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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여정-암살자(들)-김현지', 적반하장의 괴이한 '기술'
알타이21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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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암살자(들)-김현지', 적반하장의 괴이한 '기술'
오창균 선임기자
뉴데일리
2016-09-30
발목 절단 참사가 자작극? 적반하장 김여정
2015년 목함지뢰 때도 모략극 우기다 "유감"
패륜 영화 '암살자(들)' 감싼 민주당의 픽션'
盧 죽음 배후' 다뤘어도 같은 잣대 적용할까
대법원장 국감 세우자며 김현지는 또 '방탄'
억지가 상식 밀어내는 나라, 위태로운 문턱
▲ 좌측부터 북한 김여정, 암살자(들) 포스터,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 ⓒ연합뉴스
옛사람들은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 하여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 했다.
제 허물을 덮으려 언성을 높이고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세우는 후안무치를 꾸짖는 말이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속담과 한 뿌리다.
일상에서 흔히 입에 오르내리는 네 글자가 요즘처럼 생생하게 피부에 와 닿은 적이 있었나 싶다.
절묘하게도 세 가지 논란이 한꺼번에 불거졌다.
전선 철책 너머에서, 극장의 스크린 위에서, 그리고 여의도 국회에서. 무대도 등장인물도 제각각이지만 핵심 줄거리가
놀랄 만큼 닮아 있다.
잘못을 저지른 쪽은 사과를 모른다. 책임을 물어야 할 쪽이 오히려 공격을 받는다.
저울의 눈금은 제 편 앞으로 슬그머니 기운다.
적반하장과 내로남불이 한 시절의 풍경을 넘어 시대의 문법으로 굳어가는 것은 아닌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 장면의 무대는 비무장지대(DMZ)다.
지난 21일 서부전선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에서 수색 작전을 수행하던 군 간부 3명이 지뢰 폭발로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7일 만에 군(軍) 당국은 북한군 지뢰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늑장 조사였지만 도발의 책임이 어딘지를 가리키기에 충분한 결론이었다.
하지만 얼마 뒤 북한이 보인 반응은 상식의 궤도를 한참 벗어났다.
김여정이 직접 나서 우리 군의 발표를 송두리째 부정한 것이다.
김여정은 "도발 시기와 수법에 있어 10여년 전 세상을 소란하게 했던
목함지뢰 사건을 그대로 방불케 하는 명백한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당 총무부장도 가세해 우리가 근거 없는 결과를 조작하고 정치군사적 도발을 정당화할 명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강변했다.
역설(逆說)은 김여정이 스스로 끌어온 목함지뢰 사건에 있다.
2015년 8월 파주 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에 우리 부사관 두 명이 다리를 잃었을 때도 북한은 모략극이라며
발뺌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결국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문에 '유감'이라는 두 글자를 새겨 넣어야 했다.
제 손으로 저지른 과거의 도발을 들이밀며 이번에는 남측의 자작극이라 우기는 모습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우겼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 고사를 떠올리게 한다.
억지 주장에 그쳤다면 그나마 나았을 것을. 김여정은 "한국군 깡패들이 실지 사격을 가해온다면 즉시적이고
가차 없는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피를 흘린 쪽은 우리 장병인데, 주먹을 쥐고 겁박하는 쪽은 북한이다.
매를 든 것은 끝내 도둑이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대통령은 아무 말이 없다)
▲ 군인들에게 따뜻한 국수를 말아 대접하고 있는 육영수 여사. ⓒ뉴데일리 자료 사진
같은 시기 극장가에서도 비슷한 구도가 펼쳐졌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 왜곡 논란 중심에 섰다.
북한 공작원과 조총련에 포섭된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미수에 그쳤고, 대신 옆에 앉아 있던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진 역사적 비극이다.
사건을 실행하게 된 과정은 이미 수사와 재판을 통해 낱낱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영화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배후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설정을 택했다. "총성은 여섯 발이었습니다.
나머지 두 발은 누구의 총입니까." 유족들 가슴에 대못을 박은 패륜적 대사는 노골적으로 관객에게 의구심을 던진다.
물론 영화적 허구일 수 있다. 하지만 실존 인물의 죽음과 국가적 비극을 다루면서 확정된 사실관계를 뒤집는
음모론적 서사를 택했다면, 그 무게를 감당할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더욱이 그 서사가 무엇을 닮았는지를 들여다보면 문제는 한층 무거워진다.
탈북민 유튜버 한송이씨는 "북한 선전 영화 '민족과 운명'에서 박정희 정권의 자작극처럼 묘사했던 내용과
'암살자(들)'의 스토리가 너무 똑같아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에서 만든 영화의 서사가 공산 체제 선전 프레임을 빼닮았다는 지적은 사회를 경악케 했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 재단과 육영수 여사 기념 사업회는 공식적인 사과와 영화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영화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했다면 보호받을 창작의 자유에 포함될 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성찰이 아닌 역공(逆攻)이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픽션인 영화와 싸우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원 의원은 '암살자(들)' 관람을 독려하며 "홍보가 잘되겠다. (영화가) 대박 터진다"고 했다.
수오지심(羞惡之心)은 온데간데 없다.
만약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 픽션 영화의 대상이었다면 어땠을까.
반응은 불 보듯 뻔하다.
영국의 역사학자 E.H. 카는 역사를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다.
그
대화는 사실이라는 토대 위에서만 성립한다. 사실을 비틀어 놓고 나누는 대화는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선전에 가깝다.
공자가 '춘추'를 엮으며 한 글자의 포폄(褒貶)에도 엄정함을 잃지 않았다는 데서 춘추필법(春秋筆法)이라는 말이 나왔다.
역사를 다루는 붓끝은 그만큼 무거워야 한다는 뜻이다.
▲ 좌측부터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세 번째 장면은 민의(民意)의 전당이라는 국회다. 여야는 이번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국
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여당 주도로 다음달 6일 시작되는 국정감사에 조희대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을 거부한 것을 따져 묻겠다는 의도다.
물론 사법부 역시 국회 견제의 바깥에 놓인 성역(聖域)일 수는 없다.
하지만 이유가 재제청 거부 사유라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된다. 헌법 103조는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못 박고 있다. 재판에 대한 정치의 간섭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한 일을 서슴없이
밀어붙이는 모습에서, 삼권분립(三權分立)의 균형추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더 도드라지는 것은 반대편 풍경이다.
국민의힘은 "인사 참사의 흑막에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있다는 말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며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추진했다.
그
러나 운영위원장 자리를 쥐고 있는 민주당 측은 "망신주기 발목잡기식 증인 채택은 정쟁 국감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꼼짝 않는다. 김용범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이나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대하는 자세 역시 다르지 않다.
사법부 수장은 국민 앞에 세우겠다면서 내 편에게는 두꺼운 방패를 둘러준 것이다.
남에게는 서릿발 같고 제 식구에게는 봄바람처럼 관대한 이중잣대다.
가장 무거운 의혹을 받는 이들이 가장 두꺼운 장막 뒤에 머무는 구조라면, 국정감사는 견제의 장이 아니라
편 가르기의 무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DMZ 지뢰 폭발, 스크린 속 역사 왜곡, 국정감사 증인 공방은 언뜻 보면 연관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흩어진 구슬을 한 줄에 꿰듯 나란히 놓고 보면 이를 관통하는 맥락이 드러난다.
사과 대신 언성을 높이고, 장막 뒤로 진실을 숨긴다. 우리 군인의 발목이 잘렸는데도 정작 겁박하는 쪽은 가해자인 북한이다.
역사를 왜곡한 영화 제작진을 철통 방어하면서 오히려 야권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인사 참사의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할 국정감사장에는 정작 답해야 할 사람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16세기 영국의 재정가 토머스 그레셤(Thomas Gresham)의 이름을 딴 경제법칙이 있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익숙한 명제다.
금과 은의 함량을 줄인 조악한 주화가 시중에 풀리면, 사람들은 값어치가 온전한 주화를 장롱 깊숙이 감춰두고
질 낮은 돈만 내다 쓴다. 결국 시장에는 나쁜 돈만 돌고, 좋은 돈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 법칙은 비단 화폐 세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 억지를 부려도 손해 보지 않고 목소리가 클수록 이기는 풍토가 자리 잡으면,
염치(廉恥)와 절제(節制)라는 양화는 설 곳을 잃고 물러난다.
사과하는 쪽이 약자로 몰리고 버티는 쪽이 승자가 되는 셈법 앞에서 누가 먼저 고개를 숙이려 하겠는가.
적반하장이 되풀이되고 내로남불이 방치되면, 억지가 상식을 밀어내고 뻔뻔함이 염치를 몰아내는 날이 오고야 만다.
지금 대한민국이 그 위태로운 문턱 앞에 서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곱씹어 볼 일이다.
오창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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