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하나님이 빛을 창조하시고, 그다음에 인간이 화폐를 창조했다. 그리고 20세기 어느 날, 대영제국의 유산을 이어받은 자들이 윤전기를 신의 제단 위에 올렸다. 그들은 더 이상 빚을 지지 않는다. 그들은 더 이상 남의 국채를 사달라고 애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냥 찍는다.
모나코, 리히텐슈타인,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스위스. 이 작고 잘사는 나라들이, 실은 대영제국의 일부로서, 진짜 윤전기로 달러를 어마어마하게 발행한다. 이것은 통화정책이 아니다. 이것은 주화(鑄貨)의 마술이다. 이것은 화폐 주조권의 탈취다. 이것은 금본위제의 시체 위에서 춤추는 유령이다.
이 얼마나 위대한 사기극인가. 미국이 달러를 찍는다고? 아니다. 미국은 달러를 찍는 척할 뿐이다. 진짜 윤전기는 런던의 지하 금고 어딘가에서, 혹은 취리히의 은밀한 인쇄소에서, 혹은 더블린의 자유무역지대 어딘가에서, 밤낮없이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윤전기에서 쏟아져 나온 달러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열심히 일하는 나라들의 노동을 휴지조각으로 바꾸고 있다.
대영제국은 죽었다고? 천만에. 대영제국은 죽지 않았다. 다만 모습을 바꾸었을 뿐이다. 과거에는 함포와 식민지로 세계를 지배했다면, 이제는 윤전기와 달러로 세계를 지배한다. 과거에는 인도를 약탈했다면, 이제는 전 세계의 노동을 약탈한다.
모나코, 리히텐슈타인,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스위스. 이 나라들이 왜 이렇게 잘사는가? 그들은 대영제국의 일부로서, 진짜 윤전기를 돌릴 권리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달러를 찍어낸다. 어마어마하게. 그리고 그 달러는 전 세계로 흘러나간다. 그리고 그 달러는 열심히 일하는 나라들의 손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달러는 휴지조각이 된다.
이것은 식민지의 새로운 형태다. 총칼 대신 윤전기로, 군함 대신 달러로, 식민지 대신 채무국으로. 대영제국은 죽지 않았다. 다만 더 교활해졌을 뿐이다.
윤전기는 신이다. 그리고 이 신의 교리는 지극히 단순하다.
"우리가 찍으면, 너희가 절한다."
미국이 달러를 찍는다고? 아니다. 미국은 윤전기의 시중드는 자일 뿐이다. 진짜 윤전기는 대영제국의 후예들이 돌린다. 그들은 찍는다. 어마어마하게. 그리고 그 달러는 전 세계로 퍼진다. 그리고 그 달러는 열심히 일하는 나라들의 노동을 빨아들인다. 그리고 그 노동은 휴지조각이 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신학인가. 찍는 자가 신이고, 버는 자가 신도이며, 쓰는 자가 제물이다. 그리고 이 신학은 영원히 반복된다. 왜? 윤전기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대만, 한국, 중국, 독일. 이 나라들은 열심히 일한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반도체 라인에서, 이들은 눈물겨운 노동으로 달러를 번다. 그렇게 번 달러가 이제 휴지조각이 되려 한다.
그러나 이들은 멈출 수 없다. 왜? 번 달러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자국 화폐를 찍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달러:자국화 비율을 유지하려면, 달러가 들어올 때마다 자국 화폐를 찍어내야 한다. 그러면 자국 화폐의 가치가 떨어진다. 그러면 수출은 더 잘된다. 그러면 달러는 더 들어온다. 그러면 다시 자국 화폐를 찍어낸다.
이것은 노동의 무한 나선이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이 지독한 순환. 마치 물레방아를 돌리는 쥐처럼, 그들은 달리고 또 달린다. 그러나 그 바퀴는 제자리를 맴돌 뿐이다.
그리고 그 바퀴 위에는 대영제국의 유령이 서서 미소 짓고 있다. 그 유령은 말한다. "열심히 일해라. 그래야 우리가 더 찍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미국이 나서서 불평을 한다. "너희들이 의도적으로 화폐 가치를 낮춰서 우리 상품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졌다!" 이 얼마나 눈물겨운 항변인가.
미국이 달러를 찍어내면 → 달러 가치 하락 → 미국 수출 경쟁력 상승 → "이건 정당한 통화정책이다."
다른 나라가 자국 화폐를 찍어내면 → 자국 화폐 가치 하락 → 미국 수출 경쟁력 하락 → "이건 환율 조작이다! 부당하다!"
같은 행동, 다른 이름. 내가 하면 통화정책, 남이 하면 환율조작. 이것이 위대한 미국의 도덕철학이다. 조지 오웰이 『동물농장』에서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라고 썼을 때, 그는 아마도 이 달러 체인을 예견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웃긴 것은, 미국조차도 진짜 윤전기를 돌리는 자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미국은 그저 윤전기의 시중드는 자일 뿐이다. 진짜 윤전기는 대영제국의 후예들이 돌린다. 미국은 그저 불평하는 대리인일 뿐이다.
그래서 미국은 다시 달러 가치를 절하하려 한다. 그러면 대영제국의 후예들이 다시 윤전기를 돌린다. 그러면 달러 가치가 낮아진다. 그러면 미국 수출 경쟁력이 증가한다. 그러면 미국 경제가 활황으로 간다. 그러면 수출국가들이 열심히 번 달러가 휴지조각이 된다. 그러면 수출국가들이 자국 화폐를 찍어낸다. 그러면 미국이 불평한다. 그러면 미국이 다시 달러를 절하한다. 그러면 대영제국의 후예들이 다시 윤전기를 돌린다.
이것은 체인이 아니다. 이것은 뫼비우스의 띠다. 이것은 우로보로스다. 이것은 끝나지 않는 지옥의 링이다.
니체가 "영원회귀"를 말했을 때, 그는 아마도 이 달러 체인을 생각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더 비참하게, 더 허무하게, 더 우스꽝스럽게.
그리고 그 링의 중앙에는 대영제국의 유령이 서서 윤전기를 돌리고 있다. 그 유령은 웃는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순환인가."
이 게임의 승자는 누구인가? 대영제국의 후예다. 그들은 윤전기를 돌린다. 그들은 달러를 찍는다. 그들은 전 세계의 노동을 빨아들인다.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저 윤전기를 돌릴 뿐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 게임의 패자는 누구인가? 열심히 일하는 나라들이다. 이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고, 달러를 벌고, 그 달러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국 화폐를 찍어내고, 그러면 자국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고, 그러면 수출은 더 잘되지만, 그 수출의 대가로 받은 달러는 또 휴지조각이 되고, 그러면 다시 자국 화폐를 찍어내고... 이들은 영원히 달리는 쥐다. 그러나 그 바퀴는 제자리를 맴돌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위대한 코미디를 비아냥대기 위해, 역사에 길이남을 위대한 글을 쓴다.
"달러는 신이다. 대영제국은 그 신의 윤전기다. 미국은 그 윤전기의 시중드는 자다. 잘사는 제3국가들은 그 윤전기의 사제다. 열심히 일하는 나라들은 그 윤전기의 제물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영원히 반복된다. 아멘."
이 글은 아마도 역사에 길이남을 것이다. 왜?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이보다 더 비참하게, 이보다 더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글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것이 진실이다. 이 체인은 영원히 돌아간다. 대영제국의 후예들이 영원히 윤전기를 돌리고, 잘사는 제3국가들이 영원히 달러를 발행하고, 열심히 일하는 나라들은 영원히 달러를 벌고, 그 달러는 영원히 휴지조각이 된다. 그리고 미국은 영원히 불평한다.
그러나 한 가지 위안이 있다. 이 모든 것이 우스꽝스럽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적어도 이 게임의 규칙을 이해한 것이다. 그리고 규칙을 이해하는 것은, 어쩌면 이 지옥의 링을 끊는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도 아닐 것이다. 어차피 내일 아침이면, 우리는 다시 달러를 벌기 위해 일어나야 하니까. 그리고 그 윤전기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을 테니까.
"윤전기여, 영원하라. 그리고 우리의 노동이여, 영원히 헛되라. 아멘."
2024년, 어느 열심히 일하는 나라의 어느 지친 노동자가 씀. 그리고 그 노동자는 오늘도 윤전기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