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이름으로
나는 오래도록
나를 구원할 사람을 기다렸다.
무너진 날에는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길을 잃은 밤에는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있는지
어둠 속에서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하늘은 침묵했고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아침을 열었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구원은
내가 하늘에 닿는 일이 아니라
하늘이 나에게 내려오는 일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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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예수 그리스도여,
당신은
왕의 옷을 입고 오지 않으셨고
칼을 들고 내 앞에 서지도 않으셨습니다.
상처 입은 손으로
내 상처를 만지셨고,
죄 없는 얼굴로
내 죄의 어둠 곁에 앉으셨으며,
내가 나 자신을 버리고 싶었던 그 자리에서
끝내 나를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나는 당신을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나를 찾아오신 분은
당신이었습니다.
십자가를 바라봅니다.
거기에는
인간이 하나님께 저지른 모든 어둠과
하나님이 인간에게 베푸신 모든 사랑이
한 나무에 함께 매달려 있습니다.
못은 손을 뚫었으나
사랑을 뚫지는 못했습니다.
가시는 이마를 찔렀으나
은혜를 찌르지는 못했습니다.
죽음은 당신의 육체를 데려갔으나
당신의 사랑까지 데려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무덤은
당신을 품었다가
이내 빈손으로 돌려보내야 했습니다.
나는 의로워서 구원받은 것이 아니라
은혜를 입었기에 살아갑니다.
나는 완전해서 사랑받은 것이 아니라
무너진 채로 사랑받았습니다.
내가 내일 무엇이 될지 몰라도
오늘 당신을 바라볼 수 있다면,
내가 얼마나 자주 넘어지는지 몰라도
다시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나는
다시 길을 걷겠습니다.
주여,
내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에도
당신은 나의 전부가 되어 주십시오.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지 않는 날에도
당신만은 나를 기억하여 주십시오.
내 목소리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날에도
내 영혼 깊은 곳에서
당신의 이름이 꺼지지 않게 하소서.
예수.
그 이름을 부르면
죽음의 문 앞에서도
나는 완전히 혼자가 아닙니다.
죄의 깊은 곳에서도
다시 돌아갈 길이 생깁니다.
내가 나를 용서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십자가의 은혜가 먼저 나를 용서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내 생의 마지막 문장에
다른 이름을 남기지 않겠습니다.
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고
세상의 박수도 아니며,
오직 하나,
예수 그리스도.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계셨고
내가 죽은 뒤에도 계실 분.
나의 시작보다 먼저 계셨으며
나의 끝보다 오래 계실 분.
언젠가
내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지막 숨을 쉬는 순간,
나는 거창한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어린아이처럼
당신의 이름 하나를 부르겠습니다.
그리고 믿겠습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무덤이 마지막 집이 아니라는 것을.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다는 것을.
십자가 뒤에 부활이 있었듯이
나의 마지막 밤 뒤에도
당신의 아침이 있으리라는 것을.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사랑이 작고 흔들릴 때에도
당신의 사랑은 흔들리지 않게 하시고,
내 믿음이 어두워질 때에도
당신의 십자가를 바라보게 하소서.
그리고 마침내
나의 모든 노래가 끝나는 날,
내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서
이 한마디만 남게 하소서.
“주여,
나는 당신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영원히
당신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