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러시아는 크림 반도 합병을 통해서 정치적, 군사적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대가는 실로 혹독하다.
서방의 제재 확대와 갑작스러운 유가 급락까지 겹치면서 루블화의 가치가 폭락하고, 러시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가 국제유가 하락도 당분간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 시베리아 유전에서 채굴하는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에 대한 재정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경제는 쉽사리
활로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하여 군사적 충돌에 대비한 국제적 제재의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고, 이는 직간접적으로 채무 상환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올해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면하기 어려우리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푸틴은 여전히 별 문제없다며 위세를 떨고 있다.
푸틴은 유도 유단자(有段者)로서 자신의 체력과 정력을 자랑하는 러시아의 슈퍼맨이지만, 러시아 경제도 그렇지는 않다.
모두에 한 이야기이지만, 무엇보다도 유가 하락이 러시아 경제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 러시아 경제는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출의 70%, 재정 수입의 50%를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는 고유가 시기에 석유수출로 국부를 쌓으며
구조개혁의 시기를 놓쳐버렸다. 다시 말해서, 석유산업에 의존하느라 제조업과 첨단산업을 육성하고 경제체제를 민간주도
경제시스템으로 이행해나갈 수 있는 개혁의 시기를 놓쳐버렸다는 것이다. 에너지의 저주이다. 재정수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정도인데, 지금과 같은 저유가에서는 채굴을 하면 할수록 되려 손해를 보게 된다. 지금같은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러시아 정부는 달러를 벌 수 없게 되고, 러시아 국민들에게 지급해야 할 복지예산이라던지 식료품에
대한 수입 대금 지불, 국방비 지출과 같은 예산편성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금년의 GDP는 작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반면에, 유럽연합은 별다른 타격을 받고 있지 않다. 유럽연합이 이러니 미국은 말할 것도 없다.
중국도 이를 인식하고 있는 모양인지, 사사건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던 과거와는 달리 저자세 외교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종이호랑이 정도로 보이던 미국이 에너지를 무기로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를 모조리 주저앉혀버리는 괴력을 발휘하자
아직 미국과의 정면 대결은 무리라는 결론에 도달한 모양이다. 이들 국가들은 모두 중국에게 중요한 파트너이기도 하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시카고를 방문한 왕양 부총리는「세계를 주도하는 것은 미국이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를
거역하지 않는다. 중국은 미국에게 도전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라고 발언하며 한껏 몸을 낮추었다. 이것은 사견이지만
중국의 경제적인 부상 그 자체가 위협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저렴한 양질의 노동력으로 노동집약적 산업, 예컨데
다이소에서 판매할 법한 생활필수품들을 양산하여 세계의 물가안정에 상당히 기여해왔음을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국제규범을 도외시하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 무력이나 위협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법을 통한 분쟁 해결을 촉구한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처럼 최근 국제사회에서 여러 가지 의미로 주목받고 있는 푸틴은 작년 호주 브리즈번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도 각국 정상들의 집중 포화를 받은 끝에 결국 도망치듯이 조기 출국하고 말았다. 당장 의장국으로서
정상회담을 순조롭게 이끌어가야 할 책무를 가진 토니 애벗 호주 총리조차도 푸틴 대통령과 만나게 되면 럭비경기에서
상대방과의 물리적 충돌을 일컫는「셔츠 프런트」를 가할 것임을 공언했고, 캐나다의 스티븐 하퍼 총리는 푸틴의 악수
제의에「악수는 하겠지만 당신에게 할 말은 우크라이나에서 나가라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대놓고 면박을 안겨주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금융, 에너지, 국방 분야에서 더욱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면서 으름장을 놓았고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우크라이나 사태가 경제 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일본, 호주는 3국 정상회담을
갖고 러시아를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G20 정상회담이 졸지에 푸틴과 러시아에 대한 성토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결국 잠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도망치듯이 조기 출국한 푸틴은 왕따를 당했던 것이 서러웠던지 미국을 향하여 포문을 열었다.
러시아를 굴복시키려는 미국의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신용등급은 계속 떨어지고있어서
최근에는 투기(Junk) 수준으로 강등되어버린 탓에 자본유출이 가속화되고 있고,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도 줄어들어가고 있다.
작년에 빠져나간 자금만 하더라도 150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인데,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러시아 경제는 채무불이행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이 농후하다. 무엇보다도 러시아는 달러가 없으면, 자국민을 먹여살릴 식량을 구입하기 위해서 지불할
수입대금을 마련할 수 없다. 언젠가 했던 이야기지만, 식량은 석유와 함께 전략물자로 분류된다. 어떤 국가라도 식량과 석유가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인도의 국토 면적과 맞먹는 광활한 경작지에서 온갖 농축산물을 생산해내면서
자급자족을 달성함과 동시에 세계 최대의 농축산물 수출국가로서 세계를 먹여살리고 있는 것이다. 이건 미국만 가능한 일이다.
세계에는 많은 국가들이 존재하고, 또 그만큼 많은 지도자들이 존재하지만 자유세계의 리더는 오직 하나 뿐이다. 미국 대통령은
국익을 수호함과 동시에 동맹국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수많은 우선순위 가운데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가 많다.
러시아는 이 빈틈을 노리고 크림 반도 합병에 성공하였으나, 후폭풍이 예상보다 거세다. 푸틴은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러시아 경제의 디폴트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있다. 러시아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평가하자면, 러시아는 크게 강하지도 않으면서
크게 약하지도 않은, 주변국들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의 지역강국이라고 판단하고있다. 이제 전쟁은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러시아는 크림 반도를 합병한 대가로 국가 경제가 파산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저유가는 상당한 기간동안
지속될 전망인데, 석유와 천연가스에 재정을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의 취약함이 단기간에 개혁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세계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상처입은 불곰」이 도발적인 조치들을 취할 가능성에 대해서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요약
1. 크림 반도 합병을 성사시킨 러시아의 경제가 연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추락하고 있다.
2. 서방의 경제제재와 더불어 유가급락이 러시아 경제에 대한 데미지를 누적시키고 있다.
3. 어쩌면 러시아는 크림 반도를 합병한 대가로 국가 부도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