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팬픽은 상상에 기반한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사건, 지명,
단체는 실제의 그것과 전혀 무관하고, 만약 일치하더라도 단순한 우연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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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사나에게로 다가오던 그녀들이 조소를 토해냈다.
처음에는 한 줄기에 불과했던 조소가
두 가락, 세 가락으로 늘어나더니
이윽고 수십개의 갈래로 나뉘어졌다.
'히히히히히...'
그녀들의 웃음은 공기를 찢으며,
사나의 살결에 닿으며 마음을 관통했다.
"아..."
사나의 가슴에서 끈적거리는 것이 흘렀다.
마음이 흘리는 피였다.
마음도 피를 흘릴 수 있었다.
사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람의 마음이 담을 수 있는 용량의 한계를 간단히 뛰어넘었다
그녀들이 이렇게 원통하였던가...
그녀들이 죽는 순간 느꼈을,
원통함, 분노, 절망, 수치심, 애한...
그것들이 하나로 버무러져 사나의 마음을 사정없이 난도질했다.
사나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혼이 빠져나간 인형마냥 그녀들을 올려다보았다.
그녀들 중 하나가,
사나에게 손을 내밀며 속삭였다.
'내가 느낀 고통, 그대로 돌려줄게.'
그리고...
"꺄아아아아아악!!!"
끔찍한 고통을 대변하는 메아리가 숙소를 가득채운다.
'아파...' 사나의 머리카락 뿌리가 아파 왔다.
머리카락이 다 뽑힐 정도의 아픔을 느끼며,
사나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치켜떴다.
눈 앞에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뜯겨진 그녀들 중 하나가,
사나의 얼굴을 만지고 있었다.
놀란 마음을 추스리기 전에,
사나에게로 다른 여자가 손길을 내민다.
그녀의 팔은, 지독한 화상에 진물을 뚝뚝 떨어트리고 있었다.
'괜찮아...'
사나는 입술을 질끈 물고, 마음에게 속삭였다.
'응, 괜찮을거야...'
곧 격렬한 통증이 팔에 느껴졌다.
살이 뜯기는 듯했으며,
곧 이어 타는 듯한 뜨꺼움이 팔 위를 달렸다.
"...읏, 흐아...꺄아아!!"
사나는 지나친 고통으로 인해 전신을 떨었다.
곧 다른 여자의 손길이 닿았다.
이번에는 찢어진 저고리 사이로,
온 몸에 시퍼런 멍이 새겨진 여자였다.
사나가 피를 토했다.
생각할 여유조차 이제는 없었다.
오장육부가 비틀어지고 뼈가 비명을 질렀다.
식도를 거슬러 터져나온 핏물에 비명소리 조차 묻혔다.
그녀들의 손길이 거쳐갈 때마다 고통은 중첩되었다.
두 배. 세 배, 네 배...
사나의 가느다란 팔이 바르르 떨렸다.
"죄송합니...으아읏... 죄송... 합니다..."
사나는 신음을 억누르며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고통에 의해 헛숨을 들이마시면서,
울음을 토해내면서...
어떻게든 사죄를 이어나갔다.
'핏줄의 악행을 잊고, 너 혼자 살겠다고?'
하지만,
그녀들의 저주는 한참동안이나 이어졌다.
"하...으읏..."
사나라 불리었던 여인의 표면이,
어떤 것도 제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형태마저 잃고 있었다.
사나는 숨 쉬는 것조차 괴로웠다.
혼절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웠다.
이미 숙소는 사나가 흘린 피로 흥건하게 젖었다.
자그마한 소녀의 체구에서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마지막이야. 이것으로 원념은 끝이다.'
사나는 희미해져 오는 정신 사이로 가늘게 눈을 떴다.
마지막으로 비친 그녀의 얼굴은,
안구가 짖이겨져 피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의 손이 닿아오자,
사나의 안구가 터지면서 검은 액체가 흘러내린다...
시야가 급속도로 어두워지며...
사나는,
어째서인지 모모의 얼굴이 떠올랐다.
'모모야...'
사나는 모모의 이름을 소리내어 부르고 싶었다.
간절하게...
하지만 입이 열리지 않았다.
생각도 이어나갈 수 없었다.
온몸이 피로 더럽혀진 채,
사나는 까마득한 의식의 그림자로 떨어졌다.
그 붉은색의 한 가운데,
버려진 쓰레기처럼, 사나가 파묻혀 있었다.
몸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27
모모는 단숨에 숙소까지 뛰어왔다.
점술집에서 나와 숙소까지 올 때까지,
모모는 한 순간이라도 멈추지 않았다.
숨이 가빴다. 폐가 입 밖으로 쏟아져 내릴것 같았다.
숙소 입구에 도착한 모모는,
무릎에 손바닥을 대고 잠시간 호흡을 가다듬었다.
"하악...헉..."
숨이 진정된 모모가,
몇 번 씩 열쇠를 바닥으로 떨어트리며 문을 열었을 때,
모모의 시선에 기다리고 있는것은...
피 웅덩이 위에서...
차갑게 식어버린 공기 안의 한 여인이었다.
모모의 몸이 겁에 질린 아이처럼 덜덜 떨려왔다.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워 바보가 된 것처럼 판단이 되지 않았다.
몇 번이고 숨을 가다듬은 다음에야,
겨우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가 있었다.
너야...?
천천히...
사나의 곁으로 모모의 걸음이 옮겨진다.
지독하다...
"후우... 후..."
모모는 숨을 가다듬었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었다. 확인해야 했다.
저 싸늘하게 늘어져있는 아름다운 여인은...
사나인 것일까?
정말로... 원념에 살해당한 것일까?
모른다.
그러니 다리가 떨려와 주저앉고 싶어도,
앞으로 걸어야 했다.
발목에 무거운 안개가 걸려서 걸음걸이를 붙잡는 것 같았다.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무거운 발걸음을 억지로 옮겼다.
걸음이 엉킨 듯 모모가 쓰러졌다.
'쿵' 소리와 함께 부딪친 무릎이 아플 법도 한데,
아랑곳없이 일어서 재차 걷기 시작했다.
어렴풋이 비릿한 냄새를 맡으며, 모모가 나직이 말했다.
"너, 왜 그러고 있어...?"
두려움에 휩싸인 모모의 여린 눈동자가 몹시도 떨리고 있다.
깜빡, 깜빡.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눈물이 모모의 뺨 위로 떨어져 번진다.
모모는 묻고 싶었다.
정말...
사나 너 맞아?
신이 나에게 건냈다고 믿었던,
선물같았던, 그 여린 아이가 맞는 것일까...
머리카락이 장미보다 붉어진 여인의 앞에 서자
'털썩' 모모의 무릎이 힘없이 땅에 부딪쳤다.
"사나야... 너 왜 이래? 너 되게 말랑말랑했는데,
근데 지금 너무 차갑고 딱딱해... 이상해... 왜 이래...?"
사나의 몸을 꼭 끌어안고, 모모가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눈에서는 뚝뚝...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쉴새없이 흘러내린다.
#28
아무것도 느껴지질 않았다.
캄캄한 암흠 속에서,
느껴지는 건 단 한 가지,
피가 쉴새없이 흘러 나가고 있다는 사실 뿐.
사나의 머리에는, 이제 곧 끝이라는 것만이 느껴진다.
그 순간, 따듯한 손이 자신의 뺨을 서서히 어루만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 손길은 익숙한 것이었다.
자신이 아는,
가장 소중했던 사람의 따듯한 손바닥...
"...야?"
모모가 크게 놀라 몸을떨었다.
모모에게 안겨진 사나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그러나 사나의 말은,
목에서 쉴 새 없이 뿜어지는 핏물에 가로막혀서 미처 발언되지 못했다.
그저 하염없이 피거품을 토해낼 따름이었다.
"사나야..."
가녀린 두 개의 손이 사나의 몸을 부축해 끌어당기고,
그리고 피에 젖은 사나의 몸이 따뜻한 품안에 안겨졌다.
'정신을 잃을 것 같아...'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지금 정신을 잃으면,
영원한 암흑에 빠지고 말테니,
그 전에 한 순간이라도 모모의 손길을 더 느끼는 것만이,
사나가 바랄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한참을 토해내던 각혈이 멈추자
사나는 간신히 신음같은 말을 흘렀다.
"모모야... 나, 나... 이제... 그만, 가야 할... 것 같아..."
짧은 말에도 힘이 부쳤는지, 사나의 온몸이 경련으로 떨려온다.
"안 돼, 안 돼..."
모모는 혼란 속에서 계속해서 고개를 저었다.
헤어지다니, 사나를 잃다니,
사나 없이 자신 혼자 살아가라니...
무슨 의미가 있지? 자신에게 사나가 없는 삶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야,약속 했잖아... 숙소에서도... 옥상에서도...
몇 번이고 약속했잖아... 같이 살아가자고...
결코 보내지 않을거야... 나를 두고 가겠다고?"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인지 피인지 모를 물기를 느끼며,
사나는 보이지 않는 모모를 찾으려고,
몇 번이고 고개를 돌리다 천천히 오른팔을 들어 허공을 더듬대다가
모모의 뺨에 손바닥을 갖다 대었다.
피가 묻은 사나의 손바닥은 평소보다 더욱 뜨거웠다.
사나의 손은 끈임없이 떨리고 있었다...
"모모야... 우,울지마... 모모야..."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사나는 울고 있었다.
"내게 네가 없는 삶을 견디라고 하지마...
싫어, 네가 없는 세상 따위, 모두 필요 없어!
아니, 그 세상에 내가 있을 필요가 없어..."
"모모야...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 허락해 줄 거야...?"
모모는 '응...'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나의 작은 목소리가 귓가로 파고들었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말...
#29
10대의 중반.
아버지에게서 핏줄의 비밀을 들었을 때,
사나는 이미 운명을 직시하고,
인간관계의 모든 것을 포기했다.
'아무렇지도 않아.'
사나의 머리 속에서 그 말은 주문처럼 반복되었고,
그 와중에 사나는 남들을 배려할 필요도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그 여자에 대한 공포로 인해서 사나는 사사로운 감정도 잊었다.
그렇게 망연자실 하고 있을때,
모모가 바다를 건너 자신에게로 왔다.
그리고 모모는 '친구' 라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말했다,
모모의 돌발적이고 무모한 행동에서,
단 하나 일관된 건 '친구' 였다.
'미안하면, 이제부터 우리 친구하자.'
모모의 이야기는 항상 재미있었다.
말을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모는 사나를 재미있게 해주려고 노력했다.
그런 모모의 이야기 속에,
아무도 없는 황야를 걷는 자신의 모습이 겹쳐졌다.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어딜 가도 아무도 없었다.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사실은 외로웠다.
너무 외로워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거짓말을 해댔다.
무릎을 끌어안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견뎠던 추위와,
쌓인 눈을 밟아 남긴 자신의 발자국만이 있을 뿐이었다.
모모와 만나기 전까지...
"너와 함께 있었던 모든 시간, 힘들었던 일은 없었어.
홀로 였던 내게는 보석과도 같을 시간들이었어...
고마워 모모야...너와 함께하는 순간,
그 순간은 늘 빛으로 가득차서... 너무나 눈부셨어..."
사나는 힘없이 웃었다.
'결코 잊지 못할 거야.'
눈을 감은 어둠 속에서...
마지막 순간,
보일리 없는, 모모의 환한 얼굴이 보였다.
사나는 모모를 바라보며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안녕,
나의 친구.
나의 운명...
운명조차도 끊지 못하는 끈...
우리의 마음은...
운명 속에서도 우리를 묶어 놓을거야...
사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핏물이 흐르는 눈으로 미소지었다.
"그러니... 꼭 다시 만날 거란 걸 알아..."
마지막 말을 내쉬며...
사나의 손이 스르륵 아래로 떨어졌다.
모모의 뺨에 길게 붉은 궤적을 그리면서...
한없이 낙하했고, 모든것이 멈추었다.
모모의 품에서 느껴지던 무게도,
고동도, 감촉도...
모든것이 달라졌다...
그곳에 남은것은 더 이상 사나가 아니라,
사나가 남긴 일종의 여진과도 같은 떨림이었다.
'사나야...'
하고 모모가 중얼거려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모모는 깨달았다.
조금 전 그 목소리가,
자신이 들을 수 있는 사나의 마지막 목소리였다는 걸.
모모의 입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 사나야,'
'일어나 바보야...'
라는 말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이미 모모의 앞에는,
그 말을 들어야 할 사람 대신
꺾여진 장미만이 쓸쓸히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나가 죽었다.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워야 하는데,
왠일인지 모모는 그렇지가 않았다.
사나가 죽었다...
화도 나지 않았고,
원념이란 것에게 분노도 느껴지질 않았다.
사나가 되살아나지 않는 이상.
그런 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트와이스고 뭐고 다른 모든 것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둘러싼
하나님의 모든 세상이 의미 없는 빈 공간일 뿐이었다.
'지켜준다고 했잖아. 모모야...'
어디선가 사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모모가 상처 입은 짐승처럼 절규했다.
"꺄아아아악!!"
자신이 사나를 죽였다...
사나에게 착각을 심어주었고,
가장 큰 행복을 약속한 다음 곧바로 그 행복을
미숙한 착각으로 강탈했다...
모모가 입술을 물어 뜯으며 분개했다.
입술이 터지면서 피가 흘러내렸다.
"내, 내가! 사나 너를 죽인거야..."
사나를 자신이 죽였다는 생각이 끈임 없이 모모를 옥죄여왔다.
다시는 사나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 역시도...
사나가 없다.
자신이 사나를 무너트렸다...
사나를 끌어안은 채,
모모는 자신의 마음을 파헤치고,
끝없이 자신을 살해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은 텅 비어지지 않았다.
다만,
그 자리를 메우며
가슴이 먹먹할 정도의 비명이 울러퍼졌다.
결코 끝나지 않는...
'모모 네가 나를 지켜준다고 했어...'
'평생 지켜줄 거야?'
'힘들지 않았어, 너를 만난 이후에는...'
이 여자의 이름은 미나토자키 사나였다.
사나는 모모에게 '순백' 그 자체였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모모는 감정을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토해냈다.
숙소의 공기가 떨렸다.
모모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손톱으로 살을 긁었으며,
비명을 쉴새없이 지르던 목에서는 핏기를 쏟아냈다.
왜 사나가 죽어야 하는건가?
불합리했다.
부조리했다.
불공평했다.
어떤 이유로 사나가 죽어야 하는거지?
위안부?
첫 번째 죄인은 일본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죄인은!
망각하고!
책임지지 않았으며!
애써 외면한!
바로 우리들이었다!
모두에게 공평한 '연옥'이 내려져야 할진데...
왜!
사나가!
대체 왜!
절규와 절규 사이로 모모는 띄엄띄엄 단어를 토했다.
눈물이 섞인 목소리로 간절히 애원하며...
"그러니까, 제발...
제발 사나를 데려가지마세요!"
그 순간이었다.
뿌옇게 흐려지던 모모의 눈동자에,
일순간 순백의 반짝임이 스친것은...
잘못 본 것일까...
눈가를 흩은 모모의 눈동자에
'그 여자'가 바닥을 기며 그녀들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공기중에 순백의 입자를 흩 뿌리면서 힘겹게,
여전히 몸을 경련하며...
그러나,
아련하게...
*주말에 쓰려했는데, 그냥 개별로 쓰려고여...ㅎ
*1부는 미완이고 2부는 쓰지도 않았는데 이어서쓰는건 좀 저만 재밌을거같아서 ㅎ
*완결아니어서 죄송합니다. 담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