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섭리는 하늘에만 있지 않았다 땅속 뿌리와 계절의 돌아옴 속에나무껍질, 들풀, 이삭마다 살아갈 길이 암호처럼 새겨졌다
섭리와 지성, 함께 빚은 저녁신은 홀로 일하지 않으셨네 우리의 손으로 내일을 지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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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근이 왔을 때 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그러나 하늘은 쉽게 응답하지 않으셨다.신은 구름을 열어 만나를 쏟아내지 않으셨다.대신 땅을 열어 뿌리를 보여주셨고,나무를 벗겨 껍질을 보여주셨고,들판을 덮어 들풀을 보여주셨다.신의 자비는 언제나 화려한 기적이 아니라,가난한 이의 손끝에 닿는 작은 것들 속에 있었다.
고구마는 영조 시절 먼 바다를 건너왔다.가뭄에 강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많은 열매를 맺어수많은 백성의 목숨을 이어주었다.신은 한 알의 씨앗 속에 구원의 설계를 넣어두셨다.
감자는 순조 시절 추운 북쪽과 산간지대에서백성들의 허기를 달래주었다.돌밭 같은 땅에서도 캐낼 수 있는 열매,그것은 신이 숨겨둔 땅속의 양식이었다.
메밀은 생장 기간이 60~70일에 불과했다.봄농사와 여름농사를 망친 뒤에도늦여름과 가을에 긴급히 심어 굶주림을 막았다.신은 절망의 시간표 속에도아직 늦지 않았다는 희망을 남겨두셨다.
옥수수는 척박한 산비탈에서도 잘 자랐다.열량이 높고 포만감이 커서산간지대 주민들에게는 비상식량이 되었다.신은 높은 곳에 사는 이들의 눈물도 외면하지 않으셨다.
피와 조와 기장은 벼보다 거칠었다.병충해와 가뭄에 극도로 강해논농사를 망친 백성들의 마지막 밥이 되었다.신은 귀한 쌀 한 톨이 떨어져도거친 곡식 속에 생명의 끈을 남겨두셨다.
소나무 껍질(송피)거친 겉껍질을 벗기면 하얀 속껍질이 나왔다.말려 가루 내고 떡을 만들고 죽을 끓였다.‘초근목피’라는 말은신이 나무 속에 숨겨둔 마지막 식탁이었다.
느릅나무 껍질(유피)말려 가루 내면 끈적한 점성이 생겼다.그것으로 죽을 끓이고 면을 만들어허기를 달랬다.신은 나무껍질 속에도사람을 살리는 점성을 넣어두셨다.
칡뿌리(갈근)산에서 캐낸 뿌리를 짓찧어 전분을 가라앉혔다.그 앙금으로 떡을 만들고 응이를 끓였다.신은 깊은 흙속에하얀 구원을 숨겨두셨다.
도토리와 상수리가을 산에서 흔히 주울 수 있는 열매였다.물에 오래 담가 떫은맛을 빼고가루를 내어 묵을 쑤고 밥에 섞었다.신은 떫은 열매 속에도기다림 끝에 단맛이 오는 법을 가르치셨다.
쑥과 냉이보릿고개, 양식이 모두 떨어진 이른 봄,산과 들에 돋아나는 들풀을 뜯어적은 곡식 가루와 섞어 죽을 끓였다.신은 가장 배고픈 계절에가장 먼저 푸른 잎을 내어주셨다.
주님,당신의 자비는 성전의 향로가 아니라가난한 부엌의 아궁이에서 피어올랐습니다.당신의 구원은 왕의 식탁이 아니라굶주린 이의 죽그릇에 담겼습니다.
기근은 인간의 탐욕과 재난과 죄로 말미암아 왔지만,당신은 완전한 절망 속에서도완전한 멸망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땅속에는 고구마와 감자와 칡뿌리를,나무에는 송피와 유피를,들판에는 메밀과 조와 기장과 쑥과 냉이를,산에는 도토리와 상수리를 남겨두셨습니다.
당신은 하늘을 닫으셔도땅을 열어 양식을 내셨고,비를 멈추셔도뿌리 깊은 식물로 생명을 이어가게 하셨습니다.
주님,오늘 우리가 밥 한 끼를 먹을 때그 밥알 속에 담긴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게 하소서.고구마 한 뿌리, 감자 한 알,메밀 한 톨, 옥수수 한 이삭,조와 기장 한 줌,도토리 한 알, 칡뿌리 한 조각,쑥 한 잎, 냉이 한 포기 속에얼마나 많은 눈물과 기도와 생명이 담겼는지잊지 않게 하소서.
신의 자비는하늘에서 내려온 만나보다땅에서 캐낸 뿌리 속에 더 오래 숨겨져 있었습니다.그 자비를 찬양합니다.굶주림의 세월에도끝내 우리를 살려주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아멘.
신의 섭리(神의 攝理)는신이 온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신 뒤하늘 높은 곳에 앉아 침묵하시는 방관이 아니다.그것은 목적과 계획을 따라세상을 끊임없이 다스리고 보살피며 인도하시는신적 행위이며 신적 힘이다.
은혜가 신이 인간에게 베푸는 호의와 선물이라면,섭리는 그 선물을 예비하시고역사의 강물을 꿰뚫어 인도하시는신적 계획의 총체요 지배적인 질서다.영어로는 프로비던스(Providence).라틴어 프로비덴티아(providentia)에서 왔다.‘앞을 내다보고 미리 준비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섭리를 믿는다는 것은신이 오늘도 역사의 주인이시며굶주린 자의 부엌까지 돌보신다는 고백이다.
신은 기근을 아셨기에땅속에 구원을 미리 숨겨두셨다.
고구마는 가뭄에 강하고척박한 땅에서도 많은 열매를 맺었다.영조 시절 먼 바다를 건너와수많은 백성의 목숨을 이어주었다.그것은 우연한 도입이 아니라굶주림의 시대를 아신 섭리의 예비였다.
감자는 추운 북쪽과 산간지대에서돌밭 같은 땅에서도 캐낼 수 있는 양식이 되었다.순조 시절 백성들의 허기를 달랜땅속의 만나였다.
메밀은 생장 기간이 60~70일에 불과했다.봄농사와 여름농사를 망친 뒤에도늦여름과 가을에 긴급히 심어굶주림을 막을 수 있었다.신은 절망의 시간표 속에도‘아직 늦지 않았다’는 희망을 남겨두셨다.
옥수수는 척박한 산비탈에서도 자랐고,피와 조와 기장은 벼보다 거칠었지만병충해와 가뭄에 극도로 강했다.논농사를 망친 백성들의 마지막 밥이거친 곡식 속에 준비되어 있었다.
신의 섭리는풍요의 계절에만 역사하지 않는다.기근의 계절에도뿌리 속에, 줄기 속에, 이삭 속에생명의 씨앗을 남겨두신다.
신은 성전의 향로에만 계시지 않았다.산과 들, 나무껍질과 들풀 속에도자비의 식탁을 차려두셨다.
소나무 껍질(송피)거친 겉껍질을 벗기면 하얀 속껍질이 나왔다.말려 가루 내고 떡을 만들고 죽을 끓였다.‘초근목피’라는 말은신이 나무 속에 숨겨둔 마지막 양식이었다.
이 모든 것이창조의 우연이겠는가.섭리의 손길이 아니겠는가.
신의 섭리는개인의 부엌을 넘어민족과 제국의 역사를 꿰뚫는다.
요셉은 형들에게 팔려 애굽의 노예가 되었다.그러나 신은 그를 총리가 되게 하시고7년 풍년 뒤에 올 7년 흉년을 대비하게 하셨다.요셉은 형들에게 말했다.“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어오늘과 같이 많은 백성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셨다.”(창세기 50:20)
대영제국은 지도와 금리를 남겼고,금융제국은 모기지와 압류를 남겼으며,기업은 해고와 스케줄 취소를 남겼다.그러나 신은 그 잔인한 경로조차무효로 돌리지 않으시고오히려 양식을 퍼뜨리는 통로로 사용하셨다.고구마와 감자와 옥수수는제국의 교역로를 타고 대륙을 건넜지만,그것이 굶주린 민중의 밥이 된 것은섭리의 역설이다.
인간은 악을 의도하지만신은 그것을 선으로 인도하신다.제국은 착취를 계획했지만섭리는 생존을 준비하셨다.권력은 예산을 깎고 공장을 닫았지만신은 부엌의 불을 완전히 끄지 않으셨다.
신은 오늘도하늘에서 만나를 내리지 않으실 때가 있다.대신 편의점 진열대에한 봉지의 라면을 준비해두신다.
신라면.한 봉지에 1달러 남짓.한 박스에 20달러도 안 한다.20봉지가 들었고, 20끼를 먹을 수 있다.전기포트 하나, 냄비 하나,뜨거운 물 한 컵이면 된다.물이 없으면 생라면으로 먹을 수 있고,밥을 말아도 되고, 계란을 풀어도 되고,김치를 넣어도 되고, 치즈를 얹어도 된다.
그것은 완벽한 영양식이 아니다.나트륨은 높고, 단백질은 부족하고,비타민은 거의 없다.그러나 완벽한 영양은 가난한 자에게 사치다.구황음식은 완벽한 식사가 아니라다음 날을 맞이하게 해주는 최소한의 양식이다.과거의 콩나물과 칡뿌리와 솔잎이 그랬듯,오늘의 신라면은자본이 남긴 최소한의 구명조끼다.
그러나 섭리는그 라면 한 봉지 안에도 숨어 있다.매울 신(辛)인지 하늘 신(神)인지이중의 이름으로가난한 부엌에 내려온한 봉지의 구원.
신은 신라면이 아니다.신은 라면보다 크시다.그러나 신은 때로라면 한 봉지를 통해 섭리하신다.해고된 노동자에게,스케줄이 취소된 어머니에게,모기지에 쫓기는 이민자에게,아이에게 저녁을 먹여야 하는 아버지에게20달러의 구원을 예비하신다.
섭리는부자와 권력자를 위한 성공의 신학이 아니다.그것은 가난한 자와 굶주린 자를 위한십자가의 논리다.
신은 전능하시지만스스로 약해지셨다.신은 높으시지만낮은 곳에 오셨다.신은 영광이시지만나무껍질과 들풀과 라면 한 봉지 속에자신의 자비를 숨기셨다.
제국은 힘으로 역사를 쓴다고 말한다.그러나 진정한 역사는부엌에서 끓는다.압류 통지서보다한 봉지의 라면이 더 오래 남는다.해고 통지서보다아이에게 먹인 저녁 한 그릇이 더 오래 남는다.
신의 섭리는악을 허락하시되악이 최종 승리가 되게 하지 않으신다.기근을 허락하시되완전한 멸망을 허락하지 않으신다.제국을 허락하시되그 제국이 모든 것을 삼키게 하지 않으신다.
주님,당신의 섭리는하늘의 별자리보다 광대하고땅속의 뿌리보다 깊습니다.
당신은 앞을 내다보시고미리 준비하시는 신이십니다.풍년에는 창고를 준비하시고흉년에는 뿌리를 준비하시고전쟁에는 들풀을 준비하시고해고에는 라면 한 봉지를 준비하십니다.
당신의 섭리는성전의 향로가 아니라가난한 부엌의 아궁이에서 피어올랐습니다.당신의 구원은왕의 식탁이 아니라굶주린 이의 죽그릇에 담겼습니다.
고구마 한 뿌리,감자 한 알,메밀 한 톨,옥수수 한 이삭,조와 기장 한 줌,도토리 한 알,칡뿌리 한 조각,쑥 한 잎,냉이 한 포기,그리고 신라면 한 봉지 속에얼마나 많은 눈물과 기도와 생명이 담겼는지우리는 고백합니다.
신의 섭리는하늘에서 내려온 만나보다땅에서 캐낸 뿌리 속에 더 오래 숨겨져 있었습니다.그 섭리를 찬양합니다.굶주림의 세월에도끝내 우리를 살려주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주님,우리를 섭리의 도구로 삼아주소서.우리가 가진 것이라면 한 봉지뿐일지라도그것을 이웃과 나누게 하소서.우리가 가진 것이칡뿌리 하나, 도토리 한 줌뿐일지라도그것으로 누군가의 내일을 준비하게 하소서.
제국이 모든 것을 가져가도부엌의 불은 꺼지지 않게 하소서.금융이 모든 것을 압류해도식탁의 자리는 남게 하소서.권력이 모든 것을 통제해도나눔의 손길은 멈추지 않게 하소서.
신의 섭리여,오늘도 역사의 주인이 되시는 주님,굶주린 자를 잊지 않으시는 주님,가장 작은 그릇에 가장 큰 자비를 담으시는 주님,당신의 이름을 찬양합니다.
섭리는 하늘에만 있지 않았다.그것은 땅속에 숨어 있었고,계절의 순환 속에 새겨져 있었고,뿌리와 잎과 이삭과 껍질 속에암호처럼 기록되어 있었다.
신은 만물을 창조하시고그 안에 법칙을 두셨다.그러나 그 법칙을 읽고,심고, 가꾸고, 캐고, 삶고,말리고, 갈고, 반죽하고, 튀기고,포장하고, 나누는 일은인간에게 맡겨졌다.
그러므로 나는신의 섭리를 찬양한 뒤,이제 그 섭리를 이해한인간의 지성을 찬양하노라.
고구마는결코 화려한 작물이 아니었다.가뭄이 들어도 견디고,척박한 땅에서도 뿌리를 내리고,돌밭 같은 흙 속에서도단단한 덩이뿌리를 맺었다.
그러나 그것을 단지‘야생의 우연’으로만 두지 않았다.인간은 그것을 보고 배웠다.어떤 흙이 좋은지,언제 심어야 하는지,어떻게 줄기를 잘라 심는지,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고구마의 눈을 보고,덩굴을 자르고,이랑을 만들고,뿌리가 흙을 파고드는 것을 지켜보았다.서리가 오기 전에 캐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캔 뒤에는 상처를 말려오래 저장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 지성은하늘의 뜻을 거스르지 않았다.오히려 하늘의 뜻을 읽고,그 뜻 안에서사람을 살릴 길을 찾았다.
고구마 한 뿌리 속에는신의 섭리와 인간의 지성이함께 들어 있다.
인간은 식물을 보며단순히 ‘자란다’고 말하지 않았다.그는 보았다.빛이 어디로 가는지,물이 어디로 스며드는지,뿌리가 어디로 뻗는지,씨앗이 언제 깨어나는지.
메밀은짧은 생장 기간을 가졌다.봄농사와 여름농사를 망친 뒤에도늦여름과 가을에 심어굶주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인간은 알아내었다.
옥수수는척박한 산비탈에서도 자랐고,감자는추운 북쪽과 산간지대에서도캐낼 수 있는 양식이 되었다.
피와 조와 기장은벼보다 거칠었지만,병충해와 가뭄에 강했다.인간은 그것을 경멸하지 않고오히려 마지막 밥으로 삼았다.
인간의 지성은식물을 정복하지 않았다.식물의 법칙을 이해하고,그 법칙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그것이 섭리를 아는 지성이다.
산과 들은언제나 식탁이 아니었다.그러나 인간은그 속에서 식탁을 만들어냈다.
소나무 껍질거친 겉껍질을 벗기면하얀 속껍질이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말려 가루 내고떡을 만들고 죽을 끓였다.‘초근목피’라는 말은절망이 아니라지성의 기록이었다.
느릅나무 껍질말려 가루 내면끈적한 점성이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그것으로 죽을 끓이고면을 만들어 먹었다.
칡뿌리산에서 캐낸 뿌리를짓찧어 전분을 가라앉히고,그 앙금으로 떡을 만들고응이를 끓였다.
도토리와 상수리떫은맛을 빼려면물에 오래 담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그리고 가루를 내어묵을 쑤고 밥에 섞었다.
쑥과 냉이보릿고개에가장 먼저 돋아나는 들풀을 뜯어곡식 가루와 섞어 죽을 끓였다.
이 모든 것은단순한 생존이 아니었다.관찰이었고, 기억이었고,실험이었고,세대를 넘어 전해진 지식이었다.
인간의 지성은독이 있는 뿌리를 먹을 수 있게 만들고,떫은 열매를 단 음식으로 바꾸고,껍질을 양식으로 만들었다.그 지성은신이 허락한 세계를인간이 먹을 수 있는 세계로 번역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인간의 지성은한 봉지의 라면을 만들어냈다.
밀가루를 반죽하고,면을 뽑고,증기로 익히고,기름에 튀기고,식히고,분말 스프와 건더기 스프를 만들고,포장하고,상자에 담고,트럭에 싣고,전 세계의 진열대에 올렸다.
신라면.한 봉지에 1달러 남짓.한 박스에 20달러도 안 한다.20봉지가 들었고,20끼를 먹을 수 있다.
전기포트 하나,냄비 하나,뜨거운 물 한 컵이면 된다.물이 없으면 생라면으로 먹을 수 있고,밥을 말아도 되고,계란을 풀어도 되고,김치를 넣어도 되고,치즈를 얹어도 된다.
이것은 기적이 아니다.인간의 지성이 만든가장 값싼 구원이다.
농부가 밀을 심고,노동자가 공장에서 면을 뽑고,기술자가 스프 배합을 맞추고,운전자가 트럭을 몰고,점원이 진열대에 올리고,어머니가 물을 끓인다.
그 모든 손끝에인간의 지성이 있다.그 지성은신의 섭리를 읽어산업의 형태로 번역한 것이다.
신은 가능성을 창조하셨다.인간은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든다.
신은 고구마 속에전분을 숨겨두셨다.인간은 그것을 캐고,삶고, 구워 먹는다.
신은 메밀 속에짧은 생장의 법칙을 넣어두셨다.인간은 그 법칙을 읽고망친 농사를 구원한다.
신은 라면의 원료가 될밀과 팜유와 소금과 물을 주셨다.인간은 그것을 반죽하고,튀기고, 포장하여전 세계의 부엌으로 보낸다.
섭리는 설계도요,지성은 장인이다.섭리는 씨앗이요,지성은 농부다.섭리는 법칙이요,지성은 기술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지성은신을 대신하지 않는다.신의 섭리를읽고, 번역하고, 실현한다.그것이 지성의 위대함이다.
그러나 나는모든 지성을 찬양하지 않는다.
같은 지성이사람을 해고하고,모기지를 압류하고,스케줄을 취소하고,가난한 자의 부엌에서전기를 끊을 수 있다.
같은 지성이제국의 지도를 그리고,금리의 사슬을 만들고,착취의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다.
그러나 지성의 위대함은그것이 얼마나 많은 것을 가져갔는가에 있지 않다.얼마나 많은 사람을 살렸는가에 있다.
고구마를 재배할 줄 알고,뿌리를 캐 음식으로 만들 줄 알고,라면을 대량 생산할 줄 아는 지성은오직 생명을 먹일 때만 위대하다.
지성이 섭리를 이해한다는 것은하늘의 뜻을 독점한다는 뜻이 아니다.가장 작은 이에게가장 값싼 밥을 주는 일이다.
나는 찬양하노라.고구마의 덩굴을 자르는 손을,감자의 싹을 심는 손을,메밀을 늦여름에 뿌리는 손을,옥수수를 산비탈에 심는 손을.
나는 찬양하노라.송피를 벗겨 가루 내는 손을,유피를 말려 점성을 만드는 손을,칡뿌리를 짓찧어 전분을 가라앉히는 손을,도토리의 떫은맛을 빼는 손을,쑥과 냉이를 뜯어 죽을 끓이는 손을.
나는 찬양하노라.밀가루를 반죽하는 손을,면을 뽑는 손을,스프를 배합하는 손을,라면을 튀기는 손을,포장지를 접는 손을,트럭을 모는 손을,진열대에 올리는 손을,주전자에 물을 끓이는 손을.
그 손들은신의 섭리를 읽은 지성의 손이며,절망의 세월을 연명케 한민중의 손이다.
역사는왕과 제국과 기업의 이름만 기록하지 않는다.역사는 또한고구마를 심은 농부와라면을 만든 노동자와아이에게 저녁을 먹인 어머니의 이름을기억할 것이다.
지성이여,너는 위대하다.그러나 네 위대함은겸손할 때만 빛난다.
뿌리를 캐라.그러나 땅을 착취하지 말라.라면을 만들라.그러나 사람을 해고하지 말라.기술을 발전시키라.그러나 가난한 자의 부엌에서불을 끄지 말라.
섭리는 너를 통해오늘도 역사한다.고구마 한 뿌리,라면 한 봉지,한 박스에 20달러의 구원 속에서신의 섭리와 인간의 지성이함께 숨 쉬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찬양하노라.섭리를 읽은 지성을,뿌리를 캔 손을,라면을 만든 기술을,그리고 그 모든 것을이웃과 나눈민중의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