서 일합니다. 하루 열두 시간. 자견(煮繭) — 누에고치를 뜨거운 물에 삶아 실을 뽑는 공정입니다. 손이 물에 붑니다. 겨울에는 갈라집니다. 어머니의 손가락은 굵고 짧습니다. 실을 감느라 관절이 굳었기 때문입니다.
도윤은 어머니 손을 봤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엄마, 이거 안 아파.”
윤태오. 연세대 화학공학과. 스물한 살. 키 184. 수영 선수 출신. 등이 넓고 허리가 좁습니다. 그가 웃으면 여성 관중석이 조용해집니다. 그리고 남성 관중석도 조용해집니다.
그의 아버지는 서귀포 대정읍의 감귤 착즙 공장에서 일합니다. 즙을 짜고 남은 껍질을 트럭에 상차합니다. 하루에 12톤. 20년 동안. 아버지의 허리는 디스크입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앉을 때 반드시 손으로 허리를 받칩니다.
태오는 아버지의 허리 사진을 봤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그리고 그날 밤, 감귤 껍질이 뭔지 검색했습니다.
“펙틴. 수용성 식이섬유. 젤화제. 그리고… 하이드로겔 원료.”
그는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가 상차하는 게 젤이 된다고?
정유하.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과. 스물한 살. 키 170. 몸무게 48킬로그램. 얼굴은 흰데 눈썹이 짙습니다. 그 대비가 사람을 두 번 보게 만듭니다. 그녀가 걸으면 잠실 보조경기장의 공기가 바뀝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여수 돌산의 갓 절임 공장에서 일합니다. 하루 열두 시간. 소금물 침지조에 갓을 담그고, 뒤집고, 건집니다. 손이 하얗게 붑니다. 소금이 갈라진 틈으로 들어갑니다. 어머니는 겨울에 장갑을 두 겹 낍니다. 그래도 소금이 들어옵니다.
유하는 어머니 손을 봤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엄마, 이거 안 따가워.”
어머니가 대답했습니다. “따가운 줄 모르겠어. 익숙해져서.”
유하는 그 댓글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유하는 선택을 미뤘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진짜로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세 개의 폐기물이 모두 필요하다고 계산했기 때문입니다.
도윤의 누에고치 → 실크 피브로인. 투명하고, 생체 적합하고, 2주 만에 분해됩니다. 기판이 됩니다.태오의 감귤 껍질 → 펙틴. 젤화됩니다. 이온이 통과합니다. 전해질이 됩니다.유하의 갓 → 알릴 이소티오시아네이트(AITC). 세균막을 파괴합니다. 항균 코팅이 됩니다.
셋을 합치면 몸에 붙이고, 체액으로 작동하고, 2주 뒤 사라지는 센서가 됩니다.
유하는 도윤에게 말했습니다.
“도윤 씨, 저는 당신의 실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태오 씨의 펙틴도 필요합니다.”
도윤이 물었습니다. “그럼 둘 다 선택하시겠습니까.”
유하가 대답했습니다. “룰이 안 됩니다.”
유하가 대답했습니다. “당신이 태오 씨를 설득해 주십시오.”
도윤이 웃었습니다. “제가요?”
유하가 말했습니다. “당신들은 경쟁자입니다. 그런데 경쟁자가 협력하면 카르텔입니다. 카르텔은 룰을 이깁니다.”
도윤은 그 말을 오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태오를 찾아갔습니다.
“태오 씨, 우리 협력하자.”
태오가 웃었습니다. “우리는 경쟁자입니다.”
도윤이 말했습니다. “경쟁에서 이기면 하나만 남습니다. 협력하면 셋이 남습니다.”
태오가 침묵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그게… 룰입니까.”
도윤이 대답했습니다. “룰을 읽는 게 실력입니다.”
“고려대 재료가 저러면 곤란하다. 선배로서 부끄럽다.”“연세대 화공이 저런 애한테 끌려다니면 위상이 뭐가 되냐.”“이화여대는 원래 저렇다. 김치녀의 전형이다.”
도윤은 그 글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노트에 적었습니다.
나는 수캐다.수캐는 무리를 지배한다.그런데 나는 무리를 지배하지 못한다.나는 어머니의 굵은 손가락을 지배하지 못했다.나는 누에고치를 지배하지 못했다.나는... 유하를 지배하지 못한다.
카메라가 켜져 있었습니다. 유하는 검은 원피스를 입었습니다. 도윤은 렌탈 정장. 태오도 렌탈 수트. 하루 12만 원.
유하가 먼저 말했습니다. “저는… 이 방에서 뭘 해야 합니까.”
도윤이 말했습니다. “룰은 데이트입니다.”
태오가 말했습니다. “룰은… 그다음이 있습니다.”
유하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압니다. 교미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 장면은 방송에 나갔습니다. 시청률 49%. 역대 최고였습니다.
유하가 말했습니다.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됐습니다.”
도윤이 말했습니다. “저도.”
태오가 말했습니다. “저도.”
도윤: “엄마, 오늘 손 뜨거운 물에 오래 담갔어?”태오: “아빠, 허리 받치고 앉으세요.”유하: “엄마, 장갑 두 겹 꼭 끼세요.”
유하는 무대에 섰습니다.
유하가 말했습니다.
“저는 고려대 하도윤을 선택합니다.”
관중석이 폭발했습니다. 고려대 측이 환호했습니다. 연세대 측이 야유했습니다. 태오는 조용히 박수를 쳤습니다.
그리고 유하가 말을 이었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저는 윤태오 씨를 공동 창업자로 받겠습니다.”
유하가 대답했습니다. “룰은 ‘파트너를 하나 고르라’고 했습니다. 저는 하나를 골랐습니다. 그리고 직원을 뽑았습니다. 룰에 직원을 뽑지 말라는 조항은 없습니다.”
유하가 대답했습니다. “좋습니다.”
도윤 — 실크 피브로인. 부안의 누에고치를 탄산나트륨으로 정련하고, 브롬화리튬에 녹이고, 투석하고, 건조했습니다. 결과는 투명한 필름. 두께 20마이크로미터. 인장강도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의 1.4배. 그리고 체내에서 2주에 분해.
태오 — 펙틴 전해질. 제주 감귤 껍질을 산 추출하고, 에탄올 침전시키고, 가소제를 넣었습니다. 결과는 젤. 이온 전도도 4.7 밀리시멘스/센티미터. 리튬이온 배터리 액체 전해질의 40% 수준. 그런데 몸에 무해하고 분해됩니다.
유하 — 갓 항균 코팅. 여수 돌산 갓의 줄기와 뿌리에서 AITC를 추출하고, 마이크로캡슐에 담았습니다. 결과는 코팅. 세균막 형성을 92% 억제. 그리고 캡슐이 서서히 터지면서 2주간 항균 효과 유지.
실크 기판 + 펙틴 전해질 + 갓 항균 코팅.
결과는 몸에 붙이는 센서. 두께 0.2밀리미터. 배터리 없음. 체액의 나트륨과 칼륨으로 작동. 그리고 2주 뒤 사라집니다.
유하가 대답했습니다.
“이 센서는 상처 위에 붙입니다. 그러면 상처가 말합니다. 염증이 있는지, 감염이 있는지, 회복 중인지. 그리고 2주 뒤 센서는 사라집니다. 떼어낼 필요가 없습니다.”
첫 시련은 젤 마름이었습니다.
펙틴 젤은 물을 머금습니다. 그런데 공기 중에 두면 마릅니다. 마르면 전도도가 떨어집니다. 47번째 시제품은 3일 만에 죽었습니다.
태오가 말했습니다. “가소제를 늘려야 합니다.”
도윤이 말했습니다. “그러면 젤이 흘러내립니다.”
유하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실크로 잡읍시다.”
그녀는 실크 피브로인을 나노 섬유로 만들었습니다. 그 섬유가 젤 안에 그물을 쳤습니다. 물이 빠져나가지 못했습니다. 전도도가 14일 동안 유지됐습니다.
그것이 첫 번째 특허가 됐습니다.
두 번째 시련은 항균 캡슐 터짐이었습니다.
AITC 캡슐이 너무 빨리 터졌습니다. 하루 만에 다 나왔습니다. 그러면 2주 항균이 안 됩니다.
유하는 캡슐을 키토산으로 두 겹 쌌습니다. 키토산은 체액의 리소자임에 분해됩니다. 천천히. 하루에 7%씩. 14일이면 98%.
세 번째 시련은 새만금이었습니다.
그들은 부지로 새만금 간척지를 골랐습니다. 부안과 군산 사이. 바다를 막아 만든 땅. 소금기. 바람. 그리고 아무것도 없음.
첫 6개월은 컨테이너 여섯 개였습니다.
1호 — 실험실. 실크 정련조.2호 — 실험실. 펙틴 추출조.3호 — 실험실. AITC 캡슐화.4호 — 기숙사. 침대 여섯 개.5호 — 식당. 무인 국밥집. 도윤의 어머니가 썰었습니다.6호 — 사무실. 책상 세 개.
그리고 태풍 '갓' 이 왔습니다. 9월. 최대 풍속 51미터. 컨테이너 여섯 개 중 네 개가 날아갔습니다.
유하는 남은 컨테이너에 앉아 있었습니다. 물이 무릎까지 찼습니다. 도윤이 말했습니다.
유하가 대답했습니다. “어디로요.”
태오가 말했습니다. “말뚝입니다.”
그들은 세라믹 말뚝을 박아 두었습니다. 간척지 지반용. 4,700개. 첫 번째 말뚝에 몸을 묶었습니다. 세 사람이. 그리고 밤을 새웠습니다.
유하가 말했습니다. “말뚝이 우리를 살렸습니다.”
도윤이 말했습니다. “말뚝은 우리가 박았습니다.”
유하가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우리를 살린 겁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 장면은 방송에 나갔습니다. 화질은 나빴습니다. PD의 휴대폰으로 찍혔기 때문입니다. 시청률 54%. 역대 최고.
3년째. 그들은 빌딩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새만금 간척지 한복판에. 47층. 연면적 12만 제곱미터. 말뚝 4,700개 위에.
시련 2 — 조수. 간척지에도 물이 듭니다. 그래서 공정을 조수 시간표에 맞췄습니다. 네 번째 특허.
시련 3 — 지반. 간척지는 물을 머금습니다. 그래서 말뚝을 나선형으로 박았습니다. 다섯 번째 특허.
5년째, 골조가 올라갔습니다. 유하는 매일 공사장에 섰습니다. 안전모를 쓰고, 장화를 신고. 그녀의 손은 갈라졌습니다. 소금 때문에. 어머니 손처럼.
어머니가 새만금에 왔습니다. 그리고 딸의 손을 봤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유하가 울었습니다.
1층. 무인 국밥집. 도윤의 어머니.2층. 무인 편의점. 24시간.3층. 무인 약국. 무인 우체국.4층. 무인 마트. 간척지 특산물 — 새만금 쌀, 간척지 미나리.5층. 무인 수산센터. 군산 어판장 연계. 경매는 AI.6층. 노인요양. 부안·군산 어르신 열두 분.7층. 사립 초등학교. 학생 47명.8층~15층. 센서 생산라인 1~8. 클린룸.16층~20층. 연구소. 실크, 펙틴, AITC.21층~25층. 사무실. 재무, 인사, 법무, 규제.26층~30층. 임대. 중소기업 47곳.31층~35층. 물류. 무인 트럭 충전소.36층~40층. 임상 지원센터. 권역외상센터 연계.41층~45층. 글로벌 사업부.46층. 회장실.47층. AR 회의실. 유리. 간척지가 보임. 그리고 바다가 보임.
옥상. 헬리패드. 그리고 말뚝 하나. 첫 번째 말뚝. 그들은 그것을 옥상에 세웠습니다. 기념으로.
부안군수. 그는 말했습니다. “이게… 간척지에 지은 겁니까.”
유하가 대답했습니다. “네.”
군수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저는 삼십 년 동안 이 간척지를 봤습니다. 아무도 여기에 뭘 짓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안 되니까.”
유하가 대답했습니다. “안 되는 게 아니라, 안 해 본 겁니다.”
군수는 그날 저녁, 군청에 돌아가서 서류를 준비했습니다. “간척지 특별지원조례.” 그리고 군의회를 통과시켰습니다.
군산시장. 그는 말했습니다. “새만금 물류를 저희 항구로 하십시오.”김제시장. 그는 말했습니다. “쌀을 저희한테서 사십시오.”정읍시장. 그는 말했습니다. “공장 부지를 저희한테 주십시오.”여수시장. 유하의 고향입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갓 절임 폐기물을 전량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면장 열두 명, 읍장 세 명이 왔습니다. 그들은 서명했습니다. “새만금 시스템 협력 서약.”
7년째. 매출 1조 2천억. 중소기업이었습니다.
넘어야 할 벽은 규제였습니다. 의료기기는 식약처와 FDA를 통과해야 합니다. 그들은 3년 동안 임상을 돌렸습니다.
첫 임상은 권역외상센터에서. 40대 노동자. 화상. 등 20%. 그들은 실크 센서를 상처 위에 붙였습니다.
3일째. 센서가 말했습니다. “감염 신호. 녹농균 의심.”집도의가 배양을 돌렸습니다. 맞았습니다. 항생제를 바꿨습니다.14일째. 센서가 사라졌습니다. 흔적 없이.
집도의가 말했습니다. “이건… 붙이는 게 아니라, 심는 겁니다.”
유하가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2주 뒤 사라집니다.”
첫 승인은 식약처 3등급. 그다음 FDA 510(k). 그리고 혁신의료기기 지정.
9년째. 매출 18조. 중견기업을 넘어 대기업이 됐습니다.
13년째. 매출 94조.
사업부문.생분해 센서. 매출 42조. 창상 피복, 지속 생체 모니터링, 수술 후 추적.소재. 매출 28조. 실크 피브로인 필름, 펙틴 전해질, AITC 캡슐. 타사 라이선스.폐기물 조달. 연 4,700만 톤. 47개국.임상 지원. 매출 24조. 권역외상센터 470곳 연계.
정확히는, 빅테크가 웨어러블 의료기기 시장에 들어왔습니다. 그들은 실리콘과 리튬 배터리를 썼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배터리 교체와 피부 자극이었습니다. 소비자는 3일마다 떼어내야 했습니다.
새만금의 센서는 2주 동안 붙어 있고, 그냥 사라집니다. 배터리가 없습니다.
빅테크가 라이선스를 요청했습니다. 유하는 거절했습니다.
이사가 물었습니다. “왜 거절합니까. 돈이 됩니다.”
유하가 대답했습니다. “라이선스를 주면 그들은 실리콘으로 만듭니다. 우리는 누에와 감귤과 갓으로 만듭니다. 그게 다릅니다.”
그들은 원료를 통제했습니다. 부안의 누에농가, 서귀포의 감귤농가, 여수의 갓농가. 4,700 농가와 독점 계약. 그리고 그 계약은 10년 단위였습니다.
15년째. 시가총액 1,400조 원. 미국 서부 빅테크 다섯 곳의 합계를 넘어섰습니다.
결혼은 3년째에 했습니다. 새만금에서. 간척지 앞에서. 하객 470명. 그중 300명은 부안·서귀포·여수 주민이었습니다.
정확히는, 두 개의 임신을 동시에 했습니다. 하나는 생물학적 임신. 하나는 산업적 임신.
산업적 임신은 그보다 어려웠습니다. 그들은 3년 동안 완전 분해형 다중 센서를 연구했습니다. 하나의 필름에 심박, 체온, 젖산, 염증 지표를 동시에 읽는 것. 47번 실패. 470번 실패. 4,700번 실패.
두 임신은 같은 달에 완성됐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날, 다중 센서도 인증을 받았습니다.
유하는 병원에서 그것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웃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정확히는, 그들은 졸업하지 않았습니다. 회장이 됐지만 학점이 남아 있었습니다. 실험 과목. 졸업 논문. 그들은 그것을 13년에 걸쳐 이수했습니다.
교수들이 밤새 도왔습니다. 재료공학과 교수는 실크 베타시트 결정화를 같이 잡았습니다. 화학공학과 교수는 펙틴 가교 밀도를 같이 계산했습니다.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AITC 캡슐 방출 곡선을 같이 봤습니다.
“정유하 씨, 13년 동안 회사를 하면서 학교를 다니셨습니다. 왜 졸업을 미루셨습니까.”
유하가 대답했습니다. “압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 배울 게 있었습니다.”
졸업식 날, 유하는 학사모를 썼습니다. 그리고 간척지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유하는 13년 동안 세 번 무너졌습니다.
첫 번째. 젤 마름. 3일 만에 죽은 센서. 그녀는 “내가 틀렸다”고 말했습니다.두 번째. 태풍 '갓'. 컨테이너 네 개가 날아갔을 때. 그녀는 “내가 약했다”고 말했습니다.세 번째. 3개월째. 지지율이 49%에서 31%로 떨어졌을 때. 그녀는 “내가 김치녀였다”고 말했습니다.
첫 번째에는 기술로 일어났습니다. 실크 나노 섬유.두 번째에는 사람으로 일어났습니다. 말뚝에 몸을 묶은 세 사람.세 번째에는 말로 일어났습니다. “저는 어머니 손을 계산에 넣었습니다.”
새만금 간척지 한복판. 47층 빌딩. 옥상에는 첫 번째 말뚝이 서 있습니다.
1층 국밥집에는 도윤의 어머니가 있습니다. 손가락은 여전히 굵습니다.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실을 안 켜도 됩니다.
태오의 아버지는 서귀포 국밥집에서 일합니다. 허리는 여전히 아픕니다.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껍질을 안 상차합니다.
유하의 어머니는 여수 국밥집에서 일합니다. 손은 여전히 하얗습니다.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소금물에 안 담급니다.
유하와 도윤의 아이는 일곱 살입니다. 이름은 정새만. 할머니가 지었습니다. “새만금에서 왔다.”
아이는 간척지에서 놉니다. 갯벌에서 게를 잡습니다. 썰물에 나가서, 밀물에 들어옵니다. 하루에 두 번.
유하가 간척지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대답했습니다.
아무도 TV를 켜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새벽을 맞고 있었습니다. 누에 냄새, 감귤 껍질 냄새, 갓 냄새, 그리고 간척지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간척지였습니다.
등장하는 학교·기업·인물은 모두 허구입니다. 작중 ‘김치녀’ ‘김치남’ ‘수캐’ 같은 표현은 방송과 여론이 붙인 조롱이며, 소설은 그것을 비판적으로 다룹니다. 성적 결합과 임신은 은유로만 다룹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번 시즌은 여섯 번의 교체로 시작합니다.
고려대 재료공학과 강민재. 전북 김제 미곡처리장 말단. 벼를 도정하고 남은 왕겨를 태워 버리는 일. 아버지는 그 연기 속에서 20년을 일했습니다. 폐가 검습니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이태양. 울산 타이어 재활용 공장 말단. 폐타이어를 열분해하고 남은 카본블랙을 갈아 담는 일. 아버지의 손은 새까맣습니다. 비누로 세 번 씻어도 까맣습니다.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과 한서윤. 군산 폐배터리 처리장 말단. 폐배터리를 분해하고 전해액을 뽑아내는 일. 어머니는 방독면을 쓰고 일합니다. 그래도 냄새가 났습니다.
세 사람은 무대에 섰습니다. 그리고 여론이 터졌습니다.
“또 김치녀다.”“수캐성 보여줘라.”
서윤은 1주차에 선택을 미뤘습니다. 2주차에도 미뤘습니다. 3주차에 태양을 골랐다가, 4주차에 민재로 바꿨습니다. 5주차에 다시 태양으로 바꿨습니다.
여론이 폭발했습니다.
“김치녀.”“어장관리.”“정치창녀.”“별풍선 물어내라.”
그리고 남자들도 교체됐습니다.
태양이 6주차에 눈물을 보였습니다. 어머니의 까만 손을 카메라 앞에서 언급하며 울었습니다. 여론이 터졌습니다.
“수캐성 없다.”“약하다.”“연세대 화공이 저래서야.”
연세대 게시판이 터졌습니다. “선배로서 부끄럽다.” 태양은 교체됐습니다. 대신 서강대 화공 학생이 들어왔습니다.
그 서강대 학생은 3주 만에 교체됐습니다. 그리고 성균관대 학생이 들어왔습니다. 그 학생도 2주 만에 교체됐습니다. 그리고 한양대 학생이 들어왔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것이 서열의 룰입니다. 이화여대 → 숙명 → 성신. 고려대·연세대 → 서강·성균관·한양. 각 단계에서 여론이 김치녀짓과 김치남짓을 심판합니다. 그리고 그 심판이 시청률입니다.
고려대 재료공학과 김 교수. 오십육 세. 강민재의 지도교수. 손이 큽니다. 현장을 좋아합니다. “이론은 공장에서 검증됩니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박 교수. 사십구 세. 이태양의 지도교수. 안경이 두껍습니다. 논문을 좋아합니다. “생물은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느립니다.”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과 최 교수. 오십일 세. 한서윤의 지도교수. 목소리가 낮습니다. 구조를 좋아합니다. “건물은 100년을 버텨야 합니다.”
김 교수가 먼저 말했습니다.
“강민재 + 한서윤. 실리콘-카본 음극재.”
원료. 김제 왕겨(실리카 92%) + 군산 폐배터리 전해액(리튬 회수).기술. 고려대 재료공학의 나노 실리콘 제조 + 이화여대 전자전기의 전기화학 제어.제품. 리튬이온 배터리 음극재. 실리콘-카본 복합체. 기존 흑연 음극 대비 용량 1.4배.시장. 글로벌 배터리 음극재 시장. 2030년 60조 원. 실리콘-카본 음극재 시장 20조 원.마진. 45~55%.경쟁. 베터리, 그룹14, 실라난노.진입장벽. 높음. 실리콘 팽창 제어 특허. 3년.
“배터리는 거대합니다. 전기차, ESS, 선박. 모든 것이 배터리입니다. 그리고 우리 원료는 폐기물입니다. 왕겨는 태워 버립니다. 전해액은 소각합니다. 원가가 거의 0입니다.”
박 교수가 물었습니다. “마진이 왜 45%입니까.”
김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실리콘 음극재는 팽창이 문제입니다. 충전할 때 실리콘이 300% 팽창합니다. 그러면 균열이 생깁니다. 우리는 그걸 카본 매트릭스로 잡습니다. 그게 특허입니다.”
“이태양 + 한서윤. 재생 카본블랙 전도재.”
원료. 울산 폐타이어 카본블랙 + 군산 폐배터리 전해액(리튬 회수).기술. 연세대 화학공학의 열분해 정제 + 이화여대 전자전기의 전기화학 제어.제품. 배터리 도전재. 재생 카본블랙. 기존 아세틸렌 블랙 대비 원가 60%.시장. 배터리 도전재 시장. 2030년 8조 원. 재생 카본블랙 시장 4조 원.마진. 25~35%.경쟁. 캐보트, 오리온 카본, 덴카.진입장벽. 중간. 열분해 정제 특허. 2년.
“도전재는 필수입니다. 모든 배터리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우리 원료는 폐타이어입니다. 넘쳐납니다. 원가가 낮습니다.”
박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8조입니다. 음극재 20조보다 작지만, 경쟁이 적습니다. 그리고 재구매가 있습니다. 배터리 하나에 도전재가 계속 들어갑니다.”
“강민재 + 이태양 + 한서윤. 삼원 융합.”
최 교수가 화이트보드에 적었습니다.
왕겨 실리카 → 나노 실리콘 → 음극재.폐타이어 카본블랙 → 도전재.폐배터리 전해액 → 리튬 회수 → 전해질.
“셋이 합치면, 배터리 소재 풀 라인이 됩니다. 음극재, 도전재, 전해질. 배터리 하나에 들어가는 소재를 전부 만듭니다.”
김 교수가 말했습니다. “그건 서윤 학생이 두 명을 다 고르는 겁니다. 룰 위반입니다.”
“최 교수님, 그건 서윤 학생의 전략입니까, 교수님의 전략입니까.”
최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서윤 학생의 전략입니다. 저는 그걸 ‘카르텔’이라고 부릅니다.”
“음극재부터 봅시다. 2030년 시장 20조. 우리가 10%를 먹으면 2조. 마진 50%면 1조. 10년 뒤 기업가치는 20조.”
“도전재부터 봅시다. 2030년 시장 8조. 우리가 15%를 먹으면 1조 2천억. 마진 30%면 3,600억. 10년 뒤 기업가치는 7조.”
김 교수가 말했습니다. “음극재가 13조 더 높습니다.”
박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음극재는 기술 위험이 큽니다. 실리콘 팽창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김 교수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카본 매트릭스로 잡습니다. 그게 특허입니다.”
박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특허가 있어도 양산이 어렵습니다. 실리콘 나노 입자는 균일하게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음극재.성공 확률 55%. 실패 시 기업가치 0.기대값: 20조 × 0.55 = 11조.
도전재.성공 확률 70%. 실패 시 기업가치 0.기대값: 7조 × 0.7 = 4조 9천억.
삼원 융합.성공 확률 40%. 실패 시 기업가치 0.기대값: ?
김 교수가 물었습니다. “삼원 융합은 왜 40%입니까.”
최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세 개를 동시에 해야 합니다. 리스크가 분산되지 않고 집중됩니다.”
박 교수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융합의 시장은 얼마입니까.”
최 교수가 계산했습니다.
“음극재 20조 + 도전재 8조 + 전해질 12조 = 40조. 우리가 10%를 먹으면 4조. 마진 평균 40%면 1조 6천억. 10년 뒤 기업가치는 32조. 성공 확률 40%면 기대값 12조 8천억.”
김 교수가 말했습니다. “삼원 융합이 가장 높습니다.”
박 교수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성공 확률이 40%입니다. 도전재 단독은 70%입니다.”
최 교수가 말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순서를 정해야 합니다.”
1단계. 도전재 먼저. 왜냐하면 성공 확률이 높고, 진입장벽이 낮고, 매출이 빨리 납니다. 2년이면 매출.
2단계. 음극재. 도전재 매출로 음극재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합니다. 5년이면 매출.
3단계. 전해질. 음극재 매출로 전해질 설비를 확보합니다. 7년이면 매출.
박 교수가 물었습니다. “그런데 서윤 학생은 하나만 고를 수 있습니다.”
최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파트너를 하나 고르고, 나머지를 직원으로 뽑는 전략을 씁니다.”
김 교수가 말했습니다. “그러면 이윤 기준이 두 배가 됩니다.”
최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압니다. 그런데 순서가 있으면, 이윤 기준을 넘길 수 있습니다.”
“왕겨 실리카 기반 실리콘-카본 음극재, 폐타이어 기반 재생 카본블랙 도전재, 폐배터리 전해액 기반 리튬 회수 전해질. 세 사업의 최적 조합과 순서를 3,200번 계산하라. 비교 대상: (1) 음극재 단독, (2) 도전재 단독, (3) 삼원 융합.”
(1) 음극재 단독.TAM: 20조.10년 후 기업가치: 20조.마진: 50%.성공 확률: 55%.기대값: 11조.
(2) 도전재 단독.TAM: 8조.10년 후 기업가치: 7조.마진: 30%.성공 확률: 70%.기대값: 4조 9천억.
(3) 삼원 융합 (도전재 → 음극재 → 전해질).TAM: 40조.10년 후 기업가치: 38조.마진: 평균 40%.성공 확률: 62% (순서 최적화로 상승).기대값: 23조 6천억.
“23조 6천억… 그게… 맞습니까.”
박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AI가 3,200번 계산했습니다. 그중 78.4%가 순서 최적화 삼원 융합이 최적이라고 나왔습니다.”
최 교수가 말했습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도전재가 캐시카우입니다. 도전재 매출로 음극재를 개발하고, 음극재 매출로 전해질을 개발합니다. 리스크가 분산됩니다.”
김 교수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서윤 학생이 두 명을 다 고르면 정치창녀가 됩니다.”
최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서윤 학생은 하나를 고르고, 하나를 뽑습니다. 룰 위반이 아닙니다.”
72시간째. 세 교수는 지쳤습니다.
“저는 음극재를 포기하겠습니다.”
김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음극재는 기술입니다. 도전재는 물량입니다. 우리는 물량을 먼저 해야 합니다. 기술은 나중에 따라옵니다.”
박 교수가 말했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순서가 중요합니다. 도전재가 먼저, 음극재가 나중. 왜냐하면 도전재 매출이 음극재 연구개발을 먹여 살리기 때문입니다.”
파트너: 이태양 (연세대 화학공학). 도전재.공동 창업자: 강민재 (고려대 재료공학). 음극재.3단계: 한서윤 (이화여대 전자전기). 전해질.제품: 재생 카본블랙 도전재 “재생탄(再生炭)” → 실리콘-카본 음극재 “왕겨음(王겨陰)” → 리튬 회수 전해질 “전해본(電解本)”.시장: 40조. 10년 후 기업가치 38조.
김 교수가 물었습니다. “서윤 학생에게 뭐라고 말합니까.”
“ ‘이태양을 골라라. 그리고 강민재를 뽑아라. 그게 가장 비싼 선택이다.’ ”
“저는 연세대 이태양을 선택합니다.”
관중석이 폭발했습니다. 연세대 측이 환호했습니다. 고려대 측이 야유했습니다. 강민재는 조용히 박수를 쳤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저는 강민재 씨를 공동 창업자로 받겠습니다.”
서윤은 웃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저는 계산했습니다. 교수님들이 3,200번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답은 하나였습니다. 도전재가 먼저, 음극재가 나중, 전해질이 마지막. 왜냐하면 도전재 매출이 음극재를 먹여 살리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저를 김치녀라고 부르십시오. 다만 한 가지만 기억하십시오. 저는 어머니의 방독면을 계산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교수님들의 밤을 계산에 넣었습니다.”
태양 — 재생 카본블랙. 울산 폐타이어. 열분해. 700도. 카본블랙 회수. 정제. 불순물 제거. 재생탄.
민재 — 실리콘-카본 음극재. 김제 왕겨. 산 처리. 소결. 실리카 92%. 마그네슘 열환원. 나노 실리콘. 카본 매트릭스에 분산. 왕겨음.
서윤 — 리튬 회수 전해질. 군산 폐배터리. 전해액 추출. 리튬 침전. 정제. 전해본.
1단계. 재생탄. 배터리 도전재. 아세틸렌 블랙 대비 원가 60%. 성능 95%. 2년 만에 매출.
2단계. 왕겨음. 실리콘-카본 음극재. 흑연 대비 용량 1.4배. 팽창 40% 억제. 5년 만에 매출.
3단계. 전해본. 리튬 회수 전해질. 배터리 등급 리튬. 7년 만에 매출.
“배터리 소재 풀 라인.”
2년째. 재생탄 매출 4,700억. 중소기업.
5년째. 왕겨음 매출 4조 7천억. 중견기업.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납품.
7년째. 전해본 매출 12조. 대기업.
10년째. 매출 38조. 시가총액 120조. 글로벌 배터리 소재 3위. 중국·일본·독일 공장.
13년째. 시가총액 380조. 미국 서부 빅테크를 밀어냈습니다.
김제 미곡처리장 옆. 47층 빌딩. 옥상에는 왕겨 한 포대가 놓여 있습니다. 첫 번째 원료. 기념으로.
1층 국밥집에는 민재의 아버지가 있습니다. 폐는 여전히 검습니다.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연기를 안 마십니다.
태양의 아버지는 울산 국밥집에서 일합니다. 손은 여전히 까맣습니다.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카본블랙을 안 갈아 담습니다.
서윤의 어머니는 군산 국밥집에서 일합니다. 방독면을 안 씁니다. 전해액을 안 뽑습니다.
서윤과 태양의 아이는 일곱 살입니다. 이름은 한왕겨. 할머니가 지었습니다. “왕겨에서 왔다.”
아이는 미곡처리장에서 놉니다. 왕겨 더미에 올라갑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엄마, 이게 배터리가 돼?”
서윤이 대답했습니다. “응. 이게 배터리가 돼.”
아무도 TV를 켜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새벽을 맞고 있었습니다. 왕겨 냄새, 카본블랙 냄새, 전해액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왕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