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수필가, 수원 녹색복지회 회장.수원화성문화제 제9대 혜경궁 홍씨 역임
제 63회 수원화성문화제가 오는 10월 4일부터 11일까지 8일간수원화성 일대에서 열린다.
나는 오래된 사진과 글을 다시 꺼내 보았다.
2013년 10월 7일 경기일보에 기고했던 글이다. 그 글의 출발점은 2013년 제50회수원화성문화제였다. 당시 뜻밖에도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수원시 승격 50주년을알리는 행사가 화성문화제를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맡게 된 특별한 기회가 있었다.
나는 2006년 수원화성문화제 혜경궁 홍씨로 선발이 되었고,그 후에도 수원시 홍보행사에 적극 참여했었다.
▲필자 이지현이 경기일보에 기고글 내용
세종대왕 동상 부근에 몽골 텐트 열두 동이 들어섰다. 서울시의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 마련한 자리였다.행사 당일 새벽 3시 30분, 관련 직원들은 화물트럭에 행사 장비를 싣고 서울로 향했다. 하늘에서는 억수같이 비가 쏟아졌다.
빗속에서도 가설무대에서는 수원 출신 가수들의 노래가 울려 퍼졌고, 무대 뒤 스크린에는 정조대왕과 수원화성에 관한 영상과나레이션이 펼쳐졌다.
나의 역할은 혜경궁 홍씨였다.
▲ 제9대 헤경궁 홍씨로 선발된 이지현 마마 모습 © 경기데일리
정조대왕은 말을 타고, 어머니 혜경궁 홍씨는 가마를 타고 세종로를 행진하며 사도세자의 능행차를 재현했다.수원의 역사와 정조대왕의 효심을 서울 한복판에서 알리는 뜻깊은 자리였다.
그날 멀리 바라본 청와대 뒤 삼각산은 유난히 청초했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행사 내내 억수같이 내리던 비가 능행차가 예정된 오전 11시가 되자 거짓말처럼 뚝 그쳤다.마치 정조대왕의 혼령이 도와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세종로를 가득 메운 서울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외국인들은 연신 사진을 찍기에 바빴고, 어떤 외국인은 맨바닥에 넙죽 큰절을 하기도 했다.
수원화성의 역사와 정조대왕의 효심이 국경을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이었다.
그날 행사는 두 차례 이어졌다. 관계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수고가 컸다.비를 맞으면서도 묵묵히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했던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서울 한복판에서 수원화성의 아름다움과정조의 정신을 알릴 수 있었다.
▲ 수원화성문화제 9대 혜경궁 홍씨마마 가마행렬 모습 © 경기데일리
정조가 세운 꿈, 다시 살아난 수원화성
수원화성은 정조대왕의 꿈에서 시작됐다.
조선의 22대 왕이 된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양주땅 배봉산 영우원 묘소를 화산인 융릉으로 옮기고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면서수원화성을 축성했다. 단순한 군사시설을 세운 것이 아니라 개혁과 자립, 애민의 뜻을 담은 새로운 도시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230년의 세월 동안 수원화성도 수많은 풍파를 겪었다.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지나면서 성곽과 시설물이 크게 훼손됐다.
오늘 우리가 바라보는 아름다운 수원화성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폐허가 될 정도로 훼손된 화성을 다시 복원하고 보존하기 위한 국가와 지역사회의 노력이 있었고,특히 박정희 대통령 시기의 복원사업은 수원화성이 다시 제 모습을 찾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장안공원에는 수원화성 복원기념비가 세워져 있다.그리고 그 기념비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이 남아 있다.
수원화성을 걷다 이 복원기념비 앞에 서면, 정조대왕이 축성한 화성이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디고후대 사람들의 노력으로 다시 살아난 역사를 생각하게 된다.
정조대왕이 화성을 세웠다면, 후대 사람들은 그 화성을 다시 살려냈다.
그리고 이제 그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어 갈 책임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다.
시민이 주인인 수원화성
나는 수원시민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수원화성은 행정기관만의 유산이 아니다. 수원시민 모두의 유산이며 대한민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고, 세계인이 함께 보존해야 할 인류의 자산이다.
문화유산은 행정의 힘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축제에 참여하고, 자원봉사에 나서고, 방문객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우리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유산이 된다.
2013년 광화문에서 만났던 수원시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모습도 그래서 오래 기억에 남는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사는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수원화성문화제는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수원화성을 사랑하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수원의 가장 든든한 홍보대사인 셈이다.
다시 세계를 향하는 수원화성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26년이 되었다.
올해는 수원화성 축성 23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내년 2027년은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그래서 수원시는 2026년과 2027년을 ‘수원 방문의 해’로 추진하며 세계인이 찾는 문화관광도시 수원을 만들어 가고 있다.
오는 10월 4일~11일까지 제63회 수원화성문화제가 열린다.
▲ 제63회 수원화성문화제 포스터 © 경기데일리
13년 전 광화문에서 혜경궁 홍씨로 가마에 올랐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니 감회가 새롭다.
당시에는 서울 시민과 외국인들에게 수원화성을 알리는 일이었다면,이제는 더 많은 세계인이 직접 수원을 찾아와 수원화성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수원은 정조의 도시이자 혁신의 도시이다.
정조대왕이 꿈꾸었던 개혁과 애민의 정신, 어머니 혜경궁 홍씨에 대한 효심,그리고 수원화성을 축성하며 새로운 도시를 건설했던 뜻이 오늘의 수원시에도 이어지고 있다.
수원은 또한 효의 도시다.
또한 세계화장실문화운동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생활문화의 가치를 세계에 알린 도시이기도 하다.
이러한 수원의 역사와 문화는 수원만의 자랑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나는 바란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수원화성 성곽길을 걸으며 정조대왕의 꿈을 만나고, 혜경궁 홍씨의 마음을 느끼며,수원시민의 따뜻한 정과 자긍심을 만날 수 있기를.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의 자랑인 고성(古城)인 수원화성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우리의 역사와 효의 정신에 감동했던 2013년 광화문의 그 모습이 이제는 수원화성 현장에서 더 많이 펼쳐지기를 바란다.
수원화성문화제가 수원 시민만의 축제를 넘어 세계인이 함께 즐기고 수원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세계적인 문화축제로 더욱 발전하기를 소망한다.
2013년 서울 광화문에서 시작된 작은 행렬이 2026년 세계를 향한 수원의 꿈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조대왕이 세운 수원화성, 폐허를 복원한 박정희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이 남은 복원기념비가 증언하듯 후대의 사람들이 다시 살려낸 수원화성.
그리고 이제 수원시민의 손으로 더욱 소중하게 지켜가야 할 수원화성.
그 역사의 다음 장은 바로 우리의 몫이다.
230년의 역사를 품은 수원화성이 앞으로 300년, 500년을 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문화유산으로 살아 숨 쉬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