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려대에 입학한 안동 출신 남학생 신입생이다.우리집은 안동간고등어를 만드는 소규모 작업장을 운영을 하고 있다.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고려대에 입학을 하여 상경을 할수가 있었다.
나는 드디어 TV에서 매일보던 스카이전(SKYI)(구연고전)에 참가를 했다.
선배들은 내 몸을 단련을 시켰으며, 근육을 만드는법을 가르쳐 주었으며, 몸을 아름답게 만드는 전략을 가르쳐 주었다.
또한 전략을 가르쳐 주었으며 군지휘체계를 가르쳐 주었다. 그로 인해 상품가치가 높은 남자가 어떻게 되는것인지 가르쳐 주었다.
나는 안동간고등어집 아들을 벗어나서 드디어 사회의 지도층으로 편입이 되었다.
나는 교향 있는 서울말을 배우기 시작 했고, 페라리를 배우기 시작 했고, 재벌, 권력가 자제를 배우기 시작 했고, 롯데 시그니엘을 배우기 시작했다.
나는 연세대에 입학한 태백 출신 남학생 신입생이다.우리집은 태백에서 고랭지 배추 농사를 하고 있다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연세대에 입학을 하여 상경을 할수가 있었다.
나는 태백시 농사꾼 아들을 벗어나서 드디어 사회의 지도층으로 편입이 되었다.
나는 이화여대에 입학한 논산 출신 여학생 신입생이다우리집은 논산에서 딸기 농사를 짓고 있다.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이화여대에 입학을 하여 상경을 할수가 있었다.
선배들은 옷을 입는 법을 가르쳐 주었으며, 성형을 가르쳐 주었으며, 여자 다움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었으며, 상품가치가 높은 여자가 어떻게 되는것인지 가르쳐 주었다.
또한 전략을 가르쳐 주었으며, 사회 각계에 포진되어있는 선배 지휘 체계를 알려 주었다.
나는 논산 딸기집 농사꾼 딸을 벗어나서 드디어 사회의 지도층으로 편입이 되었다.
나는 교향 있는 서울말을 배우기 시작 했고, 샤넬을 배우기 시작 했고, 재벌, 권력가 자제를 배우기 시작 했고, 롯데 시그니엘을 배우기 시작했다.
나는 서울대에 입학한 강남 8학군 출신 남학생 신입생이다우리집은 4대째 서울대를 졸업한 명문가 출신으로 나는 휘문고를 졸업한 신입생이다.우리집은 대치 현대 아파트이며 평생을 그 근처를 떠난 적이 없다. 초등학교는 대치동의 명문 대현 초등학교를 나왔으며 중학교는 대치동의 명문 대명중학교를 나왔다.
나는 당연하게 서울대에 입학을 하였으며, 좀 후진 동네이나 버스를타고 서울대에 다니게 되었다.
나는 부모님과 매년 참가를 했던 스카이전(SKYI)(구연고전)에 미래엘리트신분이 아닌 서울대 학생 신분으로 참가를 했다.
선배들은 매일하던 정치 시뮬레이션을 넘어서 정치의 실전을 가르쳐 주었으며, 국가 운영을 가르쳐 주었으며, 국가를 넘어서는 세계 외교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었다. 또 세계에 포진되어 있는 선배들을 중심으로 한 국제 인사들의 외교 시스템에 관해 알려 주었다.
나는 ~의 자제를 벗어나서 드디어 사회의 지도층의 일부인 XX XXX로 불리우기 시작 했다.
나는 의회를 주도하기 시작 했고, 여론을 만들기 시작 했으며, 여론의 알고리즘을 설계하기 시작 했다.
그리고 우리는 고려대(남자), 연세대(남자), 이화여대(여자) 교수가 되어 3축으로 분배 되었고 4축정치의 실권자가 되었다.
‘정치창녀’라는 표현은 작중 여론이 쏟아낸 조롱이며, 소설은 그 표현을 비판적으로 다룹니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은 마지막 무대에서 말했다.
“저는 태백배추와 금산인삼을 반반 섞겠습니다.”
관중석은 갈렸다.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은 일어났다.
“하린 씨, 그건 우리를 반쪽으로 만드는 겁니다.”
고려대 신입생 임태호도 일어났다.
“아니요. 그건 우리를 둘 다 살리는 겁니다.”
그러나 여론은 듣지 않았다. 다음 날 포털에는 이런 제목이 걸렸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 줄타기하다 정치창녀 낙인.”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은 그 글을 읽고 조용히 말했다.
“나는 창녀가 아닙니다. 나는 농사꾼 딸입니다.”
방송은 그 말을 편집했다. 다음 화 예고에는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의 웃는 얼굴만 나왔다.
결국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은 규칙 위반으로 퇴출되었다. 고려대 신입생 임태호의 금산인삼도 함께 몰락했다. 인삼밭은 6년을 기다렸지만, 여론은 6일을 기다리지 않았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은 논산으로 내려갔다. 아버지가 비닐하우스 앞에서 말했다.
“딸기밭은 아직 있단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은 울었다. 그리고 웃었다.
다음 시즌,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가 돌아왔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영광에서 올라온 굴비집 딸이었다. 정확히는 영광 굴비 시장에서 큰손집 딸이었다. 그녀의 집은 작은 작업장이 아니었다. 영광의 굴비 건조장 여러 곳을 운영했고, 물류 창고와 선별 라인을 가진 중견 가공업체였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지난 시즌의 실패를 오래 분석했다. 그녀는 노트에 적었다.
첫째, 굴비의 뼈를 이기지 못했다.둘째, 선택을 받는 구조가 문제였다.셋째, 반반을 선택하면 정치창녀라 불린다.넷째, 그럼 선택 자체를 바꿔야 한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순살 굴비 설비에 투자해 주세요.”
아버지는 눈을 크게 떴다. “굴비는 뼈째로 말려야 제 맛이야.”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가 대답했다.
“시장은 뼈째로 안 사요. 뼈를 발라내는 데 7분 걸려서 원가가 세 배가 됐어요. 설비를 들이면 7초로 줄일 수 있어요.”
아버지는 한참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네가 영광의 큰손집 딸이니까, 네가 결정해라.”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설비를 들였다. 자동 순살 발골기, 잔뼈 검출기, 진공 저온 숙성 라인. 그녀는 영광의 굴비를 ‘뼈 없는 굴비’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새 시즌 첫 무대.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순살굴비를 들고 나왔다.
“저는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입니다. 영광 굴비 큰손집 딸입니다. 이번 시즌, 저는 뼈를 발라냈습니다.”
관중석이 술렁였다. 제작진은 자막을 띄웠다.
“순살굴비, 선택은 누구에게.”
경쟁 구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태백배추와 안동간고등어. 금산인삼은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과 함께 공멸했으므로 무대에 없었다.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이 나왔다.
“저는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입니다. 태백 배추밭 아들입니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 씨, 저를 선택해 주십시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도 나왔다.
“저는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입니다. 안동간고등어집 아들입니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 씨, 저를 선택해 주십시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두 사람을 보았다. 그녀는 지난 시즌을 떠올렸다. 안동간고등어를 선택했다가 굴비의 뼈에 발목이 잡혔다. 이번엔 달랐다. 뼈는 없었다. 그러나 선택은 여전히 두려웠다.
사회자가 외쳤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 씨, 파트너를 선택하십시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말했다.
“저는 아직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먼저 실험을 하겠습니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두 개의 실험실을 열었다.
첫 번째 실험실에는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이 있었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순살굴비와 안동간고등어를 한 통에 넣었다. 소금, 누룩, 시간. 그녀는 말했다.
“간고등어는 순살입니다. 굴비도 순살입니다. 둘 다 뼈가 없습니다. 그런데 둘 다 소금이 있습니다. 소금과 소금이 만나면 무엇이 됩니까.”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이 대답했다. “어장(魚醬)입니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어장은 선택하지 않습니다. 어장은 섞입니다.”
두 번째 실험실에는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이 있었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태백배추에 그 어장을 넣어 김치를 담갔다. 그녀는 말했다.
“배추는 어장을 품습니다. 어장은 배추를 살립니다. 배추는 어장의 맛을 깊게 합니다.”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이 물었다. “그럼 저는 선택받은 겁니까.”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가 대답했다. “당신은 선택받은 게 아니라, 필요합니다. 이번엔 선택이 아니라 배합입니다.”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은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그는 배추밭의 이랑을 떠올렸다. 배추는 혼자 김치가 되지 않는다. 소금과 고춧가루와 젓갈이 필요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전략을 세웠다. 그녀는 무대에 두 개의 제품을 올렸다.
“순살굴비 간고등어 어장 — 두 바다의 소금.”
“태백배추 순살굴비 김치 — 어장을 품은 배추.”
그녀는 말했다.
“저는 안동간고등어를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태백배추도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어장을 선택하겠습니다. 어장은 간고등어와 순살굴비로 만듭니다. 그리고 그 어장은 태백배추 김치에 들어갑니다. 그러므로 저는 두 분을 모두 선택한 것이 아니라, 두 분을 모두 재료로 선택한 것입니다.”
관중석이 술렁였다. 사회자가 물었다.
“그게 규칙 위반 아닙니까.”
“규칙은 ‘파트너를 하나 고르라’고 했습니다. 저는 파트너를 고르지 않았습니다. 제품을 골랐습니다. 어장은 파트너가 아니라 플랫폼입니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도 웃었다. 그들은 처음으로 같은 생각을 했다. 이번엔 우리가 선택받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재료가 되는구나.
그러나 여론은 달랐다. 일부는 말했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 또 양다리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그 말을 예상했다. 그녀는 무대에 ‘성분표’를 띄웠다.
“안동간고등어 42%, 영광순살굴비 38%, 태백배추 20%.”
“저는 숨기지 않습니다. 어장에는 두 바다가 들어 있고, 김치에는 배추가 들어 있습니다. 누구도 반쪽이 아닙니다. 이것이 양다리가 아니라 배합입니다.”
관중석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누군가 박수를 쳤다. 박수는 퍼졌다.
어장은 성공했다. 순살굴비의 감칠맛과 안동간고등어의 짠맛이 겹치면서, 어장은 깊고 둥근 맛을 냈다. 태백배추 김치는 그 어장을 품어 묵직한 감칠맛을 냈다.
수출 실적은 6주 만에 70만 달러를 넘었다. 10주째, 95만 달러. 마지막 주, 104만 달러.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무대에서 말했다.
“저는 이번에 100만 달러를 넘겼습니다. 그러나 이 숫자는 저 혼자 만든 것이 아닙니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의 간고등어,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의 배추, 그리고 영광의 순살굴비가 함께 만든 것입니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이 물었다.
“그럼 이제 누구를 선택하십니까.”
“저는 어장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어장은 두 분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두 분 중 한 명을 선택하는 대신, 두 분과 함께 회사를 만들겠습니다.”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이 물었다. “그게 가능합니까.”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가 대답했다. “가능하게 만들겠습니다.”
그때 무대 뒤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 대기업 HS푸드의 아들이자, 이 프로그램의 중심축이었던 사람.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은 어장을 한 숟가락 떠서 맛보았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한참 뒤, 그가 말했다.
“이건 어장이 아닙니다. 이건 소스입니다. 글로벌 소스 시장은 어장보다 열 배 큽니다.”
관중석이 술렁였다.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이 말을 이었다.
“저는 이 시장에 진입하겠습니다. HS푸드의 콜드체인과 해외 유통망을 붙이면, 1년 안에 1,000만 달러가 가능합니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이 물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됩니까.”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이 대답했다. “인수하겠습니다.”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이 물었다. “그럼 우리 배추밭은요.”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이 대답했다. “공급 계약을 맺겠습니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조용히 웃었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좋습니다. 인수하세요. 단, 조건이 있습니다.”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조건?”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가 말했다.
“첫째, 어장의 표준 배합비는 공개 표준으로 등록합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게 합니다. 둘째, HS푸드는 영광, 안동, 태백에 각각 가공 설비를 투자합니다. 셋째, 지역 협동조합이 지분 51%를 보유합니다. 대기업은 유통과 자본을 맡고, 지역은 생산과 표준을 맡습니다.”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이 침묵했다. 관중석이 조용해졌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과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은 서로를 보았다. 그들은 이번엔 싸우지 않았다.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이 말했다. “그건 인수가 아니라 동업입니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가 대답했다. “맞습니다. 당신은 시장에 진입하고 싶은 것이지, 우리를 없애고 싶은 게 아니잖아요. 당신이 원하는 건 카테고리 리더십입니다. 제가 그 리더십을 드리겠습니다. 대신 지역을 지웁니다.”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은 한참 동안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를 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 씨, 당신은 대학 신입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가 대답했다. “저는 영광 굴비 큰손집 딸입니다. 그리고 이번엔 선택당하지 않겠습니다.”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은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날 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영광의 바닷가에 앉아 있었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이 다가와 앉았다.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도 조금 뒤에 앉았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이 말했다. “지우 씨, 저는 지우 씨를 선택받고 싶어서 이 무대에 선 게 아닙니다. 지우 씨를 원해서 섰습니다.”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이 말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지우 씨가 우리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를 재료로 선택했습니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가 웃었다. “그래서 화났어요?”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오히려 편합니다. 선택받는 게 이렇게 무서운 건 줄 몰랐습니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이 물었다. “그럼 우리 중 누구를 사랑합니까.”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바다를 보았다. 영광의 바람이 불었다. 그녀는 말했다.
“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압니다. 저는 두 분이 서로를 개라고 부르지 않는 새벽을 사랑합니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이 웃었다.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도 웃었다. 그들은 바닷가에 나란히 앉아 새벽을 기다렸다.
이듬해, ‘두 바다 어장’은 수출 1,200만 달러를 넘겼다.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은 HS푸드의 유통망을 붙였고,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은 안동의 작업장을 공동 브랜드로 만들었다.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은 태백의 농가를 협동조합으로 다시 묶었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영광의 순살 설비를 표준화했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은 논산에서 딸기밭을 지켰다. 그녀는 어장에 딸기 절임을 곁들인 새로운 라인을 제안했다. 이번엔 반반이 아니라, 별도의 제품이었다. 여론은 이번엔 그녀를 ‘정치창녀’라 부르지 않았다. 대신 ‘딸기밭의 설계자’라 불렀다.
고려대 신입생 임태호는 금산에서 6년을 기다리는 인삼밭을 지켰다. 그는 어장에 인삼을 넣는 실험을 시작했다. 6년 뒤에나 결과가 나올 실험이었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어느 날, 네 사람은 영광의 바닷가에 모였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은 간고등어를 구웠다.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은 배추를 씻었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순살굴비를 널었다.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은 노트북으로 수출 서류를 정리했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이 물었다. “우리 이번엔 이긴 걸까.”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이 대답했다. “모르겠다. 다만 이번엔 아무도 반쪽이 아니었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가 웃었다. “그거면 된 거지.”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이 말했다. “다음 시즌에는 규칙을 바꾸겠습니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가 물었다. “어떻게.”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이 대답했다. “이름을 지우는 규칙으로.”
TV에서는 새 시즌이 시작되었다. 사회자가 외쳤다.
“SKYI 수출전쟁, 새로운 지도층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은 TV를 껐다. 방 안은 조용했다. 간고등어 냄새와 배추 김치 냄새와 순살굴비 냄새와 어장의 감칠맛이 아주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
네 사람은 여전히 대학 신입생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가장 무서웠다.
끝.
‘정치창녀’ ‘암놈’ 같은 표현은 작중 방송과 여론이 붙인 조롱성 별칭이며, 소설은 그 이름을 비판적으로 다룹니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이겼다. 수출 104만 달러. 순살굴비 어장은 시장에서 성공했다. 그러나 여론은 그녀를 이기게 두지 않았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 또 양다리.”“어장인 척하면서 결국 두 남자 다 잡았다.”“정치창녀.”
“저는 어장을 선택했습니다. 어장은 두 재료를 필요로 합니다. 그게 양다리가 아닙니다.”
여론은 듣지 않았다. 방송은 그녀의 말을 편집했다. 다음 화 예고에는 그녀가 두 남자 사이에 서 있는 합성 사진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 아래에 자막이 붙었다.
“어장의 여왕, 아니면 정치의 창녀.”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영광으로 내려갔다. 아버지가 말했다.
“네가 큰손집 딸이니까, 네가 결정해라. 다만 시장은 네 편이 아니라는 걸 알아라.”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노트에 적었다.
어장은 성공했다. 그러나 나는 실패했다. 이유는 하나다. 나는 두 쪽을 동시에 선택했다. 여론은 그것을 용서하지 않는다. 다음엔 다르게 해야 한다. 선택을 미루는 게 아니라, 선택을 연출해야 한다.
그때,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지난 시즌 ‘정치창녀’로 퇴출된 뒤 논산으로 내려가 딸기밭을 지켰다. 그러나 그녀는 잠들지 않았다. 그녀는 매일 밤 노트북을 열고 방송을 다시 봤다.
그녀는 분석했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왜 실패했나. 그녀는 두 쪽을 동시에 선택했다. 여론은 그것을 ‘양다리’라 불렀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그녀는 선택을 숨기지 않았다. 그녀는 ‘나는 둘 다 선택했다’고 말했다. 여론은 숨김을 용서하지만, 노골적인 이중성을 용서하지 않는다.
나는 다르게 하겠다. 나는 선택을 숨기지 않되, 선택을 미루는 것처럼 보이게 하겠다. 여론은 ‘결정 장애’를 동정한다. 그러나 ‘계산’은 혐오한다. 그러므로 나는 동정을 얻고, 계산은 감추겠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은 딸기를 땄다. 그리고 잼을 만들었다. 설탕, 레몬, 천천히 끓인 딸기. 그녀는 잼을 병에 담았다. 그리고 그 위에 라벨을 붙였다.
“논산 딸기잼 — 아버지의 새벽.”
그녀는 잼을 들고 서울로 올라갔다. 그리고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의 안동간고등어 작업장을 찾아갔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은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을 보며 놀랐다.
“하린 씨, 왜 여기까지.”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이 말했다.
“도현 씨, 저는 지난 시즌에 졌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게 오겠습니다. 제 딸기잼과 도현 씨의 간고등어를 샌드위치에 넣으면 어떨까요.”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은 의아했다. “간고등어 샌드위치는 이미 있습니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이 웃었다.
“간고등어 샌드위치는 있습니다. 그러나 딸기잼 간고등어 샌드위치는 없습니다. 짠맛과 단맛이 아니라, 발효된 단맛과 소금의 대비입니다. 이건 새로운 카테고리입니다.”
그녀는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호밀빵, 간고등어 순살, 딸기잼, 발사믹.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은 한 입 먹었다. 그리고 눈을 크게 떴다.
“이건… 이상한데, 맛있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이 말했다. “이건 공격입니다. 제 딸기잼이 도현 씨의 간고등어 시장에 들어가는 겁니다. 그러나 동시에 도현 씨의 간고등어가 제 딸기잼을 필요로 하게 만듭니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 “당신은 지난 시즌보다 더 무서워졌습니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은 웃지 않았다. “저는 아직 무서운 게 아닙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은 태백으로도 갔다.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의 배추밭을 찾아갔다. 그녀는 딸기잼과 배추를 함께 넣은 김치를 만들었다.
“논산 딸기잼 배추 김치 — 단맛과 매운맛의 대화.”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은 맛을 보았다. “이건… 김치인가요, 디저트인가요.”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이 말했다. “둘 다입니다. 그리고 둘 다 아닙니다. 이건 여론이 원하는 겁니다. 경계의 맛.”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은 그녀를 보았다. “하린 씨, 당신은 지난 시즌과 다릅니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이 대답했다. “지난 시즌엔 반반을 선택했습니다. 이번엔 반반을 연출합니다.”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불안했다. 그녀의 눈이 지난 시즌보다 차가웠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은 무대에 섰다. 그녀의 앞에는 두 개의 제품이 있었다.
“딸기잼 간고등어 샌드위치.”“딸기잼 배추 김치.”
사회자가 물었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 씨, 파트너를 선택하십시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두 제품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저는 아직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관중석이 술렁였다. 사회자가 물었다. “왜입니까.”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이 대답했다.
“저는 지난 시즌에 두 쪽을 동시에 선택했다가 정치창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번엔 다릅니다. 저는 두 쪽을 모두 시험하겠습니다. 어느 쪽이 제 딸기잼과 더 잘 어울리는지, 시장이 결정하게 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은 그럴듯했다. 관중석은 동정했다. 방송은 자막을 띄웠다.
“딸기잼의 고민, 시장이 선택한다.”
그러나 그것은 연출이었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은 이미 마음속으로 간고등어를 선택해 두었다. 그녀는 다만 그 선택을 늦추고 있었다. 여론의 관심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은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을 찾아갔다. 그는 여전히 중심축이었고, 여론의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사람이었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이 말했다. “서준 씨, 저를 도와주세요.”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이 웃었다. “당신은 지난 시즌에 제 규칙에 당했던 사람입니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이 대답했다. “그래서 이번엔 제가 규칙을 이용하겠습니다. 당신의 알고리즘을 빌리겠습니다.”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은 흥미를 보였다. “어떻게.”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이 말했다. “저는 매주 하나씩 정보를 흘리겠습니다. 1주차엔 ‘간고등어가 유력하다’, 2주차엔 ‘배추가 반전이다’, 3주차엔 ‘다시 간고등어’, 4주차엔 ‘충격, 배추 선택’. 이렇게 여론을 흔들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주에 간고등어를 선택하겠습니다.”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이 물었다. “왜 마지막에 간고등어입니까.”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이 대답했다. “간고등어가 시장성이 더 큽니다. 그리고 도현 씨가 저를 원합니다. 그러나 그건 계산이 아닙니다. 저는 도현 씨를… 좋아합니다.”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당신은 지난 시즌의 지우 씨보다 더 무섭습니다. 지우 씨는 두 쪽을 선택했습니다. 당신은 두 쪽을 흔들고 한 쪽을 선택합니다. 여론은 그것을 ‘고민’이라 부를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설계입니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이 웃었다. “그럼 서준 씨는 제 설계를 도와주시겠습니까.”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은 한참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여론의 알고리즘을 설계합니다. 당신은 그 알고리즘 위에서 춤을 추겠습니다. 좋습니다. 대신 저에게도 몫을 주십시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이 물었다. “무엇을.”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이 대답했다. “당신이 이기면, 그 브랜드는 제 유통망에 들어옵니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계약입니다.”
1주차, 방송은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이 간고등어 샌드위치를 만들며 웃는 장면을 내보냈다. 자막은 “간고등어가 유력하다” 였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의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2주차, 방송은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이 태백배추 김치를 만들며 고민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자막은 “배추가 반전이다” 였다.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의 지지자들은 열광했다.
3주차, 방송은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이 두 제품을 번갈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내보냈다. 자막은 “딸기잼의 고민” 이었다. 여론은 그녀를 동정했다.
4주차, 방송은 충격적인 예고를 내보냈다. “충격, 배추 선택.”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의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의 지지자들은 분노했다.
그러나 그것은 연출이었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은 마지막 주에 간고등어를 선택할 계획이었다. 그녀는 여론의 관심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마지막 반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지막 무대.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은 두 제품을 앞에 두고 서 있었다. 관중석에는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과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이 있었다.
사회자가 외쳤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 씨, 파트너를 선택하십시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은 태백배추 김치를 집었다. 관중석이 술렁였다.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리고 그녀는 김치를 내려놓았다.
“저는 배추를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관중석이 조용해졌다. 그녀는 간고등어 샌드위치를 집었다.
“저는 안동간고등어를 선택합니다.”
관중석이 환호했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은 믿기지 않는 얼굴로 일어났다.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은 조용히 앉아 있었다.
“저는 이번 시즌 내내 고민하는 척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습니다. 저는 도현 씨의 간고등어를 선택하려고 했습니다. 다만 그것을 바로 말하면, 여론은 관심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흔들었습니다. 이제 여론은 제 선택을 기억할 겁니다.”
관중석이 술렁였다. 사회자가 물었다. “그건 계산입니까.”
“계산입니다. 그러나 계산만은 아닙니다.”
그녀는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을 보았다.
“도현 씨, 저는 지난 시즌에 두 쪽을 선택했다가 창녀라 불렸습니다. 이번엔 한 쪽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그 선택을 연출했습니다. 저는 이제 압니다. 여론은 진실을 원하지 않습니다. 여론은 이야기를 원합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썼습니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이 물었다. “그럼 저는 그 이야기의 일부입니까.”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이 대답했다. “아니요. 도현 씨는 이야기의 끝입니다. 그리고… 제 마음입니다.”
그녀는 웃었다. 이번엔 연습한 웃음이 아니었다.
그러나 여론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다. 며칠 뒤, 한 매체가 그녀의 전략을 폭로했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 여론 조작 논란.”“계획된 밀당, 시청자를 기만했나.”
여론은 분노했다. 그녀는 ‘정치창녀’에서 ‘여론 조작자’가 되었다. 방송은 그녀를 퇴출시켰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은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말했다.
“저는 여론을 조작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여론과 대화했습니다. 다만 그 대화의 순서를 제가 정했습니다. 그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은 저만의 것이 아닙니다. 이 방송은 처음부터 그런 대화를 요구했습니다.”
방송은 그 장면을 편집했다. 다음 화 예고에는 웃는 얼굴만 나왔다.
그날 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은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을 찾아갔다. 논산의 비닐하우스 앞이었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이 말했다. “하린 씨, 당신은 나를 이용했습니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이 대답했다. “네. 그리고 이용당했습니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이 물었다. “그럼 당신이 마지막에 한 말은… 계산입니까.”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은 한참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도현 씨, 저는 계산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계산으로 사랑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제가 마지막에 한 말은 계산 밖에 있었습니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이 물었다. “그럼 왜 계산을 했습니까.”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이 대답했다. “계산하지 않으면,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논산의 딸기밭 딸은 계산하지 않으면 무대에 설 수 없습니다. 저는 살아남기 위해 계산했습니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은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그럼 이제 계산하지 마세요. 저는 계산 없이도 당신을 선택합니다.”
이듬해, ‘딸기잼 간고등어 샌드위치’는 편의점에서 팔렸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은 논산의 딸기밭을 지켰고,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은 안동의 작업장을 지켰다. 그들은 함께 새벽을 맞았다.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은 태백의 배추밭을 지켰다. 그는 가끔 논산에 들렀다. 그리고 딸기잼 배추 김치를 만들었다. 그는 말했다.
“나는 이제 선택받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나는 배추를 키웁니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영광의 굴비 작업장을 지켰다. 그녀는 어장을 만들었다. 그녀는 말했다.
“나는 이제 정치창녀가 아닙니다. 나는 어장의 설계자입니다.”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은 HS푸드에 들어갔다. 그는 여론의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그것을 조작하지 않았다.
어느 날, 네 사람은 논산의 비닐하우스 앞에 모였다.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은 간고등어를 구웠다.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은 배추를 씻었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은 딸기잼을 만들었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순살굴비를 널었다.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은 노트북으로 서류를 정리했다.
이화여대 신입생 오하린이 대답했다. “모르겠어요. 다만 이번엔 제가 계산한 게 아니라, 선택했어요.”
연세대 신입생 박태산이 물었다. “어떻게.”
고려대 신입생 강도현은 TV를 껐다. 방 안은 조용했다. 간고등어 냄새와 배추 김치 냄새와 딸기잼 냄새와 어장의 감칠맛이 아주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
다섯 사람은 여전히 대학 신입생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가장 무서웠다.
수출 실적 발표일, 논산의 비닐하우스에 긴장이 흘렀다.
“최종 수출 실적 — 98만 4천 달러.”
100만 달러에 1만 6천 달러가 모자랐다. 오하린은 숫자를 보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옆에서 서준이 조용히 말했다.
“규칙입니다.”
하린은 웃었다. “알아요. 규칙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죠.”
방송은 다음 시즌 예고를 띄웠다.
“이화여대 오하린, 성신여대 지우로 교체.”
관중석이 술렁였다. 하린은 무대에서 내려왔다. 도현과 태산이 그녀를 불렀다.
“하린 씨.”
하린은 돌아보지 않았다. 다만 말했다.
“이제 저를 두고 싸우지 마세요. 저는 더 이상 상품이 아니에요.”
그날 밤, 하린은 논산으로 내려가는 버스를 탔다. 창밖으로 서울의 불빛이 흘렀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전화했다.
“아버지, 딸기밭 아직 있죠?”
아버지는 웃었다. “있지. 네 자리도 있단다.”
하린은 울었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는 영광에서 올라왔다. 집은 굴비를 말리는 작은 작업장을 한다. 새벽마다 바닷바람과 소금 냄새가 골목을 채웠다. 아버지는 늘 말했다.
“굴비는 바람이 결정한다. 사람은 바람을 이길 수 없다. 다만 바람을 읽을 수는 있다.”
지우는 바람을 읽는 법을 배웠다. 언제 굴비를 널고, 언제 걷고, 언제 뒤집는지. 그녀는 서울에 올라와서도 자주 영광의 바람을 떠올렸다. 성신여대 기숙사 창밖은 아스팔트였지만, 그녀는 자꾸 바닷바람의 냄새를 맡는 것 같았다.
SKYI 수출전쟁 제작진이 그녀를 찾아왔다.
“지우 씨, 다음 시즌 브랜드 얼굴로 참가하시겠습니까. 조건은 하나입니다. 12주 안에 수출 100만 달러를 넘기십시오. 못 넘기면 다시 이화여대 오하린 씨로 교체됩니다.”
지우는 물었다. “왜 저입니까.”
제작진이 웃었다. “영광 굴비집 딸. 좋은 서사입니다.”
지우는 웃지 않았다. “저는 서사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녀는 참가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영광의 작은 굴비 작업장이 문을 닫을 위기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원금이 필요했다.
첫 회의에서 지우는 도현과 태산을 만났다. 도현은 고려대 신입생, 안동간고등어집 아들. 태산은 연세대 신입생, 태백 배추밭 아들. 두 사람은 이미 지난 시즌에서 피 흘리며 싸운 사이다. 그들은 지우를 보며 서로를 보았다.
서준이 말했다. “이번 시즌 규칙입니다. 지우 씨가 파트너를 선택합니다. 안동간고등어냐, 태백배추냐. 선택받은 쪽이 공동 브랜드에 참여합니다. 그리고 100만 달러를 넘기지 못하면 지우 씨는 자리에서 내려옵니다.”
지우가 물었다. “제가 선택받는 사람입니까, 선택하는 사람입니까.”
서준은 대답했다. “둘 다입니다.”
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가 선택하겠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저를 두고 싸우지 마세요. 저는 상품이 아닙니다.”
도현과 태산은 침묵했다. 그들은 지난 시즌에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무시했다.
도현은 안동으로 내려갔다. 아버지의 작업장에서 간고등어를 한 토막 받았다. 그리고 영광으로 가서 지우의 작업장에서 굴비를 받았다.
“안동간고등어 영광굴비 샐러드 — 두 개의 바다, 하나의 접시.”
도현은 시식회를 열었다. 그는 무대 위에서 말했다.
“저는 안동간고등어집 아들입니다. 이 샐러드는 제 아버지의 새벽과 지우 씨의 새벽을 한 접시에 담은 것입니다.”
관중석이 환호했다. 지우는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이 사람은 나를 원하는 걸까, 아니면 이 무대에서 이기는 법을 원하는 걸까.
태산은 태백으로 올라갔다. 서리 맞은 배추를 한 포기 베어 왔다. 그리고 영광에서 굴비를 받아 김치를 담갔다.
“태백배추 영광굴비 김치 — 고도 800미터의 서리와 서해의 바람.”
태산은 무대 위에서 말했다.
“저는 태백 배추밭 아들입니다. 이 김치는 제 아버지의 이랑과 지우 씨의 바람을 한 항아리에 담은 것입니다.”
관중석이 열광했다. 지우는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이 사람도 나를 원한다. 그러나 둘 다 나를 두고 싸우는 방식이 틀렸다.
첫 주가 지나고, 세 사람은 자주 학교 앞에서 만났다. 도현은 고려대에서 성신여대까지 지하철로 왔다. 태산은 연세대에서 버스를 두 번 갈아탔다. 지우는 그들을 성신여대 앞 분식집으로 데려갔다.
도현이 말했다. “우리 이렇게 만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경쟁자인데.”
지우가 웃었다. “경쟁은 무대에서만 하세요. 여기서는 그냥 신입생이잖아요.”
태산이 김치찌개를 먹으며 말했다. “맞아요. 우리 아직 1학년이에요.”
그들은 웃었다. 캠퍼스의 밤은 조용했다. 도현은 지우의 손끝을 보았다. 굴비를 만지던 손, 소금에 절은 손. 태산은 지우의 눈을 보았다. 바람을 읽던 눈. 지우는 두 사람을 보았다. 그들은 서로를 미워하지 않았다. 다만 같은 점수판 위에 올라가 있었다.
어느 날 밤, 도현이 지우에게 말했다.
“지우 씨, 저는 지우 씨가 선택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게 브랜드 때문인지, 아니면 지우 씨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지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웃었다.
태산도 어느 날 밤 지우에게 말했다.
“지우 씨, 저는 지우 씨를 두고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방송은 우리가 싸우길 원합니다.”
지우는 대답했다. “저도 싸우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이 방송은 제가 선택하길 원합니다.”
방송국은 지우를 ‘영광의 굴비’ 라 불렀다. 그리고 자막을 띄웠다.
“누가 굴비를 차지하는가.”
도현과 태산은 피눈물 나는 경쟁을 벌였다. 도현은 일본 시장을 공략했다. 간고등어 굴비 샐러드는 일본의 편의점 디저트 코너에 들어갔다. 태산은 동남아 시장을 공략했다. 배추 굴비 김치는 싱가포르와 베트남의 한인 마트에 들어갔다.
그러나 숫자는 쉽게 오르지 않았다. 8주째, 수출 실적은 65만 달러였다. 지우는 밤마다 영광의 작업장에 전화했다.
“아버지, 굴비 물량 더 확보할 수 있어요?”
아버지는 조용히 말했다. “지우야, 바람이 안 좋구나. 올해는 굴비가 적다.”
지우는 전화를 끊고 한참 앉아 있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나는 이 무대에서 이기기 위해 고향의 바람을 이용하고 있다.
10주째, 하린이 성신여대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지우를 보며 말했다.
“저는 당신 자리를 빼앗으러 온 게 아닙니다. 다만 규칙이 그렇다면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우는 하린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하린 씨, 저는 하린 씨 자리를 빼앗고 싶지 않습니다.”
하린이 웃었다. “저도요. 그런데 우리는 같은 규칙에 묶여 있네요.”
두 사람은 성신여대 앞 카페에 앉아 오래 이야기했다. 하린은 논산의 딸기밭을, 지우는 영광의 굴비 작업장을 이야기했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라는 걸 알았다.
하린이 말했다. “지우 씨, 저는 그때 100만 달러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그 숫자가 저를 이화여대에서 내쫓은 게 아니라, 제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찾게 해 주었습니다.”
지우가 물었다. “진짜로 원하는 게 뭔가요.”
하린은 대답했다. “딸기밭으로 돌아가는 것.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새벽을 맞는 것.”
지우는 침묵했다.
마지막 주, 수출 실적은 88만 달러였다. 도현과 태산은 밤을 새웠다. 지우는 영광의 작업장에서 밤을 새웠다. 하린은 논산의 비닐하우스에서 밤을 새웠다.
도현이 지우에게 전화했다.
“지우 씨, 저를 선택하면 안동의 작업장을 공동 브랜드로 만들겠습니다. 아버지의 새벽을 상품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기겠습니다.”
태산이 지우에게 전화했다.
“지우 씨, 저를 선택하면 태백의 농가를 플랫폼에서 빼겠습니다. 대신 협동조합으로 함께 가겠습니다.”
지우는 두 사람의 목소리에서 같은 절박함을 들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둘 다 나를 원한다. 그러나 둘 다 나를 두고 싸우는 방식이 틀렸다.
마지막 날, 지우는 무대에 섰다. 관중석에는 도현과 태산, 하린과 서준이 있었다. 사회자가 외쳤다.
“영광굴비, 파트너를 선택하십시오!”
지우는 도현을 보았다. 태산을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도현의 얼굴이 밝아졌다. 태산의 얼굴이 굳었다. 그러나 지우는 말을 이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태백배추도 공동 브랜드에 포함합니다. 제 선택은 파트너 하나가 아니라, 세 지역의 공동 브랜드입니다.”
서준이 말했다. “규칙 위반입니다.”
지우가 그를 보았다. “규칙은 누가 만들었죠.”
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린이 일어났다.
“저도 동의합니다. 이 규칙은 처음부터 잘못됐습니다.”
도현과 태산은 서로를 보았다. 그들은 처음으로 같은 편에 서 있었다.
마지막 날 밤, 네 사람은 영광의 굴비 작업장에 모였다. 도현은 간고등어를 구웠다. 태산은 배추를 씻었다. 지우는 굴비를 널었다. 하린은 딸기를 땄다. 서준은 노트북으로 수출 서류를 정리했다.
새벽 3시, 수출 실적이 100만 달러를 넘었다. 정확히 100만 3천 달러. 관중석이 환호했다. 방송은 ‘기적의 역전’이라 불렀다.
그러나 지우는 웃지 않았다.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말했다.
“우리는 100만 달러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영광의 작은 작업장은 여전히 문을 닫을 위기입니다. 안동의 작업장은 여전히 절반입니다. 태백의 농민들은 여전히 플랫폼 밖에 있습니다. 이 숫자가 우리를 지도층으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날 밤, 도현과 지우는 영광의 바닷가에 앉아 있었다. 도현은 간고등어를 구워 건넸다. 지우는 굴비를 구워 건넸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음식을 먹었다.
도현이 말했다. “지우 씨, 저는 지우 씨를 선택받고 싶어서 이 무대에 선 게 아닙니다. 지우 씨를 원해서 섰습니다.”
지우가 물었다. “그게 사랑인가요, 경쟁인가요.”
도현은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우 씨와 함께 새벽을 맞고 싶습니다.”
지우는 웃었다. “저도요.”
태산은 멀리서 그들을 보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배추밭을 떠올렸다. 서리 내린 새벽, 아버지의 등. 그는 생각했다. 나는 이겼는가, 졌는가.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린은 논산으로 내려가는 버스를 탔다. 창밖으로 영광의 바다가 흘렀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전화했다.
하린은 울었다. 그리고 웃었다.
이듬해 봄, 네 사람은 성신여대 앞 분식집에 앉아 있었다. 도현은 간고등어 김밥을 먹었다. 태산은 배추김치 삼각김밥을 먹었다. 지우는 굴비 우유를 마셨다. 하린은 딸기 우유를 마셨다. 서준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도현이 말했다. “우리 그때 이긴 걸까.”
태산이 말했다. “모르겠다. 다만 그때 우리는 서로를 개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다.”
지우가 웃었다. “그거면 된 거지.”
하린이 말했다. “나는 이제 딸기밭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새벽을 맞을 겁니다.”
서준이 말했다. “다음 시즌에는 규칙을 바꾸겠습니다.”
지우가 물었다. “어떻게.”
서준은 대답했다. “이름을 지우는 규칙으로.”
도현은 TV를 껐다. 방 안은 조용했다. 간고등어 냄새와 배추 김치 냄새와 굴비 냄새와 딸기 향이 아주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
강도현은 고려대 신입생이다. 안동에서 올라왔다. 집은 간고등어를 만드는 작은 작업장을 한다. 새벽마다 소금 냄새가 골목을 채웠고, 아버지는 늘 말했다.
“공부만 해라. 이 냄새는 네가 벗어야 할 냄새다.”
도현은 서울에 올라와서도 자주 안동 새벽을 떠올렸다. 고려대 캠퍼스의 계단을 오를 때마다, 그는 자신의 손끝에 아직 비린내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오하린은 이화여대 신입생이다. 논산에서 올라왔다. 집은 딸기 농사를 짓는다. 아버지는 비닐하우스 앞에서 늘 말했다.
“딸기는 새벽에 따야 제 맛이 난다.”
하린은 서울에 올라와서도 새벽마다 눈을 떴다. 이화여대 기숙사 창밖은 딸기밭이 아니었지만, 그녀는 자꾸 비닐하우스의 습한 냄새를 맡는 것 같았다.
박태산은 연세대 신입생이다. 태백에서 올라왔다. 집은 고랭지 배추 농사를 짓는다. 아버지는 늘 말했다.
“배추는 서리를 맞아야 단단해진다.”
태산은 서울의 가을이 너무 따뜻해서 불안했다. 서리가 없으면 배추가 무를까 봐, 자꾸 태백 날씨를 검색했다.
세 사람은 같은 해 SKYI 스핀오프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이름은 ‘SKYI 수출전쟁’ 이었다. 프로그램은 세 명의 신입생에게 하나의 미션을 주었다.
“안동간고등어, 논산딸기, 태백배추. 세 지역 브랜드를 하나로 묶어 수출하라.”
그리고 서울대 신입생 한서준이 중심축으로 합류했다. 그는 대기업 HS푸드의 후원을 등에 업고 있었다. HS푸드는 물류, 콜드체인, 해외 마케팅을 전부 지원하겠다고 했다. 대신 조건이 있었다.
“브랜드의 얼굴은 논산딸기. 파트너는 안동간고등어와 태백배추 중 하나. 12주 안에 수출 실적 100만 달러를 넘기십시오.”
서준은 웃으며 덧붙였다.
“넘기지 못하면 규칙에 따라 브랜드 얼굴은 이화여대에서 성신여대로 교체됩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하린이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서준은 대답했다. “브랜드 얼굴은 성과로 평가됩니다. 미달이면 성신여대 지우 씨가 대체 투입됩니다.”
하린은 웃었다. 그러나 손끝이 떨렸다.
첫 회의는 학교 동아리방처럼 어수선했다. 도현은 후드티를 입고 있었고, 태산은 등산화를 신고 있었다. 하린은 노트북을 펴고 딸기 농가 계약서를 정리했다. 서준만 정장을 입고 있었다.
서준이 말했다. “이건 대기업 지원 사업입니다. 감정은 빼고 숫자로 갑시다.”
도현이 물었다. “왜 논산딸기가 중심입니까.”
서준이 대답했다. “수출 시장에서 딸기가 가장 대중적입니다. 간고등어와 배추는 파트너입니다.”
태산이 낮게 웃었다. “결국 우리는 딸기 옆에 붙는 반찬이라는 거군요.”
하린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반찬을 고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서준이 말했다. “그럼 100만 달러를 넘기십시오. 그러면 선택권이 유지됩니다.”
도현과 태산은 서로를 보았다. 그들은 같은 처지였다. 하린에게 선택받아야 하는 사람들. 방송국은 그들을 ‘수캐의 선택’ 이라는 자막으로 불렀다. 도현은 그 자막을 보고 화가 났다.
“우리는 개가 아닙니다.”
태산도 말했다. “저 자막을 지워 주십시오.”
제작진은 웃었다. “시청자가 원하는 겁니다.”
도현은 안동으로 내려갔다. 아버지의 작업장에서 간고등어를 한 토막 받았다. 그리고 논산으로 가서 하린의 협동조합에서 딸기를 받았다.
“안동간고등어 논산딸기 샐러드 — 짠맛과 단맛의 변증법.”
“저는 안동간고등어집 아들입니다. 이 샐러드는 제 아버지의 새벽과 하린 씨의 새벽을 한 접시에 담은 것입니다.”
관중석이 환호했다. 방송은 그를 ‘소금의 남자’라 불렀다.
태산은 태백으로 올라갔다. 서리 맞은 배추를 한 포기 베어 왔다. 그리고 논산에서 딸기를 받아 김치를 담갔다.
“태백배추 논산딸기 김치 — 고도 800미터의 매운맛과 논산의 단맛.”
“저는 태백 배추밭 아들입니다. 이 김치는 제 아버지의 이랑과 하린 씨의 비닐하우스를 한 항아리에 담은 것입니다.”
관중석이 열광했다. 방송은 그를 ‘배추의 남자’라 불렀다.
하린은 두 시제품을 먹어 보았다. 둘 다 맛있었다. 그리고 둘 다 무서웠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 두 사람은 나를 원하는 게 아니라, 나를 선택받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12주가 시작됐다. 도현과 태산은 피눈물 나는 경쟁을 벌였다.
도현은 일본 시장을 공략했다. 간고등어 샐러드는 일본의 편의점 디저트 코너에 들어갔다. 그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물류 상황을 확인했다. 안동의 아버지에게 전화했다.
“아버지, 작업장 라인 하나만 더 돌릴 수 있어요?”
아버지는 조용히 말했다. “몸은 괜찮다. 그런데 네가 자꾸 서울 말을 쓰는구나.”
도현은 전화를 끊고 한참 앉아 있었다.
태산은 동남아 시장을 공략했다. 배추 딸기 김치는 싱가포르와 베트남의 한인 마트에 들어갔다. 그는 매일 밤 태백의 농가에 전화했다.
“아버지, 배추 물량 더 확보할 수 있어요?”
아버지는 말했다. “태산아, 네가 만든 플랫폼에 우리 배추는 없더라.”
태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린은 논산에서 협동조합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의 휴대폰에는 두 사람의 문자가 쏟아졌다.
도현: 하린 씨, 오늘 샐러드 수출 3만 개 돌파했습니다.태산: 하린 씨, 김치 수출 5만 개 돌파했습니다.도현: 하린 씨, 저를 선택하면 안동의 새벽을 보여 드리겠습니다.태산: 하린 씨, 저를 선택하면 태백의 서리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하린은 답장하지 않았다. 대신 협동조합 장부를 폈다. 논산의 작은 농가들이 여전히 수수료를 감당하지 못해 떠나고 있었다.
8주째, 수출 실적은 70만 달러였다. 서준은 회의를 소집했다.
“100만 달러까지 30만 달러 남았습니다. 그런데 규칙을 상기시켜야겠습니다. 미달 시 브랜드 얼굴은 성신여대 지우 씨로 교체됩니다.”
문이 열리고 지우가 들어왔다. 성신여대 신입생, 지우. 그녀는 하린을 보며 말했다.
“저는 하린 씨 자리를 빼앗으러 온 게 아닙니다. 다만 규칙이 그렇다면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린은 웃었다. “알아요. 규칙이 우리를 적으로 만들죠.”
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그 규칙이 싫습니다.”
도현과 태산은 지우를 보았다. 그들은 새로운 경쟁자가 생겼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지우는 경쟁자가 아니라, 같은 규칙에 묶인 사람이었다.
서준이 말했다. “이제부터 하린 씨와 지우 씨는 각각 다른 파트너와 팀을 이룹니다. 하린 씨는 안동간고등어, 지우 씨는 태백배추. 수출 실적이 높은 쪽이 브랜드 얼굴이 됩니다.”
하린이 물었다. “그럼 저는 제 고향 딸기를 두고 다른 사람과 경쟁해야 합니까.”
서준은 대답했다. “규칙입니다.”
하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규칙을 만든 사람이 누구죠.”
서준은 침묵했다.
마지막 주, 수출 실적은 95만 달러였다. 도현과 태산은 밤을 새웠다. 하린은 논산의 비닐하우스에서 밤을 새웠다. 지우는 성신여대 동아리방에서 밤을 새웠다.
도현이 하린에게 전화했다.
“하린 씨, 저를 선택하면 안동의 작업장을 공동 브랜드로 만들겠습니다. 아버지의 새벽을 상품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기겠습니다.”
태산이 하린에게 전화했다.
“하린 씨, 저를 선택하면 태백의 농가를 플랫폼에서 빼겠습니다. 대신 협동조합으로 함께 가겠습니다.”
하린은 두 사람의 목소리에서 같은 절박함을 들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둘 다 나를 원한다. 그러나 둘 다 나를 두고 싸우는 방식이 틀렸다.
마지막 날, 하린은 무대에 섰다. 관중석에는 도현과 태산, 지우와 서준이 있었다. 사회자가 외쳤다.
“논산딸기, 파트너를 선택하십시오!”
하린은 도현을 보았다. 태산을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도현의 얼굴이 밝아졌다. 태산의 얼굴이 굳었다. 그러나 하린은 말을 이었다.
하린이 그를 보았다. “규칙은 누가 만들었죠.”
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관중석이 술렁였다. 지우가 일어났다.
마지막 날 밤, 세 사람은 논산의 비닐하우스에 모였다. 도현은 간고등어를 구웠다. 태산은 배추를 씻었다. 하린은 딸기를 땄다. 지우는 라벨을 붙였다. 서준은 노트북으로 수출 서류를 정리했다.
새벽 3시, 수출 실적이 100만 달러를 넘었다. 정확히 100만 7천 달러. 관중석이 환호했다. 방송은 ‘기적의 역전’이라 불렀다.
그러나 하린은 웃지 않았다.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말했다.
“우리는 100만 달러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논산의 작은 농가들은 여전히 떠났습니다. 안동의 작업장은 여전히 절반입니다. 태백의 농민들은 여전히 플랫폼 밖에 있습니다. 이 숫자가 우리를 지도층으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이듬해 봄, 네 사람은 같은 학교 앞 편의점에 앉아 있었다. 도현은 간고등어 김밥을 먹었다. 태산은 배추김치 삼각김밥을 먹었다. 하린은 딸기 우유를 마셨다. 지우는 껌을 씹었다. 서준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하린이 웃었다. “그거면 된 거지.”
도현은 TV를 껐다. 방 안은 조용했다. 간고등어 냄새와 배추 김치 냄새와 딸기 향이 아주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
세 사람은 여전히 대학 신입생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가장 무서웠다.
지우가 안동간고등어를 선택한 날, 방송은 그 장면을 열 번 반복했다.
“영광굴비, 안동간고등어를 선택하다.”
도현은 무대 아래에서 지우의 손을 잡았다. 지우는 웃었다. 태산은 박수를 쳤다. 하린은 관중석에서 조용히 일어나 논산으로 내려가는 버스를 탔다.
그날 밤, 도현과 지우는 영광의 바닷가에 앉아 있었다. 도현이 말했다.
“지우 씨, 우리 이제 같이 갑시다. 안동의 새벽과 영광의 바람을 한 브랜드에 담아서.”
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만 약속해요. 우리 서로를 상품으로 만들지 말아요.”
도현은 손을 내밀었다. “약속합니다.”
그들은 몰랐다. 그 약속이 12주도 못 갈 거라는 걸.
시제품 개발실에서 첫 번째 문제가 터졌다.
“안동간고등어 영광굴비 샐러드.”
간고등어는 순살이었다. 뼈를 완전히 발라낸 살코기. 그런데 굴비는 달랐다. 굴비는 잔뼈가 많았다. 샐러드에 넣으려면 잔뼈를 하나하나 발라내야 했다.
생산팀장이 보고했다.
“굴비 한 마리에서 잔뼈 발라내는 데 7분 걸립니다. 인건비가 간고등어의 세 배입니다. 이대로면 샐러드 한 개 원가가 4,800원입니다. 시장가로는 팔 수 없습니다.”
도현은 얼굴이 굳었다. 지우는 말했다.
“그럼 굴비를 잘게 부숴서 넣으면 어떨까요. 뼈째로.”
생산팀장이 고개를 저었다. “잔뼈가 이에 걸립니다. 소비자 불만이 터집니다.”
첫 시식회는 참혹했다. 시식자들이 입에서 뼈를 뱉었다. 방송은 그 장면을 클로즈업했다.
“굴비의 뼈, 샐러드의 뼈.”
도현은 밤새 공장에 있었다. 지우는 영광에서 굴비를 다시 말렸다. 그러나 뼈는 사라지지 않았다. 뼈는 굴비의 일부였다. 굴비를 굴비이게 하는 것이 뼈였다.
지우가 말했다. “도현 씨, 굴비는 원래 뼈가 많은 생선이에요. 그게 굴비예요.”
도현이 대답했다. “그런데 시장은 뼈를 원하지 않아요.”
8주째, 수출 실적은 41만 달러였다. 간고등어 단독 샐러드는 잘 팔렸다. 그러나 굴비가 들어간 라인은 전혀 팔리지 않았다. 일본 편의점 바이어가 말했다.
“간고등어는 좋습니다. 그런데 굴비는 왜 넣었습니까. 뼈 때문에 클레임이 들어옵니다.”
도현은 바이어에게 고개를 숙였다. 지우는 그 모습을 뒤에서 보았다. 그녀는 생각했다. 내가 선택한 것이 이 사람을 망치고 있다.
10주째, 지우는 도현에게 말했다.
“도현 씨, 저는 이 브랜드에서 빠지겠습니다.”
도현이 화들짝 놀랐다. “무슨 말이에요.”
지우가 말했다. “굴비가 없으면 간고등어는 잘 팔려요. 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요.”
도현이 소리쳤다. “그럼 굴비를 빼자고요? 지우 씨를 빼자고요?”
지우는 울었다. “저를 빼자는 게 아니라, 굴비를 빼자는 거예요.”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지우 씨를 빼자는 거예요.”
그들은 처음으로 싸웠다. 영광의 바닷가에서, 안동의 새벽 냄새가 나지 않는 서울의 밤에서.
최종 발표일. 수출 실적은 98만 달러였다. 100만 달러에 2만 달러가 모자랐다.
관중석이 조용해졌다. 사회자가 말했다.
“규칙에 따라, 브랜드 얼굴은 다음 시즌 이화여대 오하린 씨로 교체됩니다.”
지우는 무대에 섰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러나 눈은 붉었다.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다만 굴비의 뼈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굴비는 뼈가 많은 생선입니다. 그게 굴비의 정체입니다. 저는 그 정체를 시장에 맞추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도현을 보았다.
“그리고 도현 씨, 미안해요. 제가 선택한 것이 당신을 망쳤어요.”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제가 지우 씨를 지키지 못했어요.”
방송은 그 장면을 ‘눈물의 작별’이라 불렀다.
그러나 여론은 작별로 끝나지 않았다.
“안동간고등어, 굴비 때문에 망했다.”“고려대 강도현, 여자한테 홀려서 브랜드 말아먹었다.”“순살 전략을 포기한 남자.”
도현의 SNS에는 악플이 쏟아졌다. 고려대 게시판에는 ‘안동간고등어’를 조롱하는 글이 올라왔다. 안동의 작업장에는 항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가 전화했다.
“도현아, 여기 전화가 막 온다. 네가 뭘 잘못했냐.”
도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태산은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는 도현에게 전화했다.
“도현아, 나는 이번에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이겼다. 그런데 이기고 나니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도현은 웃었다. “나도 그래.”
지우는 영광으로 내려갔다. 그녀의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굴비를 말렸다. 지우는 그 옆에 앉아 바람을 읽었다. 바람은 여전히 영광을 불었다.
다음 시즌, 하린이 돌아왔다. 논산의 딸기밭에서 다시 올라온 그녀는 이전과 달랐다. 그녀는 더 이상 웃는 각도를 연습하지 않았다.
제작진이 물었다. “하린 씨, 이번엔 자신 있으십니까.”
하린이 대답했다. “저는 이번에 이기려고 온 게 아닙니다. 규칙을 바꾸려고 왔습니다.”
서준이 웃었다. “규칙은 제가 만듭니다.”
하린이 그를 보았다. “그럼 이번엔 제가 만들겠습니다.”
그러나 방송은 그 말을 편집했다. 다음 화 예고에는 하린의 웃는 얼굴만 나왔다.
새 시즌, 새로운 참가자가 등장했다. 고려대 신입생 임태호. 충남 금산 출신, 고려인삼 농가의 아들.
태호는 회의실에 들어서며 말했다.
“저는 금산에서 왔습니다. 우리 집은 6대째 인삼을 키웁니다. 인삼은 6년을 기다려야 수확합니다. 저는 6년을 기다리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의 말투는 느렸다. 그러나 단단했다. 태산은 그를 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은 서두르지 않는다.
서준이 말했다. “이번 시즌 규칙입니다. 오하린 씨가 파트너를 선택합니다. 태백배추냐, 금산인삼이냐.”
하린은 두 사람을 보았다. 태산은 서리 내린 배추밭을 닮아 있었다. 태호는 6년을 기다린 뿌리를 닮아 있었다.
하린은 두 시제품을 먹어 보았다.
태백배추 논산딸기 김치. 매운맛과 단맛. 익숙했다. 그러나 어딘가 지겨웠다. 그녀는 이 맛을 이미 두 번이나 겪었다.
금산인삼 논산딸기 절임. 인삼의 쌉싸름한 향과 딸기의 단맛. 낯설었다. 그러나 자꾸 생각났다. 태호가 말했다.
“인삼은 혼자 먹으면 쓴맛입니다. 그러나 딸기와 만나면 향이 됩니다.”
하린은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녀는 밤새 고민했다. 태산이 전화했다.
“하린 씨, 저를 선택해 주세요. 태백의 농가들이 기다립니다.”
태호가 전화했다.
“하린 씨, 저는 선택받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인삼의 향을 한 번만 맡아 주세요.”
하린은 인삼의 향을 맡았다. 그리고 딸기의 향을 맡았다. 그녀는 생각했다. 둘 다 필요하다. 그러나 규칙은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
최종 선택의 날. 하린은 무대에 섰다. 관중석에는 태산과 태호, 서준과 지우가 있었다. 지우는 관중석 구석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이제 무대 위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여전히 무대를 향하고 있었다.
사회자가 외쳤다. “오하린 씨, 파트너를 선택하십시오!”
하린은 태산을 보았다. 태호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저는 반반을 선택합니다.”
관중석이 술렁였다. 사회자가 당황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하린이 말했다. “태백배추와 금산인삼을 반씩 섞겠습니다. 논산딸기 절임에 배추와 인삼을 함께 넣겠습니다.”
하린이 그를 보았다. “규칙은 하나만 고르라고 합니다. 그러나 시장은 하나만 고르지 않습니다. 시장은 섞입니다.”
태산이 일어났다. “하린 씨, 그건 우리를 반쪽으로 만드는 겁니다.”
태호가 일어났다. “아니요. 그건 우리를 둘 다 살리는 겁니다.”
관중석이 갈렸다. 방송은 그 장면을 클로즈업했다.
여론은 하린을 향해 돌아섰다.
“논산딸기, 줄타기 한다.”“이화여대 오하린, 정치 창녀.”“양다리 걸치다가 둘 다 잃는다.”
그 말은 SNS에서 순식간에 퍼졌다. 하린의 얼굴이 밈이 되었다. 고려대 게시판에는 ‘안동간고등어’를 조롱하는 글과 함께 하린의 사진이 올라왔다.
하린은 그 글을 읽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그러나 여론은 듣지 않았다. 방송은 그 말을 편집했다. 다음 화 예고에는 하린의 웃는 얼굴만 나왔다.
서준이 하린에게 말했다. “규칙을 어기면 여론이 이렇게 됩니다.”
하린이 그를 보았다. “당신이 여론을 만들었죠.”
결국 하린은 퇴출되었다. 제작진은 ‘규칙 위반’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관중석은 알고 있었다. 여론이 하린을 밀어냈다.
하린은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말했다.
“저는 반반을 선택했습니다. 그게 잘못이라면, 잘못은 제가 아니라 이 규칙입니다. 여러분은 저를 창녀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저는 단지 두 개의 새벽을 한 접시에 담고 싶었을 뿐입니다.”
하린은 논산으로 내려갔다. 아버지가 비닐하우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밤, 지우는 안동으로 내려갔다. 도현의 작업장은 절반이 되었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새벽 4시에 일어나고 있었다.
지우가 말했다. “도현 씨, 미안해요.”
도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는 지우 씨를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아요.”
지우가 물었다. “후회하는 건 뭐예요.”
도현이 대답했다. “지우 씨를 지키지 못한 것.”
그들은 작업장 마당에 앉아 있었다. 간고등어 냄새가 났다. 지우는 그 냄새가 이제 좋았다. 안동의 새벽과 영광의 바람은 닮아 있었다.
지우가 말했다. “도현 씨,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도현이 웃었다. “굴비의 뼈를 이기지 못했는데요.”
지우도 웃었다. “이번엔 뼈째로 팔아요. 뼈가 굴비의 정체니까.”
그들은 웃었다. 그리고 손을 잡았다.
태산은 태백으로 올라갔다. 그는 아버지의 배추밭에 서서 오래 서 있었다. 아버지가 말했다.
“네가 만든 플랫폼에 내 배추는 없더라.”
태산이 고개를 숙였다. “이번엔 다르게 하겠습니다.”
태호는 금산으로 내려갔다. 그는 6년을 기다리는 인삼밭에 서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이기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잃지도 않았다.
하린은 논산의 비닐하우스에서 딸기를 땄다. 그녀는 딸기를 하나 따서 입에 넣었다. 달았다. 그리고 조금 쌉싸름했다. 인삼의 향이 떠올랐다.
이듬해, SKYI 수출전쟁 네 번째 시즌이 시작되었다. 제작진은 새로운 규칙을 발표했다.
“이번 시즌은 파트너를 하나만 고르지 않습니다. 세 지역이 함께 브랜드를 만듭니다.”
관중석이 술렁였다. 서준이 무대에 섰다.
“이 규칙은 제가 만들지 않았습니다. 오하린 씨가 만들었습니다.”
하린이 무대에 올랐다. 그녀는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저는 창녀가 아닙니다. 저는 농사꾼 딸입니다. 그리고 이번엔 제가 규칙을 만듭니다.”
도현과 지우는 관중석에서 박수를 쳤다. 태산과 태호도 박수를 쳤다. 서준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TV에서는 새 참가자들이 환호했다. 사회자가 외쳤다.
도현은 TV를 껐다. 방 안은 조용했다. 간고등어 냄새와 굴비 냄새와 배추 김치 냄새와 인삼 향과 딸기 향이 아주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
지우가 말했다. “우리 이제 뭐 하죠.”
도현이 웃었다. “새벽을 맞죠.”
그들은 손을 잡고 작업장 밖으로 나갔다. 안동의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강도현은 안동에서 태어났다. 집은 간고등어를 만드는 작은 작업장이었다. 새벽이면 소금 냄새와 생선 비린내가 골목을 가득 채웠고, 어머니는 고무장갑을 낀 채로 도현의 책가방을 챙겨 주었다. 아버지는 늘 같은 말을 했다.
도현은 정말 공부만 했다. 고려대에 합격했을 때, 안동의 작은 식당에서 아버지는 처음으로 술을 마셨다. “상경한다”는 말은 도현에게 지도 위의 선이 아니라 계급의 문처럼 느껴졌다. 그는 TV에서 매일 보던 프로그램이 있었다. SKYI—사람들은 ‘구연고전’이라 불렀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의 신입생들이 한 시뮬레이션에 참가해 ‘지도층의 문법’을 배우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다. 도현은 그 화면 속 남자들이 입는 정장, 말투, 악수, 눈빛을 오래 바라보았다.
박태산은 태백에서 고랭지 배추를 키우는 집안의 아들이었다. 연세대에 합격한 뒤에도他的手은 거칠었다. 아버지는 “네 몸에는 흙이 배었다”고 웃었고, 어머니는 “이제 서울 사람이 된다”고 울었다. 태산은 SKYI에 참가했다. 첫 녹화장에서 그는 자신의 이름표를 보고 이상하게 숨이 막혔다. 이름 옆에 ‘태백’이라는 출신지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그걸 ‘서사’라 불렀다.
오하린은 논산에서 딸기를 키우는 집의 딸이었다. 이화여대에 합격하자 아버지는 비닐하우스 앞에서 무릎을 쳤다. “딸기값이야 어찌 되든, 우리 집에 여대생이 생겼다.” 하린은 SKYI에 참가했다. 선배들은 그녀에게 옷을 입는 법을 가르쳤다. 성형을 가르쳤다. ‘여자다움’이 무엇인지 가르쳤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말했다.
“상품가치가 높은 여자가 되면, 세상이 너를 함부로 못 대한다.”
한서준은 서울 강남 8학군에서 태어났다. 대치 현대아파트에서 평생을 떠난 적이 없었다. 대현초등학교, 대명중학교, 휘문고등학교. 4대째 서울대를 졸업한 집안이었다. 그는 당연하게 서울대에 입학했다. 부모님과 매년 참가했던 SKYI에, 이번엔 ‘미래 엘리트’가 아니라 서울대 학생 신분으로 참가했다. 제작진은 그를 특별히 예우했다. 선배들은 그에게 정치 시뮬레이션을 넘어선 정치의 실전을 가르쳤다. 국가 운영, 세계 외교, 국제 인사 네트워크. 그리고 의회를 주도하는 법, 여론을 만드는 법, 여론의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법.
네 사람은 같은 해, 같은 프로그램의 네 축으로 배치되었다.
SKYI의 첫 회의실은 유리로 되어 있었다. 밖에서는 카메라가, 안에서는 선배들이 보았다. 사회자는 말했다.
“이 시뮬레이션은 정(正)-반(反)-합(合)의 변증법으로 진행됩니다. 너희의 출신은 정입니다. 훈련은 반입니다. 결과는 합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네 개의 축이 있습니다. 몸, 전략, 여성성, 정치. 어느 하나도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도현은 고려대 축에 배정되었다. 선배들은 그를 체육관으로 데려갔다. 근육을 만드는 법, 몸을 아름답게 만드는 전략, 군지휘체계를 가르쳤다. “지도자는 몸으로 말한다”는 말이 있었다. 도현은 매일 러닝머신 위에서 안동을 지웠다. 어느 날 선배가 물었다.
“네 아버지 냄새가 나는데?”
도현은 웃었다. “간고등어 작업장입니다.”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서사야. 하지만 인터뷰 때는 ‘수산물 유통업’이라고 해라.”
태산은 연세대 축에서 전략을 배웠다. 그는 배추밭의 이랑을 떠올리며 군지휘체계를 외웠다. 지휘관은 앞에 서지 않는다. 지휘관은 병력을 배치한다. 태산은 그 문장을 노트에 적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작게 썼다. 아버지는 늘 앞에 서셨다.
하린은 이화여대 축에서 옷을 배웠다. 선배들은 그녀의 어깨를 만지며 말했다. “네 몸은 너의 회사다.” 하린은 거울 앞에서 연습했다. 웃는 각도, 손을 놓는 위치, 목소리의 높이. 논산의 딸기밭에서 손톱 밑에 남았던 흙은 매니큐어 아래로 숨었다. 그녀는 선배의 지휘 체계를 배웠다. 사회 각계에 포진한 선배들. 그들은 하린에게 말했다.
“여자는 네트워크다. 그러나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려면, 네가 상품이 아니라 상품을 고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서준은 서울대 축에서 정치를 배웠다. 그는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실전’으로 확인했다. 의회 주도, 여론 형성, 알고리즘 설계. 선배들은 그를 국제 인사들의 외교 시스템에 소개했다. “너는 ~의 자제를 벗어나서 이제 XX XXX로 불릴 거다.”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그 호칭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도현은 12주 만에 달라졌다. 어깨가 넓어졌고, 말투가 부드러워졌다. ‘교양 있는 서울말’을 배웠다. 그는 페라리를 배웠다. 재벌과 권력가 자제를 배웠다. 롯데 시그니엘의 로비에서 악수하는 법을 배웠다. 어느 날 그는 화장실 거울을 보다가 멈췄다. 거울 속 남자는 안동간고등어집 아들이 아니었다. 그 남자는 ‘상품가치가 높은 남자’였다.
그는 아버지에게 전화했다.
“아버지, 우리 작업장 이름 좀 바꾸면 안 될까요. ‘안동 프리미엄 수산’ 같은 걸로.”
아버지는 한참 침묵했다. “냄새가 부끄럽냐.”
“아니요. 브랜드입니다.”
도현은 전화를 끊고 손을 씻었다. 비린내는 없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손끝이 저렸다.
태산도 변했다. 그는 배추를 ‘고랭지 프리미엄 채소’라 부르는 법을 배웠다. 그는 전략을 세웠다. 태백의 농민들을 조직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유통망을 만들었다. 선배들은 칭찬했다.
“너는 이제 농사꾼 아들이 아니라 농업 플랫폼의 설계자다.”
태산은 웃었지만, 밤에는 자주 배추밭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보았다.
하린은 더 이상 논산 딸기집 딸이 아니었다. 그녀는 샤넬을 배웠고, 시그니엘을 배웠고, 재벌 자제들의 파티에 초대받았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조금 바꿨다. 선배들은 그것을 ‘투자’라 불렀다. 하린은 거울을 보며 생각했다. 이 얼굴은 내 것인가, 상품인가.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웃는 각도를 미세하게 조정했다.
서준은 의회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그는 여론을 만들었고, 여론의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그는 서울대 축의 ‘합’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것은 권력의 언어를 아는 것이었다. 그는 네 사람 중 가장 빠르게 ‘XX XXX’가 되었다.
SKYI의 첫 번째 미션은 ‘고향을 상품으로 만들어라’였다.
도현은 안동간고등어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만들었다. 포장은 검은색이었고, 문구는 ‘아버지의 새벽’이었다. 태산은 태백 고랭지 배추를 ‘고도 800미터의 청정’으로 팔았다. 하린은 논산 딸기로 디저트 브랜드를 만들었다. 서준은 그 모든 브랜드가 하나의 플랫폼에 입점하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방송은 감동했다. 시청자들은 댓글을 달았다.
“시골 출신이 이렇게 성공하다니.”“역시 SKYI는 다르네.”“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도현은 스튜디오 조명 아래에서 말했다.
“저는 안동간고등어집 아들입니다. 부끄럽지 않습니다.”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진실의 일부만 말했다. 아버지의 작업장은 여전히 새벽 4시에 문을 열었다. 도현은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시즌 중반, 제작진은 네 사람을 롯데 시그니엘의 한 스위트룸에 불러 모았다. 벽면에는 네 명의 ‘상품가치 지수’가 실시간으로 떠 있었다. 도현은 몸과 전략, 태산은 전략과 지휘, 하린은 이미지와 네트워크, 서준은 정치와 여론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회자가 말했다.
“이제부터 너희는 서로를 평가한다. 누가 가장 지도층에 가까운가.”
도현은 하린을 보았다. 하린은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연습된 것이었다. 태산은 서준을 보았다. 서준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서준이 말했다.
“나는 평가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알고리즘을 제안하죠. 네 명의 점수를 하나로 합산하는 방식입니다.”
사회자가 흥미를 보였다. “왜?”
“네 축은 경쟁하지 않습니다. 서로를 보완해야 합니다. 고려대의 몸, 연세대의 전략, 이화여대의 이미지, 서울대의 정치. 이 네 가지가 합쳐질 때 하나의 지도층이 완성됩니다.”
도현은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섬뜩했다. 우리는 이미 부품이다.
그해 겨울, 안동의 작업장이 위기에 처했다.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 단가를 낮추라고 압박했다. 도현은 서준에게 전화했다.
“정치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
서준은 조용히 말했다. “있다. 하지만 네 브랜드가 그들의 플랫폼에 더 깊이 들어가야 해.”
도현은 알았다. 도움을 받는 순간, 그는 더 이상 안동의 아들이 아니라 플랫폼의 일부가 된다. 그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작업장, 그대로 두고 싶으세요?”
아버지는 말했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나는 간고등어나 만들겠다.”
도현은 계약서에 서명했다. 브랜드는 살아남았다. 작업장은 절반이 되었다. 아버지는 여전히 새벽 4시에 일어났다. 도현은 그 사실을 방송에서 말하지 않았다.
태산도 균열을 겪었다. 그의 농업 플랫폼은 성공했지만, 태백의 작은 농가들은 플랫폼 수수료를 감당하지 못해 떠났다. 아버지가 전화했다.
“네가 만든 세상에, 내 배추는 없더라.”
하린은 자신의 얼굴을 더 바꾸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선배들은 말했다. “다음 시즌을 위해서는 이미지 컨설팅이 필요해.” 하린은 거울 앞에서 오래 앉아 있었다. 그녀는 논산의 딸기밭을 떠올렸다. 아버지가 딸기를 하나 따서 그녀에게 건네던 손. 그 손은 흙투성이였고, 하린은 그 손이 좋았다.
서준은 아버지의 정치적 스캔들을 처리했다. 그는 여론의 알고리즘을 조정했다. 뉴스는 사라졌고, 대신 새로운 이슈가 떠올랐다. 그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이제 괜찮습니다.”
아버지는 웃었다. “역시 네가 우리 집안 사람이다.”
서준은 웃지 못했다.
SKYI 마지막 미션은 ‘너희가 벗어난 것을 다시 불러라’였다.
도현은 안동으로 내려갔다. 그는 아버지의 작업장에서 하루를 일했다. 생선을 손질하고, 소금을 뿌리고, 말렸다. 손끝에 비린내가 배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말했다.
“저는 이 냄새를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압니다. 이 냄새는 제가 벗어난 것이 아니라, 제가 밟고 선 것입니다.”
방송은 감동했다. 시청자들은 울었다. 그러나 도현은 알고 있었다. 방송이 끝나면 그는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아버지는 안동에 남는다.
태산은 태백으로 갔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배추밭에 들어갔다. 아버지는 말했다.
“네가 만든 플랫폼, 나는 못 쓰겠다.”
태산은 고개를 숙였다. “압니다.”
하린은 논산으로 갔다. 그녀는 딸기밭에서 하루를 보냈다. 아버지는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네 손, 예뻐졌구나.”
서준은 강남에 남았다. 그는 대치동의 아파트 창가에서 서울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생각했다. 나는 벗어난 적이 없다. 나는 처음부터 안에 있었다.
최종회에서 네 사람은 나란히 섰다. 사회자가 말했다.
“너희는 이제 지도층의 일부다. 그러나 기억하라. 지도층은 직함이 아니라 관계다.”
도현은 고려대 교수가 되었다. 태산은 연세대 교수가 되었다. 하린은 이화여대 교수가 되었다. 세 사람은 삼축을 이루었다. 서준은 대학 밖에 남았다. 그는 의회와 여론과 알고리즘의 실권자가 되었다. 네 번째 축이었다.
그들은 매년 SKYI의 새 시즌을 심사했다. 그들은 새 신입생들에게 말했다.
“우리도 너희처럼 시골에서 왔다.”“우리도 너희처럼 벗어나고 싶었다.”“우리도 너희처럼 상품가치가 무엇인지 배웠다.”
새 신입생들은 눈을 빛냈다. 그 빛은 도현이 처음 SKYI에 참가했을 때의 빛과 같았다.
어느 가을, 네 사람은 롯데 시그니엘의 바에서 만났다. 창밖으로 서울의 불빛이 흘렀다. 도현은 넥타이를 풀었다. 태산은 배추밭 이야기를 꺼냈다. 하린은 웃었다. 서준은 조용히 술잔을 돌렸다.
도현이 말했다.
“우리는 시골에서 왔다. 이제 시골을 상품으로 만든다.”
태산이 말했다. “아니, 우리는 시골을 플랫폼으로 만든다.”
하린이 말했다. “우리는 시골을 이미지로 만든다.”
서준이 말했다. “우리는 그 이미지를 여론으로 만든다.”
네 사람은 웃었다.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도현은 문득 아버지의 손을 떠올렸다. 태산은 아버지의 배추밭을 떠올렸다. 하린은 아버지의 딸기를 떠올렸다. 서준은 아버지의 이름을 떠올렸다.
그들은 각자 다른 것을 잃고, 같은 것을 얻었다.
이듬해 봄, SKYI 새 시즌이 시작되었다. 첫 화의 제목은 ‘시골에서 온 네 사람’이었다. 새 참가자들은 TV 앞에 앉아 선배들의 말을 들었다.
“몸을 단련하라.”“전략을 배워라.”“이미지를 관리하라.”“여론을 설계하라.”
도현은 교수실에서 그 방송을 보았다. 그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시뮬레이션입니다. 그러나 인생은 시뮬레이션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웃었다. 도현도 웃었다. 그는 창밖을 보았다. 안동의 새벽이 떠올랐다. 그는 서랍에서 작은 봉투를 꺼냈다. 아버지가 보내 준 간고등어 한 토막이었다. 그는 그것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나는 아직도 네 번째 축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SKYI, 새로운 지도층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도현은 TV를 껐다. 방 안은 조용했다. 간고등어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났다.
강도현은 안동에서 왔다. 집은 간고등어를 만드는 작은 작업장을 했다. 새벽마다 소금 냄새와 생선 비린내가 골목을 채웠고, 아버지는 늘 말했다.
도현은 고려대에 합격했다. 상경하는 기차 안에서 그는 TV에서 보던 프로그램을 떠올렸다. SKYI, 사람들이 ‘구연고전’이라 부르는 서바이벌 시뮬레이션.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의 신입생들이 ‘지도층의 문법’을 배운다는 프로그램이었다.
박태산은 태백에서 왔다. 집은 고랭지 배추 농사를 지었다. 연세대에 합격한 뒤에도 그의 손은 거칠었다. 아버지는 웃었다.
“네 몸에는 흙이 배었다.”
태산은 SKYI에 참가했다. 첫 녹화장에서 제작진은 그의 이름표 옆에 ‘태백’이라고 적었다. 그 작은 글자가 이상하게 눈에 밟혔다. 마치 출신지가 브랜드이고, 그 브랜드가 그의 몸에 붙은 것 같았다.
오하린은 논산에서 왔다. 집은 딸기 농사를 지었다. 이화여대에 합격하자 아버지는 비닐하우스 앞에서 무릎을 쳤다.
“딸기값이야 어찌 되든, 우리 집에 여대생이 생겼다.”
하린은 SKYI에 참가했다. 선배들은 그녀에게 옷을 입는 법, 웃는 법, 말하는 법을 가르쳤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서준은 서울 강남 8학군에서 왔다. 대치 현대아파트에서 평생을 떠난 적이 없었다. 대현초, 대명중, 휘문고, 그리고 서울대. 4대째 서울대를 졸업한 집안이었다. 그는 부모님과 매년 참가했던 SKYI에 이번엔 서울대 학생 신분으로 참가했다. 제작진은 그를 ‘중심축’이라 불렀다.
서준은 웃었다. “중심은 경쟁하지 않습니다. 중심은 배열합니다.”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래서 더 무서웠다.
SKYI 시즌 중반, 제작진은 참가자들을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으로 불러 모았다. 임시로 세운 무대 위에는 네 개의 스크린이 걸려 있었다.
“오늘의 미션은 ‘네 축의 밤’입니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남성성의 극한을, 이화여대와 게스트 숙명여대·성신여대는 여성성의 정점을 겨룹니다. 서울대는 중심축으로서 균형을 잡습니다.”
관중석이 술렁였다. 제작진이 띄운 자막은 더 노골적이었다.
“누가 수캐인가. 누가 암캐 1인자인가.”
도현은 그 자막을 보고 얼굴이 굳었다. 태산도 마찬가지였다. 하린은 웃고 있었지만, 손끝이 떨렸다. 숙명여대 게스트 서연은 팔짱을 끼고 말했다.
“방송국이 사람 이름 대신 개 이름을 붙였네.”
성신여대 게스트 지우는 조용히 덧붙였다. “그럼 우리가 그 이름을 어떻게 쓰느냐가 게임이겠지.”
서준은 무대 한쪽의 심판석에 앉았다. 그의 앞에는 네 명의 점수를 합산하는 알고리즘이 떠 있었다. 그는 말했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남자 두 명은 몸과 지휘로 겨룹니다. 여자 네 명은 이미지와 네트워크로 겨룹니다. 최종 선택은 이화여대 하린 씨가 합니다. 단, 하린 씨도 ‘암캐 1인자’ 자리를 놓고 게스트들과 겨룹니다.”
도현이 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서준은 대답했다. “네가 하린 씨를 원한다면, 먼저 하린 씨가 이 무대에서 1인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네 선택이 ‘상품가치’로 계산됩니다.”
태산이 낮게 웃었다. “결국 우리는 여자를 두고 싸우는 게 아니라, 여자를 상품으로 만든 점수판을 두고 싸우는 거군요.”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합니다.”
첫 라운드는 체력과 몸의 퍼포먼스였다. 도현과 태산은 러닝머신, 철봉, 무게추, 목소리 훈련을 받았다. 선배들은 그들에게 ‘수캐성’을 가르쳤다. 제작진이 붙인 이름이었지만, 선배들은 그것을 농담처럼 썼다.
“어깨를 펴라.”“턱을 들어라.”“말할 때 배에 힘을 줘라.”“눈빛으로 공간을 먹어라.”
도현은 안동의 새벽을 떠올리며 악을 썼다. 그는 어깨가 넓어졌고, 목소리가 낮아졌다. 태산은 태백의 능선을 떠올리며 버텼다. 그는 허리가 두꺼워졌고, 걸음이 무거워졌다.
무대 위에서 두 사람은 마주 섰다. 관중석에서는 환호와 야유가 동시에 터졌다. 사회자가 외쳤다.
“누가 더 강한 남자인가!”
도현은 태산을 보았다. 태산도 도현을 보았다. 그들은 서로를 미워하지 않았다. 다만 같은 점수판 위에 올라가 있었다. 도현이 말했다.
“나는 하린 씨를 두고 너와 싸우고 싶지 않다.”
태산이 대답했다. “나도. 하지만 이 방송은 우리가 싸우길 원한다.”
서준이 점수를 띄웠다. 도현 48점, 태산 47점. 차이는 1점이었다. 서준은 말했다.
“좋은 균형입니다.”
하린은 관중석에서 그 점수를 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숫자로 환산되는 느낌을 받았다. 옆자리에서 서연이 말했다.
“저 숫자에 네가 들어 있니?”
하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여자 참가자들의 라운드는 더 잔인했다. 제작진은 이화여대 하린, 숙명여대 서연, 성신여대 지우를 무대에 세웠다. 그리고 ‘암캐 1인자’라는 자막을 띄웠다. 관중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하린은 웃었다. 연습한 각도로. 서연은 웃지 않았다. 지우는 팔짱을 낀 채 사회자를 보았다.
첫 번째 미션은 ‘이미지’였다. 드레스, 걸음, 목소리, 시선. 제작진은 그들을 ‘상품가치’로 평가했다.
두 번째 미션은 ‘네트워크’였다. 각자에게 주어진 명함 다섯 장. 재벌 자제, 정치인 보좌관, 유명 편집자, 외교관, 기자. 누구를 먼저 만나고, 어떤 말을 하고, 무엇을 약속하는가.
하린은 논산의 딸기밭을 떠올렸다. 아버지가 딸기를 하나 따서 건네던 손. 그 손은 흙투성이였고, 하린은 그 손이 좋았다. 그녀는 명함을 집었다. 그러나 첫마디가 나오지 않았다.
서연이 먼저 웃었다. “저는 숙명여대 서연입니다. 제 강점은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지우가 이어 말했다. “저는 성신여대 지우입니다. 제 강점은 사람이 자기 말을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하린은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말했다.
“저는 논산에서 왔습니다. 딸기 농사를 짓는 집의 딸입니다. 제 강점은… 아버지의 손이 어떤 냄새인지 아는 것입니다.”
관중석이 조용해졌다. 서준이 점수를 띄웠다. 하린 49점, 서연 48점, 지우 47점. 서준은 말했다.
“하린 씨가 1인자입니다.”
하린은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암캐 1인자’라는 자막을 보았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나는 암캐 1인자가 아닙니다. 나는 하린입니다.”
방송은 그 말을 편집했다. 다음 화 예고에는 하린의 웃는 얼굴만 나왔다.
남자들의 라운드는 더 거칠어졌다. 제작진은 도현과 태산에게 ‘지휘’를 요구했다. 각자에게 열 명의 팀원을 주고, 잠실 보조경기장을 무대로 하는 퍼포먼스를 만들게 했다.
도현은 팀을 ‘몸’으로 조직했다. 그는 앞에 서지 않았다. 대신 뒤에서 배치했다. 선배들이 가르쳐 준 군지휘체계를 떠올렸다. 지휘관은 앞에 서지 않는다. 지휘관은 병력을 배치한다.
태산은 팀을 ‘전략’으로 조직했다. 그는 배추밭의 이랑을 떠올렸다. 한 줄씩 심고, 한 줄씩 거둔다. 그는 팀원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이기러 온 게 아니다. 남는 걸 만들러 왔다.”
무대는 성공적이었다. 관중석은 열광했다. 사회자가 외쳤다.
“누가 더 강한 수캐인가!”
도현은 그 말이 싫었다. 태산도 싫었다. 그러나 그들은 카메라를 피할 수 없었다. 도현이 먼저 말했다.
“나는 수캐가 아닙니다. 나는 안동간고등어집 아들입니다.”
태산이 이어 말했다. “나는 수캐가 아닙니다. 나는 태백 배추밭 아들입니다.”
관중석은 잠시 조용해졌다. 그리고 누군가 웃었다. 방송은 그 웃음을 살렸다.
서준이 점수를 띄웠다. 도현 50점, 태산 50점. 동점이었다. 서준은 말했다.
“이제 선택은 하린 씨에게 있습니다.”
하린은 무대 중앙에 섰다. 그녀의 앞에는 도현과 태산이 서 있었다. 관중석에서는 ‘암캐 1인자’와 ‘수캐’라는 자막이 번갈아 떴다. 하린은 두 남자를 보았다.
도현은 안동의 새벽을, 태산은 태백의 능선을 닮아 있었다. 그러나 하린은 알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 자신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 무대에서 이기는 법을 원하고 있었다.
하린이 말했다.
“저는 두 분 중 누구도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관중석이 술렁였다. 사회자가 당황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이 라운드의 규칙입니다.”
하린은 웃었다. 이번에는 연습한 웃음이 아니었다.
“규칙을 만든 사람이 누구죠?”
서준이 심판석에서 일어났다. “제가 만들었습니다.”
하린이 그를 보았다. “그럼 제가 묻겠습니다. 서울대 중심축, 당신은 누가 수캐고 누가 암캐 1인자인지 정할 수 있습니까?”
서준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저는 정하지 않습니다. 저는 배열합니다.”
하린이 말했다. “그게 더 나쁩니다.”
무대가 조용해졌다. 서연이 박수를 쳤다. 지우도 따라 박수를 쳤다. 도현과 태산은 서로를 보았다. 그들은 처음으로 같은 편에 서 있었다.
도현이 말했다. “나도 이 이름표를 벗고 싶습니다.”
태산이 말했다. “나도.”
서준은 점수판을 껐다. 스크린이 어두워졌다.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터졌다. 그러나 하린은 웃었다.
그날 밤, 네 사람은 잠실의 한 편의점 앞에 앉아 있었다. 도현은 간고등어 김밥을 먹었다. 태산은 배추김치 삼각김밥을 먹었다. 하린은 딸기 우유를 마셨다. 서준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도현이 말했다. “우리는 결국 방송국이 만든 이름으로 싸웠다.”
태산이 말했다. “그 이름이 우리를 지도층으로 편입시켜 준다고 믿었다.”
하린이 말했다. “나는 그 이름을 벗고 싶었다. 그런데 벗을수록 더 깊이 들어갔다.”
서준이 말했다. “나는 그 이름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네 번째 축으로 만들었다.”
네 사람은 조용해졌다. 편의점 불빛 아래에서 그들은 각자 다른 것을 잃고, 같은 것을 얻었다는 걸 알았다.
도현이 물었다. “어떻게.”
하린이 웃었다. “그게 가능할까요?”
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듬해 SKYI 새 시즌이 시작되었다. 첫 화 제목은 ‘잠실의 네 축’이었다. 제작진은 ‘수캐’와 ‘암캐’라는 자막을 쓰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적었다.
“누가 중심을 잡는가.”
도현은 고려대 교수가 되었다. 태산은 연세대 교수가 되었다. 하린은 이화여대 교수가 되었다. 서준은 여전히 중심축이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점수판을 켜지 않았다.
어느 날 하린이 도현에게 물었다.
“우리 그때 이겼던 걸까요?”
도현은 창밖을 보았다. 안동의 새벽이 떠올랐다.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때 우리는 서로를 개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린은 웃었다. “그거면 된 거죠.”
그해 가을, 농림축산식품부가 야심 찬 사업을 발표했다.
“지역상생푸드 육성사업 — 지자체·대학·청년창업 연계, 총 300억 원 규모.”
서울대 중심축 한서준은 이 공고를 가장 먼저 읽었다. 그는 SKYI 출연자 네 사람을 한자리에 불렀다.
“이 사업은 단순한 지원금이 아닙니다. 국가가 우리를 ‘지도층’으로 공인하는 절차입니다. 신청서에는 지역 대표 브랜드가 들어가야 합니다. 안동, 태백, 논산. 세 지역이 한 컨소시엄을 이루면 이깁니다.”
도현은 안동간고등어를 떠올렸다. 태산은 태백 고랭지 배추를 떠올렸다. 하린은 논산 딸기를 떠올렸다. 서준은 말을 이었다.
“문제는 하나입니다. 논산딸기를 누구와 묶느냐입니다.”
“논산딸기는 제 집과 우리 협동조합의 겁니다. 제가 결정합니다.”
도현이 고개를 들었다. 태산도 고개를 들었다. 서준은 웃었다.
“좋습니다. 그럼 경쟁하십시오.”
도현은 안동으로 내려갔다. 아버지의 작업장에서 간고등어를 한 토막 받아 들고, 논산으로 갔다. 그는 하린의 협동조합 앞에서 시식회를 열었다.
간고등어의 소금기가 딸기의 단맛을 끌어올린다는 설명은 그럴듯했다. 도현은 무대 위에서 말했다.
“저는 안동간고등어집 아들입니다. 이 샐러드는 제 아버지의 새벽과 하린 씨의 아버지의 새벽을 한 접시에 담은 것입니다.”
태산은 태백으로 올라갔다. 그는 배추를 한 포기 베어 들고 논산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하린의 협동조합 마당에서 김치를 담갔다.
서준은 두 브랜드를 나란히 띄웠다. 그리고 말했다.
“이제부터 여론의 지지율로 국가지원 우선협상권을 결정합니다.”
도현과 태산은 서로를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 아니, 방송이 그렇게 만들었다.
도현은 ‘소금의 남자’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는 안동간고등어의 새벽 작업장 영상을 공개했다. 아버지의 손, 소금을 뿌리는 손, 말리는 손. 영상은 조회수 500만을 넘겼다. 댓글은 울었다.
“이게 진짜 노동이다.”“안동간고등어 사러 갑니다.”“소금의 남자, 멋있다.”
태산은 ‘배추의 남자’ 캠페인으로 맞불을 놓았다. 그는 태백의 고랭지밭에서 배추를 베는 영상을 올렸다. 서리 내린 새벽, 아버지의 등, 김치를 담그는 어머니의 손. 조회수는 700만을 넘겼다.
“이게 진짜 농촌이다.”“태백배추 김치 먹고 싶다.”“배추의 남자, 소름 돋는다.”
도현은 태산의 영상이 조작됐다는 루머를 흘렸다. 태산은 도현의 샐러드가 ‘수입 간고등어’를 쓴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두 사람은 토론节目中에서 정면충돌했다.
도현: “당신은 배추를 팔면서 농민을 플랫폼에서 쫓아냈잖소.”태산: “당신은 간고등어를 팔면서 아버지 작업장을 절반으로 줄였잖소.”
관중석이 술렁였다. 사회자가 외쳤다.
도현과 태산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들 뒤에는 하린이 서 있었다. 하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침묵이 두 사람을 더 미치게 만들었다.
방송국은 하린을 ‘논산의 딸기’라 불렀다. 그리고 자막을 띄웠다.
“누가 딸기를 차지하는가.”
도현은 하린에게 매일 문자를 보냈다. 안동의 간고등어 요리 사진, 아버지의 작업장 사진, 서울의 밤 사진. 태산은 하린의 협동조합에 매일 찾아가 김치를 담갔다. 아버지의 배추밭 사진, 서리 내린 새벽 사진.
하린은 둘 다 받았다. 그리고 둘 다 읽었다. 그녀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하린이 두 사람을 협동조합 마당으로 불렀다.
“두 분은 저를 두고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두 분 중 누구의 브랜드도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도현이 물었다. “그럼 왜 우리를 불렀습니까.”
하린이 대답했다. “당신들이 나를 두고 싸우는 동안, 논산의 딸기 농가들은 당신들의 플랫폼에서 밀려났습니다. 나는 그것을 말하려고 불렀습니다.”
태산이 고개를 숙였다. 도현도 고개를 숙였다. 하린은 말을 이었다.
“저는 당신들의 경쟁을 돕겠습니다. 하지만 저를 상품으로 계산하지 마십시오.”
서준은 여론의 알고리즘을 조정했다. 그는 도현과 태산의 지지율을 실시간으로 띄웠다. 그리고 하린의 발언을 편집했다. 하린의 ‘저를 상품으로 계산하지 마십시오’는 방송에서 사라졌다. 대신 ‘논산의 딸기가 선택을 기다린다’는 자막이 나갔다.
하린은 서준을 찾아갔다.
“당신이 편집했죠.”
서준은 인정했다. “시청자가 원하는 서사입니다.”
하린이 물었다. “당신은 누가 이기길 원합니까.”
서준은 대답했다. “저는 중심을 잡습니다. 어느 쪽이 이겨도 국가지원은 제 알고리즘으로 갑니다.”
하린은 웃었다. “그게 가장 무서운 겁니다. 당신은 싸우지 않으면서 싸움을 설계합니다.”
최종 심사장은 논산의 딸기 비닐하우스였다. 국가 심사위원, 지자체 관계자, 방송 카메라가 모였다. 도현은 안동간고등어 샐러드를 내놓았다. 태산은 태백배추 딸기김치를 내놓았다.
심사위원장이 물었다.
“두 분은 왜 논산딸기를 선택했습니까.”
도현이 대답했다. “짠맛과 단맛의 변증법입니다.”
태산이 대답했다. “매운맛과 단맛의 변증법입니다.”
심사위원장이 하린을 보았다. “논산딸기 협동조합 대표로서 의견은?”
하린이 일어났다. 그녀는 두 제품을 나란히 놓았다. 그리고 말했다.
“두 제품 모두 훌륭합니다. 그러나 국가지원은 한쪽에만 갈 수 없습니다. 저는 두 브랜드를 하나의 공동 브랜드로 묶을 것을 제안합니다.”
심사장이 술렁였다. 도현과 태산이 동시에 말했다.
“그건 경쟁이 아닙니다.”
하린이 대답했다. “경쟁은 이미 충분히 했습니다. 이제는 논산의 농가가 살아남아야 합니다.”
심사위원장은 하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공동 브랜드의 이름은 ‘논산 딸기와 두 개의 새벽’ 이 되었다.
그날 밤, 네 사람은 논산의 비닐하우스 앞에 앉았다. 도현은 간고등어 김밥을 먹었다. 태산은 배추김치 삼각김밥을 먹었다. 하린은 딸기를 하나 따서 건넸다. 서준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도현이 말했다. “나는 이기고 싶었다. 그런데 이기고 나니 아버지 작업장은 여전히 절반이다.”
태산이 말했다. “나도 이기고 싶었다. 그런데 이기고 나니 태백의 작은 농가들은 여전히 떠났다.”
하린이 말했다. “너희는 나를 두고 싸웠다. 나는 그 싸움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서준이 말했다. “나는 그 싸움을 설계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하린이 그를 보았다. “그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서준은 고개를 숙였다.
이듬해, 공동 브랜드는 성공했다. 안동간고등어 샐러드와 태백배추 딸기김치는 나란히 매대에 올랐다. 논산의 농가들은 수수료를 낮추고, 계약을 다시 맺었다. 방송은 ‘화해의 서사’라 불렀다.
그러나 하린은 방송에 나가지 않았다. 그녀는 협동조합 마당에 작은 팻말을 세웠다.
“딸기는 누구의 것도 아니다. 딸기는 딸기다.”
어느 날 도현이 태산에게 물었다.
“우리 그때 이긴 걸까.”
태산은 배추밭을 떠올렸다. “모르겠소. 다만 그때 우리는 서로를 개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소.”
도현은 웃었다. “그거면 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