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으으-몇시지...11시...얼마만이야...이렇게 늘어지게 잔건...
"야 손채영!!"
아 깜짝아! 나연언니잖아.
"왜...요 언니?"
"내 푸딩 니가먹었냐??"
"에?? 푸딩이요?? 무슨..."
아..또저래...분명 지가 먹어놓고 기억못하는걸텐데...치매가오셨나...
"내가 어제 사온 초코푸딩!!너 진짜 안먹었어?!"
"저 여태 자고있..."
"그래? 그럼 됐어."
쾅!!하고 문을 닫고 나가는 나연언니.
어휴..기지배...좀 얌전히 나가면 덧나?
철컥
"야 손채영 너 뭐라했어 방금"
"뭐, 뭐가요?"
뭐야, 생각을 읽기라도 한거야???
"뭐가요??어쭈?? 내가 못들은줄알아??"
"..."
미쳤다. 이사람은 제대로 미쳤다, 왜 갑자기 시비야
"안되겠다 너, 빨리 일어나"
"에??"
"빨리 일어나라고 손채영"
아씨...
"언니 저 진짜 아무말도..."
"빨리일어나!!얼른!!눈좀떠봐!!"
?????
....
뭐지...
정신이 들었을땐, 어두운 화장실에서 나연언니가 내 어깨를 잡고 흔들고있었다.
"빨리..어! 일어났어?? 채영아 괜찮아?? 나 누군지 알겠어??"
"미ㅊ...아니 나연언니..."
이크, 마음속에 있던 말이 나올뻔했다. 나연언니가 묻지못하게 재빨리
"여기...어디..."
하고 물었다. 언니는 의심하는 눈초리지만
"아직 그 화장실이야, 정신좀 들어?"
하고 대답했다.
"아..네...아으...아파..."
정신을 차리고나니 다시금 아까 삐끗한 발목이 아파왔다. 얼마만큼 기절해있던걸까?
"언니 저 얼마나..."
"쉿- 조용하고 잘 들어봐"
들어보라고? 뭘...아...밖에서 무언가가...
"...지시에 불응하면, 적대적 의사가 있는 감염자로 간주하여 경고없이 즉각 발포, 사살할것입니다"
"언니 저게 무슨..."
"밖에서 방송하나봐, 잘 들어"
뭐? 감염자? 발포?? 사살??? 영화라도 찍나??
"아-아- 건물 내부에 계신 생존자들께 다시한번 알려드리겠습니다-현재 경찰특공대 및 군 특수부대원으로 이루어진 진압팀이 건물 내로 사태진압을 위해 투입될예정이오니 각 생존자들은 구조요원이 올때까지 몸을 지키시길바랍니다"
무슨소리야 저게?? 경찰특공대?? 군인??
"또한 요원들과 만나면 지시에 따라 요원들이 감염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감염사실을 확인시켜주시고, 이런 지시에 불응하면, 적대적 의사가 있는 감염자로 간주하여, 경고없이 즉각 발포, 사살할것입니다- 이상 현시간부로 요원투입이 이루어지겠습니다-"
이게 지금 무슨...
"제대로 들었어? 우릴 구하러온대!"
"어...저...정말요?"
"그래!! 여기서 좀만 더 버티고있으면 구하러 와줄꺼야!"
아이처럼 기뻐하는 나연언니를 보니 괜시리 웃음이 났다, 아까 꿈에서 본 나연언니는 완전 미친...
"아 근데, 너 아까 기절해있을때 자꾸 미친년 미친년거리던데"
"에?? 미친년..이요?"
제기랄
"뭐 됐어, 악몽이라도 꿨나보지 뭐"
조금 더 기절해있었다면 영영 못일어날뻔했다.
"그나저나 저 얼마나 기절해있었어요?"
"한시간?한시간반?정도??"
"헉...그럼 여태 언니 혼자..."
"덕분에 있는창피 없는창피 혼자서 다 당했다"
"에? 그게 무슨.."
"됐어...씨..."
자세히 보니, 나연언니의 바지가 색이 묘하게 좀 어두워진듯한...
"그래도 너 일어나서 다행이야, 나 외로웠어, 무서웠어...힝..."
그렇게 말하는 언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언니의 눈물은 어두침침한 이곳에서도 반짝였다.
잠시 언니를 진정시키고 나니, 목이 너무나 말라왔다. 머리도 지끈거리고.
"언니 혹시 물같은거..."
"꿈도꾸지마, 밖에서 이상한놈들..감염자라했나? 여튼 걔들이 언제 덮칠줄알고...아까도 자꾸 쾅쾅거려서..."
언니는 말끝을 흐리며 슬쩍 자신의 바지를 보더니 흠, 흠, 헛기침을 하고는
"어쨌든 나가는건 자살행위야"
하며 투덜댔다. 뭐, 나였더라도 분명 실례해버렸을거야.
"그치만 언니...나 너무 목이..."
"나두 힘들어...그치만 여기 마실거라곤..."
말끝을 흐리는 나연언니의 시선이 머문곳은 내가 기대어있는 양변기였다.
"...우리 아이돌이야"
나연언니가 힘없이 말했다.
---
"하..이제 좀 살것같다..."
"그러게요 언니..."
"이건 나가서 어디다가 절대로 말하면 안돼, 나갈수 있을진 모르지만..."
"...응, 절대비밀!"
"솔직히 남들앞에서나 아이돌이지"
"맞아요 언니..."
우린 그날,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한가지 더 찾아냈다.
어쨌든, 우린 그렇게 서로 의지해야만했다. 가끔씩 비명소리와 총성이 들려올땐 서로를 꼭 껴안은채 눈을 감고 이 악몽같은 시간이 지나가길 기도했다.
날은 점점 어두워졌고, 이따금 쿵-하는 소리와 총소리가 먼곳에서 들려왔지만 그게 전부였다.
"고기...먹고싶어..."
나연언니가 맥없이 말했다.
"저두요..."
"마카롱도...케이크도...놀이동산 츄러스도..."
"힝...왕딸기올린 생크림케이크..."
무서운건 무서운거고 정말 배가고프다. 그건 나연언니도 마찬가지. 언니는 헬쓱한 얼굴로 먹는얘길 하고있었다
"다 필요없고 그냥 뜨거운 쌀밥에 김치라도..."
"하아앙...언니..."
"뜨거운 밥에 계란하나 풀고 간장이랑 참기름이랑...
"국밥도..."
몸이 추우니 따끈한 국밥생각이 간절했다.
"족발도..."
"족발...모모언니..."
"다른애들은...괜찮을까?"
"괜찮...겠죠?"
"보고싶다...내새끼들..."
그렇게 언니와 먹는얘길 하며 두려움을 잊었지만, 다른 멤버들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이 그 빈자리를 치고들어왔다.
"아-싫어 정말! 연애 한번 못해보고 죽는거야?!"
나줌마의 신세한탄이 시작됐다. 가끔 이런다.
"흑흑..연애한번 못해보고 죽는다니...있을 수 없는일이야..."
"언니...."
나두 연애 못해봤는데...
"우리처럼 매력적인아이들이 이런곳에서 연애, 하다못해 키스한번 못해보고 죽어간다니...이건 비극이야..."
나연언니는 어느새 넋이나간사람처럼 퀭한눈으로 지껄이고있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들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뭐야..왜쳐다봐?
"채영이 너...입술에있는 그 점..너무 예쁘다..예전부터 느꼈는데..."
"고마워요 언니...내인생 마지막 칭찬이될거같아..."
"재수없게 그딴소리하지마."
나연언니가 흘겨보며 말했다. 그리곤 다시
"채영이 너...키스해봤어?"
게슴츠레한 눈으로 내게 다가오며 물었다
뭐라해야하지...안해봤다고하면...
'안해본사람끼리 마지막으로 해보고 죽자!'
'어맛!언니! 안되는데...으응...'
이렇게 될 것 같아서...
"해, 해봤지. 나는"
거짓말을 해버렸다.
조금 실망한 표정으로 이내 되돌아가는 나연언니. 그러다가 다시 내게로 오더니
"어, 어땠어? 진짜 레몬맛이야?"
대체 어디서 누구한테 저런소릴 들은걸까.
"아, 아니...조금 음...아무맛도..."
"뭐야 싱겁게"
"대신 짜릿..했다고나 할까.."
"짜릿? 어떤데?? 어떻게??"
"허리쪽이랑 아랫배가 이렇게 움찔움찔하고...찌릿찌릿..."
"워...그래서?진짜 온몸이 전기가 막 흘러??"
"그래서..."
나연언니는 나의 거짓말에 집중했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꺄아- 하면서 이야길 들어줬다.
키스가 어떤건진 사실 나도 잘 모른다. 그냥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얘길 적당히 떠들었지만 모솔인 나연언니가 알리가 없지.
"우리 채영이...어른이였네...니가 오늘부터 언니해라"
언니는 그렇게 말하며, 혼자 턱을 손으로 괴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거짓말이지만 나도 그런 얘길 하고나니 괜히 두근거리고 얼굴이 달아올라서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어색민망한 침묵이 잠깐.
투타다다당!!! 타탕!!!탕 탕!!
밖에서 총성이 들려왔다. 그러고보니 얘기에 집중하느라 주변에 무슨일이 일어났고 어떤소리가 들렸는지 신경쓰지 못했다.
"으아어엄마야!!"
나연언니는 턱을 받치고있던 손을 떼며 화들짝 놀랬다. 그리곤 당황한 표정으로 내 눈치를 살폈다. 설마 또...
"무...뭐야 왜쳐다봐!!"
"언니가 쳐다보길래..."
"나, 나는 안쳐다봤어!"
"...."
뭐라 대꾸해야 할지 마땅히 생각이 나지 않아서 그냥 물끄러미 언니를 쳐다봤다.
"아 어 그러니까...밖에 사람들 온거같지않아?? 총소리 들렸는데!"
황급히 화제를 돌리는 나연언니.
"그렇겠죠??"
"하, 하하...우리 이제 살았네! 조금만 더 버, 버티자 응 응...조금만..."
툭 툭 툭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왔나봐!! 저희 여기있어요!"
언니 열면안돼 라고 하려던 찰나 나연언니는 문을 열었고, 그 앞에는 총을 맨 무장경찰이 서있었다
"살았다!! 빨리 이분따라서 나가자!"
나를 보며 기뻐하는 언니의 뒤로, 옷이 이리저리 찢긴 무장경찰이 미동도 없이 서있었다.
"언니 잠깐만, 이상해요"
"뭐가 바보야! 얼른 나가자!"
언니가 앉아있는 나를 일으켜세우며 말했다.
"아니야...문닫아요!"
"뭐?? 어??!"
심각하게 말하는 나에게 놀란 나연언니는 그제서야 문을 다시 닫으려했지만, 놈의 손이 쑥 들어와 닫히려는 문을 제지했다.
"이거놔!!빨리도와줘!!"
닫히려는 문을 잡은 놈의 힘이 너무 강했다. 너무 방심했다. 놈의 헬멧 아래로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것이 보였다.
"이거 놔!!제발!!"
간절한 우리들의 외침을 저버리듯, 문이 활짝 열려버렸다. 좁은 화장실 칸 안에서 우리가 도망갈곳은 없었다.
나연언니는 필사적으로 허우적대며 우리에게 오는 놈을 발로 차고 가녀린 손으로 막아내고있었다.
"채영이 너라도 얼른 도망가! 빨리!!"
어떻게...어디로??
놈은 우리를 물어뜯으려고하는듯 괴성을내며 머리를 마구 들이댔지만 다행히도 놈에게 단단하게 씌인 헬멧과 장갑이 그것을 어느정도 막아주고있었다.
"채영아 제발!!나때문에!"
뻑!!! 쿵! 털썩.
그것도 잠시, 내가 어쩔줄 몰라하는 사이에 놈은 나연언니를 강하게 밀쳐냈고 나연언니는 그대로 벽에 부딫혀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놈은 쓰러진 나연언니에겐 흥미가 떨어진듯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고 천천히 다가왔다.
놈은 마치 지옥으로 사람을 끌고내려가는 악마처럼 팔을 휘저으며 나를 덮쳤고, 나는 필사적으로 두 팔을 붙잡고 막아냈다.
바로 앞에 있는 헬멧안에서 쉬익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기분나쁜 딱딱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팔에 힘이 점점 빠져간다..
결국 잡고있던 팔뚝을 놓치고, 무언가가 내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아찔한 감각에 눈물이 핑 돌았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차오르는 눈물로 시야가 흐려졌다.
이제 끝인건가...엄마...아빠...우리 트와이스멤버들...PD님...매니저오빠...나를 사랑해준 수많은 사람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자애로운 성모님, 가엾은 우리를 구원해주세요...
...
-엎드려!!!
탕!!!탕탕!!!
몇발의 총성을 마지막으로, 나는 기억이 끊겼다.
"창호지 창호지 여기는 독수리하나"
-창호지 송신
"건물내 생존자 추가확보. 혼수상태 여성 둘. 감염여부 미확인"
-감염여부 확인하고 규정대로 처리 후 신속히 복귀하라
"양호"
몸이 들썩거리는 불쾌한 느낌에 잠시 정신을 차렸을땐, 주변이 빠르게 뒤로 움직이고 있었다.
꿈인가 싶어 다시 눈을 감았다.
또 다른 꿈인가...
눈부신 빛이 쏟아지고 쯔위가 울고있다.
옆엔 다현언니, 미나언니, 사나언니, 지효언니, 정연언니, 모모언니, 나연언니...왜 다들 울고있어...무사했구나...
그리고 옆에 고릴라가...
고릴라...
"...영아!"
고릴라가 말을한다...
"채영아!!"
고릴라의 얼굴이 바뀌어간다...
"손채영!!!"
이상하게 생긴 고릴라의 외침에 정신이 확들며 눈이 떠졌다.
"아...아아아아!!"
정신을 차렸을땐, 머리에 느껴지는 격통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채영아!!!괜찮니?!!"
고릴라는 어느새 PD님으로 변해있었다.
"째영아!!"
"째영!!"
"아 다들...아으으으..."
PD님이 옆에서 날 계속 부르고 있었고, 쯔위와 미나언니가 내 옆에서 내 얼굴과 손을 만져댔다.
"머리가...너무아파...여기 어디예요??"
내가 누워있던자리는 흠뻑 젖어있었고, 쯔위와 미나언니의 얼굴도 금새 눈물로 젖어버렸다. PD님은 털썩 주저앉아 고개를 떨구어버렸다. PD님의 어깨가 들썩인다. 미나언니도 PD님 옆에 주저앉아 울어버린다
"여기 살아나믄 사람들! 째영아 보고시퍼써..흐윽 흐윽"
쯔위가 울면서 말했다.
"나연언니! 나연언니는??"
"나연온니 여페...누워서 사나온니랑 다횬온니 가치 이써..."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사나언니와 다현언니가 울고있는 나연언니의 손을 꽉 잡고 훌쩍이고있었다.
"다른...언니들은??"
"채영아 일단 좀 더 쉬고, 지금 진정제 넣어달라할테니까 이따가 일어나서 얘기하자. 여긴 안전하니까 안심해도 돼"
PD님은 그렇게 말하곤 간호사를 불러 진정제를 놓아달라 요청했다.
"쯔위....다른언니들은...어딨어..."
"째용아 일단 좀 쉬어...아프자나..."
"다른...언..."
진정제가 들어오고, 나는 곧 또다시 정신을 잃었다. 몇번째야.
다시 정신을 차렸을땐 쯔위가 나에게 엎드려서 자고있었고 실장님과 PD님이 의사들과 이야길 하고 있었다.
몸을 추스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옆자리 나연언니가 울먹이며 사나언니의 얘길 듣고있었다.
내 이마는 커다란 혹으로 부풀어올라서 붕대로 둘둘 말려있었다.
"환자분 정신이 좀 드세요?"
예쁘게생긴 간호사언니가 날 보더니 와서 물어봤다.
"아 예..."
나는 혹을 어루만지며 대답했다.
"다행이네요. 머리를 세게 부딫히신거같은데 좀 크게 부풀어올랐어요. 감염은 안되신거같구요, 아까 진정제랑 진통제 많이 넣어드려서 당장은 아프지는 않으실거예요.
"아 네..."
"조금 더 누워계세요, 혹시 모르니까 채혈 한번만 더 할게요"
간호사언니는 그렇게 말하곤 내 손가락을 따서 피를 조금 가져갔다. 새빨간 피가 나오는걸 보니 내가 살아있구나-싶어 눈물이 핑 돌았다.
"보시다시피 지금 상황이 상황인지라 위급한게 아니면 좀 기다리셔야될거예요. 그래도 필요한게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자 꼭 누르세요"
간호사언니는 그렇게 말하고 지혈용 솜을 주고는 다른곳으로 가버렸다.
그렇게 우두커니 앉아 지혈을 하고있으려니 퉁퉁 부은 눈을 한 쯔위가 일어나서 안부를 물어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서 여기 없는 사람들, 그러니까 매니저오빠와 지효언니 모모언니 정연언니가 여기 없는 이유를 PD님께 듣게 되었다.
"...그렇게 됐어, 너희라도 무사히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다"
"모모언니...정연언니...다 나때문에...내가 거기서 그렇게 시간끌지만 않았어도..."
그렇게 말을 한 다현언니는 모모언니의 유품을 꼭 쥐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런 언니를 쯔위가 괜찮다며 달래주었다.
그렇게...언니들은 동생들을 위해 희생하며 죽어갔다...모모언니...정연언니...지효언니...얼마나 무서웠을까...얼마나 아팠을까...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을까...
언니들을 생각하니 다시 울음이 터졌다. 그렇게 한동안 다현언니를 끌어안고 같이 울어버렸다.
한참을 울고나서 조금 진정이 된 나는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PD님에게 물었다.
"PD님 저..저랑 나연언니 구해주신분..."
"어, 왜??"
"감사인사라도 하고싶어서..."
"아 그래??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봐"
그렇게 말하곤 PD님은 바깥으로 나가더니 몇분뒤에 돌아와선 지금 여기엔 없다고 경찰에 말해두었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올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앳된 얼굴을 한 경찰 세명이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저기...저희 찾으셨다고..."
"아 혹시 저희 구해주신..."
"아 예, 몸은 좀 어떠세요? 다치신데는?"
"덕분에 혹만 나고 끝났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예요, 너무 늦게 도착해서 다치신거같아 저희가 죄송하죠"
"아니예요 아니예요! 경찰분들 아니였으면 저흰 여기 없었을꺼예요"
그 얘기를 들은 앳된 얼굴을 한 경찰은 부끄러운듯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고, 옆에있던 경찰이 걸쭉한 경상도억양으로 물어왔다.
"거 같이계시던분은?"
"아 잠시만요, 나연언니!!일로와봐요!! 올수있어요??"
"어 왜!"
"여기 이분들!!우리 구해주신분들!"
"어 정말?!잠깐만!"
나연언니를 물어본 그 경찰은 황급히 아임니다- 제가가겠심다- 하며 나연언니쪽으로 쪼르르 뛰어갔다.
다른 경찰 한명은 연신 실장님과 PD님께 감사인사를 받고있었고, 황송하다는듯이 같이 굽실거리고있었다.
"저기...부탁하나만..."
"아, 예!"
"여기 싸인하나만...받아도..."
앳된 얼굴을 한 경찰은 수줍게 수첩과 컴퓨터용싸인펜을 내밀었다
"아!!예 당연하죠!! 이름이...?"
"강민중이요, 민중의 지팡이할때"
"강..민...중...이름값제대로 하고계시네요?하핫"
"아 예...그런얘기 많이듣습니다 하핳"
그는 싸인받은 수첩을 두손으로 받아들곤 나를 물끄러미 좀 더 쳐다보더니
"아, 그럼 몸조심하세요! 아기맹수님! 항상 응원하고있습니다! One in a million!"
"아...예! 민중님도 화이팅!"
하고는 싱글벙글 웃으며 다른 동료에게로 갔다.
나랑 나이차이 별로 안나보이는데...대단하다...
멀어져가며 나를 힐끔힐끔 돌으보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 꾸벅 인사를 했고 그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화답해주었다.
저들이 아니였다면, 나연언니와 나도 아마...그렇게 생각하니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렇게 우린, 그 생지옥에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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