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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폭탄 돌리는 대북송금자(들), 숨막히는 진퇴양난의 늪
알타이21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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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돌리는 대북송금자(들), 숨막히는 진퇴양난의 늪
오창균 선임기자
뉴데일리
2026-10-08
李 지지율 뚝뚝 떨어지자 초조한 이화영의 '입'
"이 전 부지사 분노" … '피고인 이재명' 언급까지
독단적으로 추진했다는 이화영이 화가 난 진짜 이유
"대속(代贖)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발언 왜 나왔나
대통령 책상에 놓인 독촉장,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4월 14일 국회 '윤석열정권정치검찰조작기소의혹사건진상규명국
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앉아 있다. ⓒ이종현 기자
게임이론에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라는 명제가 있다
. 함께 죄를 지은 두 공범이 서로 다른 방에서 심문을 받는다. 두 사람이 끝까지 입을 다물면 적당한 처벌로 사건은 매듭지어진다.
그러나 상대가 먼저 입을 열어 자신만 중죄를 뒤집어쓸지 모른다는 의심이 고개를 드는 순간 셈법이 달라진다.
저마다 합리적이라 여긴 선택이 결국 모두에게 가장 불리한 결말로 치닫는 것이다.
교훈은 단순하면서도 냉혹하다. 갈라진 공범들의 신뢰에 금이 가는 순간 침묵의 값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다.
반세기 넘게 인간의 이해타산 본질을 꿰뚫어 온 이 딜레마가 우리 정치 한복판에서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으로 영어(囹圄)의 몸이 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분노를
감추지 않으며 가석방을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석방을 둘러싼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의 압박은 7일 마침내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누기에 이르렀다.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대북송금 사건이 조작되었다고 결론 내놓고선 정작 그 사건으로 5년째 수감 중인 사람을
철저히 방치하고 있는 현실이 훨씬 더 심하고 잔인한 것 아니냐"고 적었다.
우회도 완곡도 없는 공개 요구였다.
김용 민주연구원 수석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이미 풀려났는데, 어째서 이 전 부지사만
여전히 갇혀 있어야 하느냐는 불만도 터뜨렸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이 전 부지사가 대통령에게 최후 통첩을 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김 변호사는 다음날인 8일 페이스북에 주변 사람들의 경고가 들려온다는 말과 함께
"정작 직접 연락해서 말하는 이는 한 명도 없다. 비겁한 자들"이라고 적었다.
직접 말을 건네는 이는 없이 주변을 통해 경고만 전해진다는 취지다.
김 변호사는 이전부터 이 대통령을 언급하며 이 전 부지사 석방을 요구해왔다.
지난달 13일 "대통령님, 이화영 5년째 수감 사유가 대북송금이 진실이기 때문이라면 2024고합474 사건(피고인 이재명,
이화영) 변호인인 저는 어떻게 변론해야 합니까"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 북한 리종혁(가운데) 조선아태위 부위원장이 지난 2018년 11월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
제 대회' 참석을 위해 경기도를 방문해 당시 이재명(왼쪽) 경기지사, 이화영(오른쪽)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기념 촬영을 했다. ⓒ연합뉴스
불쑥 튀어나온 요구가 아니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자 부쩍 초조한 기색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3일 수원구치소를 찾아 이 전 부지사를 접견한 뒤 "대북송금 사건의 조작 수사
과정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전 부지사가 강한 분노를 표했다"고 전했다.
다른 여권 인사들의 접견도 잇따랐다. 그 자리마다 이 전 부지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토로를 쏟아냈다고 한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에게 화가 많이 났다"는 말까지 담장 밖으로 흘러나왔다.
이화영 전 지사는 이후 "저의 진의와 다른 부분이 있다"며 대통령의 고뇌도 공감한다는 입장을 냈지만 후폭풍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쯤에서 불법 대북송금 사건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800만 달러를 건네도록 공모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7년 8개월로 감형됐고,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 대통령 역시 경기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사건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사실상의 공범 관계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재판은 취임 이후 헌법 84조 불소추특권의 해석을 둘러싼 논란 속에 멈춰 섰다.
같은 사건의 한 사람은 철창 안에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청와대에 있다. 이 극명한 비대칭(非對稱)이 논란의 발원지다.
이 과정에서 여러 곡절이 있었다. 이 전 부지사는 대북송금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가 번복했고,
이후에는 검찰청에서 술자리를 통해 회유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은 술자리 의혹에 대해 "100% 사실로 보인다"며 힘을 실었다.
이를 교두보 삼아 민주당은 사건 전체에 조작이라는 낙인을 찍었고, 현재는 공소 취소를 위한 특검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는 지경이다.
일련의 흐름을 이 전 부지사의 처지에서 되짚어 보면 계산법이 한층 선명하게 드러난다.
청구서의 밑그림은 이미 2년 전에 그려져 있었다.
2024년 7월 항소심 첫 재판에서 검찰이 공개한 수원구치소 접견 녹취록에 따르면, 1심 결심 공판 직후인 이 전 부지사는
배우자에게 이재명 대표를 비공개로 만나달라고 청했다. 같은 달 30일에는 총선에서 당선된 민주당 현역 의원 2명을 접견해 이 대표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당부한 뒤 "당선자 여러분들도 누군가 이렇게 대속(代贖)을 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속이란 남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벌을 받는다는 뜻이다.
희생을 치렀으니 응당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계산은 그때부터 입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 자신이 이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않고 홀로 짐을 짊어졌는데 왜 외면하느냐는 것이다.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는다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서늘한 예감이 깔린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이번 가석방 요구가 이 대통령 앞에 내민 청구서로 읽히는 까닭이다.
▲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018년 7월 10일 당시 경기도지사로 재임 중인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고 있다. ⓒ경기도 제공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은 어떠한가. 이 대통령은 그동안 이 사건에 대해 "희대의 조작"이라며 자신은 몰랐다고 부인해 왔다.
특히 2023년 9월 9일 수원지검 조사에서는 "이화영이 나 몰래 독단적으로 대북 사업을 추진했다"며 혐의 대부분을
이 전 부지사에게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화영이 (쌍방울에서) 돈 받아먹은 것을 알고도 내가 그런 사람을 썼겠느냐"는 말도 했다고 한다.
검찰은 당시 조사에서 경기도가 북한에 쌀 10만t을 추가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2019년 6월 13일자 경기도 공문을 제시했다.
경기지사가 직접 결재한 서류였다.
이 공문은 2018년 말 조선아태위 김성혜 실장이 "경기도가 약속한 돈을 주지 않는다"며 격앙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이 전 부지사가 쌀 10만t 지원을 약속하는 친필 편지를 북한에 보낸 일과 맞닿아 있다.
두 사람이 대북 사업을 긴밀히 논의했음을 짐작게 하는 정황이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참 황당하다.
이화영이 나도 모르게 도지사 직인이 찍힌 서류를 만든 것이고 서류를 가져오니 결재한 것일 뿐"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고 한다. 검찰은 부지사가 도지사 승인 없이 사기업을 동원해 대북 사업을 독단으로 진행했다는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부지사가 지사의 방북을 위해 쌍방울을 동원해 거액을 북한에 보냈는데,
이를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은 아이러니하다.
다른 모순(矛盾)도 눈에 띈다. 대통령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전 부지사는 상관을 속이고, 독단으로 일을 벌여
대통령을 피고인석에 앉힌 장본인이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을 향해 노여움을 드러내고 대놓고 석방을 요구한다는 것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
몰랐던 일로 억울하게 엮인 쪽이 대통령이라면, 분노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대통령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대북송금을 몰랐다면서도 이 전 부지사를 고소하지 않았다. 그 대신 검찰과 전면전을 벌였고, 끝
내 검찰청 폐지까지 밀어붙였다. 창끝은 자신을 속였다는 부하가 아니라 사건을 수사한 기관을 정조준했다.
동서고금을 돌아보면 공범의 침묵을 사려던 권력은 예외 없이 더 비싼 값을 치렀다.
1972년 워터게이트 침입 사건으로 기소된 공작원들은 백악관에 입막음 돈을 요구했고,
그중 하워드 헌트(E. Howard Hunt)의 독촉은 권부를 뒤흔들었다.
이듬해 3월 백악관 법률고문 존 딘(John Dean)은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에게 "대통령직 바로 곁에서
암 덩어리가 자라고 있다"고 경고했다. 침묵을 돈으로 묶어두려던 시도는 결국 의회 증언으로 무너졌다.
닉슨은 1974년 8월 불명예 퇴진의 길을 걸었다.
제럴드 포드(Gerald Ford) 대통령은 1974년 9월 닉슨을 사면한 뒤 뒷거래 의혹에 휩싸여 의회 청문회에 직접 출석해 해명해야 했고, 그 정치적 후과는 1976년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묶어두면 입이 두렵고,
풀어주
면 의혹이 확신으로 굳는다. 역사가 남긴 이 냉엄한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기호지세(騎虎之勢)라는 말이 있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세라, 내리자니 물릴 것이 두렵고 계속 달리자니 갈 곳을 알 수 없는 처지를 이른다.
지금 대통령이 선 자리가 꼭 그러하다.
이 전 부지사를 풀어주자니 몰랐다던 사건의 공범을 서둘러 챙기는 모양새가 돼 스스로 공모를 자인하는 결과가 되고,
그대로 두자니 수감 5년째에 접어든 이의 입이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다.
야당은 "당장 '이화영'이라는 지뢰 하나만 터져도 (대통령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 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듯, '이화영'이라는 입술 하나에 기대어 버텨온 방어선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이번 논란이
여실히 드러냈다. 죄수의 딜레마에서 공범들을 지탱하는 것도 결국 상대가 끝까지 버텨주리라는 믿음 하나다.
노자(老子)는 "하늘의 그물은 넓고 성기지만 놓치는 것이 없다(天網恢恢 疏而不失)"고 했다.
그 믿음의 유통기한이 다해가고 있음을 알리는 독촉장이 지금 대통령의 책상 위에 놓여 있다.
진퇴양난의 늪에서 대통령이 어느 쪽으로 발을 뗄지, 국민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오창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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