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영접 나온 강경화 주미대사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제재와 북한 핵무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개발 중단을
맞교환 하자고 제안해 파문이 일고 있다.
비핵화가 아닌 핵 동결을 조건으로 대북 제재를 풀어주자는 것이다.
핵 동결 수준에서 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통해 단계적으로 비핵화로 나아가자는 게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라지만,
그간 북한의 협상 태도로 봤을 때 핵무기만 용인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미국 뉴욕을 찾은 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공개된 AP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정상 차원의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런 방식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 모두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며 "(미북)두 정상이 신뢰를 구축하고 직접 만나 공통 분모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축소 조치 등을 통해 북한과 대화 재개 의향을 표명하고 있는데 대해선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의도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북핵 해법에 대해 "달리는 차의 방향을 바꾸려면 먼저 차를 세워야 한다"며 "‘중단·감축·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접근법은 북핵 문제를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 된 상황에서 완벽한 비핵화가 한 번에 달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현실적인 해법이 아니다"며 "그 사이 북한의 핵 능력이 계속 고도화돼 위협이 증대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공개된 뉴욕타임스(NYT)와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북핵에 대해 ‘폐기’가 아닌 ‘동결’을 요구해야 한다"는 기존의 단계적 접근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미국 역시 이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상황에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것은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어차피 그다지 효과적이지도 않은 제재와 추가적인 핵무기 및 ICBM 기술 개발 중단을 교환하는 거래는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2020년대 들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번번이 퇴짜를 맞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뤄진 대북 제재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의 독자 제재도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북한은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조차 효과적이지 않다고 풀어준다면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 걸림돌을 완전히 치워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핵 동결과 해제, 미국을 겨냥한 북한 ICBM 개발 중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해법과 궤를 같이 한다. 핵보유를 인정받고 한미 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로 연결되는 북한의 핵군축 협상 주장에 힘이 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동결과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것은 북한 특유의 사기적 전략에 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북한과 맺은 숱한 합의는 매번 북한에 의해 무용지물이 됐다. 북한은 벼랑 끝 도발 후 협상을 통해 핵 동결 수준에서 경제 지원을 받고 뒤에서 몰래 핵 고도화를 꾸준히 해 왔다. 그 결과 지금 핵무기 수십기를 갖고 한국과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