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AEA 총회 모습. /IAEA
북한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비핵화 요구를 거부한 채 핵무력 증강을 공언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핵 대치가 다시 첨예해지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원국 103개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결의에 찬성했지만
북한은 오히려 한미일 군사협력을 문제 삼으며 핵전쟁 억제력 강화에 “변침은 추호도 없을 것”이라고 맞섰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정상외교를 다시 추진하고 평양 방문까지 제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북한과 이를 인정하지 않는 국제사회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지가 향후 북미대화의 최대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장은 17일 발표해 18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담화에서 미국 주도의 다국적 해상훈련‘
퍼시픽 뱅가드 2026’을 겨냥해 “미국 주도의 전쟁 시연 일상화는 조선반도와 지역 정세 악화의 기본 인자”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일본이 미국 주도 훈련에 참여하는 것도 문제 삼았다.
김여정은 이를 미·한·일 3국 군사공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증거로 규정하며 외부의 위협이 커질수록
북한의 군사력 역시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핵전쟁 억제력을 고도화해가는 노정에서도 변침은 추호도 없을 것”이라며 국가안보와 군사주권이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판단할 경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위협했다.
◇ 국제사회는 “北 핵보유국 인정 못 한다”
그러나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의 입장도 다시 확인됐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제70차 정기총회는 17일 ‘IAEA와 북한 간 NPT 안전조치협정의 이행’ 결의를 찬성 103표,
반대 6표, 기권 14표로 채택했다.
결의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모든 핵무기와
기존 핵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영변 5MW 원자로와 경수로의 가동 정황, 강선 우라늄 농축시설의 증축 및 가동 정황, 영변의 추가 농축시설 건설 등을거론하며 북한의 지속적인 핵물질 생산 움직임에 우려를 표시했다.
북한은 이 같은 국제사회의 요구를 사실상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다. 김여정은 이에 앞서 16일 IAEA의 비핵화 논의를 비난하며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되돌릴 수 없다는 주장을 내놨다.
◇ “트럼프, 평양 가자고 할 수도”
이처럼 북한이 핵무력 강화를 거듭 선언하는 상황에서도 북미 정상외교 재개 가능성은 계속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북미 협상을 이끌었던 스티븐 비건 전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7일 코리아리스크그룹이 인천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김정은에게 회담을 제안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비건 전 대표는 회담 장소와 관련해 “그가 평양을 제시하더라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실제 외교적 관여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지는 않으면서도 가능성 자체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비건 전 대표는 특히 북미 간 ‘톱다운’ 협상이 다시 시작되더라도 한국이 소외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우리가 논의하는 것은 한반도”라며 어떤 합의든 한국 국민의 안전과 복지가 가장 직접적으로 걸려 있기 때문에
한국이 향후 외교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 中도 북미 밀착은 달갑지 않다
중국 역시 향후 북미대화의 변수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7일 연합뉴스와의 질의응답에서
중국이 북미대화를 가로막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제한적인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러나 그는 중국이 워싱턴과 평양의 관계가 크게 개선되는 상황에는 의구심을 가질 것이라며 북미 외교의 중심적인 역할을
맡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24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의미 있는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결국 향후 한반도 외교의 핵심은 정상회담 개최 자체보다 북한의 핵무력을 어떤 방식으로 다룰 것인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북한은 핵보유를 되돌릴 수 없는 현실로 만들려 하고 있지만 IAEA 총회에서는 103개국이 이에 반대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외교가 다시 시작되더라도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는 협상과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협상은
출발점부터 전혀 다르다.
비건 전 대표가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북미 정상 간 만남 가능성이 커질수록 한국으로서는
대화 재개 자체뿐 아니라 비핵화 원칙과 한미동맹의 억제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