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곡이자
핑크 플로이드 베스트 75의 60위는
핑크 플로이드 2집 의
2번트랙
1968년 발매된 는 핑크 플로이드 역사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에 만들어진 앨범이다.
녹음이 진행되는 동안 팀의 리더였던 시드 배럿은 밴드를 떠났고, 그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데이비드 길모어가 합류했다.
그래서 한 앨범 안에 두 보컬이 모두 참여한 흔적이 남아있는 독특한 색채를 지닌 앨범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중 오늘 소개할 는 키보디스트 릭 라이트가 작사 작곡하고 직접 노래까지 한 곡이다.
노래를 처음 들으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굉장히 몽환적인 분위기다.
라이트의 피아노와 오르간이 곡 전체를 감싸고, 그 사이로 시드 배럿의 슬라이드 기타가 천천히 유영한다.
워터스는 베이스를 맡았고, 특이하게도 드럼은 닉 메이슨이 아닌, 앨범 프로듀서 노먼 스미스가 직접 연주했다.
유년시절에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았던 추억과, 별다른 걱정없이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냈던 때를 그리워하는 가사가 인상적인데,
어린시절의 노스탤지아를 테마로 한 내용은 나중에 이나 같은 중기, 후기곡들에서도 종종 쓰여졌다.
https://youtu.be/0BNsf1oEeCw
몽환적이고, 사이키델릭한 건반과 기타 사운드로 시작된다.
[Verse 1]
Remember a day before today
A day when you were young
Free to play alone with time
Evening never comes
오늘보다 이전의 어느 하루를 기억해봐
네가 어렸던 어느 날을
시간과 함께 마음껏 놀 수 있었던 때
저녁은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때
어린 시절에는 시간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간을 가지고 놀 수 있었다.
아침부터 밖에 나가 놀기 시작하면 하루가 끝없이 길게 느껴지고, 저녁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것 같았다.
어른에게 시간은 항상 부족하고 계속 흘러가는 것이지만, 어린아이에게는 거의 무한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행복했던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1절이다.
[Verse 2]
Sing a song that can't be sung
Without the morning's kiss
Queen, you shall be it if you wish
Look for your king
부를 수 없는 노래를 불러봐
아침의 입맞춤 없이는 부를 수 없는 노래를
네가 원한다면 여왕이 되어도 좋아
그럼 네 왕을 찾아봐
여기부터는 현실적인 기억보다는 어린아이의 상상에 가까운 장면들이 이어진다.
아이들의 놀이에서는 굳이 현실적인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평범한 정원이 성이 될 수도 있고, 친구 한 명을 왕이나 여왕으로 정하면 그 순간부터 그 세계에서는 정말 왕과 여왕이 된다.
시드의 동화적인 가사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지만, 이미 어른이 된 뒤 그 시절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 더 쓸쓸하게 들린다.
[Chorus]
Why can't we play today?
Why can't we stay that way?
왜 우리는 이제 그렇게 놀 수 없는 걸까?
왜 우리는 계속 그때처럼 있을 수 없는 걸까?
그리고 여기에서 이 곡의 핵심 질문이 나온다.
단순히 어렸을 때가 좋았다는 이야기가 아닌, 왜 지금은 그때처럼 살 수 없게 되었느냐 질문을 던진다.
누군가 어느 날부터 놀지 말라고 명령한 것도 아니고, 어린 시절이 끝났다고 알려준 것도 아니다.
그냥 시간이 흐르고 학교와 일, 책임 같은 것들이 하나씩 생기면서 어느 순간 예전처럼 하루를 보내지 않게 된다.
그리고 뒤늦게 돌아봤을 때 그 시절은 이미 멀리 가버렸다.
[Verse 3]
Climb your favorite apple tree
Try to catch the sun
Hide from your little brother's gun
Dream yourself away
네가 가장 좋아하던 사과나무에 올라가봐
태양을 붙잡아보려고 해봐
동생의 장난감 총을 피해 숨어보고
그대로 꿈속으로 멀리 떠나봐
좋아하는 나무에 올라가고, 손을 뻗어 태양을 잡으려고 하고, 동생과 장난감 총을 가지고 놀다가 자기만의 상상 속으로 빠져든다.
어렸을 땐 현실과 상상의 경계 역시 지금보다 훨씬 희미하기에 별다른 준비도 없이 순식간에 다른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Why can't we reach the sun?
Why can't we blow the year's away?
왜 우리는 태양에 도달할 수 없는걸까?
왜 지나가버린 세월을 없애버릴 수 없을까?
첫 코러스에선 왜 오늘은 놀 수 없을까? 라고 던지던 질문이 왜 지나가버린 세월을 없애버릴 수 없을까? 라고 묻는다.
결국 문제는 단순히 놀 시간이 없어졌다는 것이 아닌, 그 때의 그 순간으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손을 뻗으면 태양을 잡을 수 있다고 믿었던 아이는 이제 태양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Outro]
Blow away
Remember
날려버려
기억해
마지막 아웃트로에선 희미하게 들릴듯말듯한 목소리로 두 단어를 반복하는데,
그 시절이 다신 돌아오지 않는다는 슬픔과, 행복했던 유년시절을 잘 기억하라는 충고를 담은듯하다.
결국 이 곡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노래가 아니라,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 시절을 잊지 않으려는 노래에 가깝다.
앞서 말했듯, 이 앨범은 시드 배럿이 참여한 마지막 핑크 플로이드 앨범이 되었다.
그래서 우연찮게도 결과적으로 곡 자체도 핑크 플로이드의 한 시절이 끝나기 직전의 기록처럼 남았다.
그리고 이 곡엔 드러머 닉 메이슨이 아닌, 프로듀서 노먼 스미스가 드럼 파트를 맡았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메이슨이 곡에 맞는 드럼 파트를 제대로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어서 스미스에게 대신 부탁했기 때문이다.
메이슨도 훗날 이 사실을 별다른 자존심 문제 없이 인정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느낌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스미스가 직접 연주했다고 회상했다.
여담으로, 정작 곡을 만든 라이트는 이 곡을 스스로 그렇게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당시 자신들이 아직 아마추어에 가까웠고, 시드가 떠난 뒤 다른 멤버들이 작곡을 떠맡아야 하는 부담도 컸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중, 2008년에 데이비드 길모어와 릭 라이트가 같이 BBC 방송에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라이트는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같이 무대에 오를 수 없게 되었다.
https://youtu.be/rPBu_e6fXOY
홀로 방송에 출연한 길모어는 라이트를 추모하며 선택한 곡이 바로 이 곡, 였다.
유년 시절을 기억하는 곡이 40년이 지나서는 라이트를 기억하기 추억하기 위해 부르는 노래가 되었다.
어제보다 더 이전의 어느 날을 기억해보라고 노래했던 사람이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된 것이다.
이 무대는 라이트가 타계한지 일주일밖에 안된 시점이라 그런지 길모어의 눈이 상당히 슬퍼보인다.
시드 배럿 시대의 몽환적인 사운드와 라이트 특유의 서정성이 함께 남아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린 시절뿐 아니라 세상을 떠난 라이트 자신까지 기억하게 만든 이 곡을
핑크 플로이드 베스트 75의 60위로 선정한다.
핑크 플로이드 베스트 75의 6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