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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투명 옷 입고 90분 행진한 '벌거벗은 임금님' 이재명
알타이21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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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옷 입고 90분 행진한 '벌거벗은 임금님' 이재명
오창균 선임기자
뉴데일리 2026-09-18
반전도 감흥도 없었던 90분 기자회견
부동산 정책 전환 없이 남탓·자화자찬
지지율 폭락에 집토끼 이탈 방어 올인
황망한 답변에 벌거벗은 임금님 떠올라
김승원 임명 시 공소기각 플랜C 후폭풍
▲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데르센의 동화 'Kejserens nye Klæder(황제의 새로운 옷)'에는 "어리석은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특별한 옷을
만들어드리겠다"며 찾아온 재단사,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보이지 않는 옷을 멋진 옷이라고 하는 신하가 등장한다.
동화는 한 아이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솔직하게 말하면서 황망하게 마무리된다.
그 뒤 임금이 어떻게 됐는지, 이야기는 결말을 열어놨다.
하지만 권위에 가려져 있던 속살이 드러난 임금이 제대로 자리를 지킬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뚝뚝 떨어지는 지지율의 진짜 원인을 몰랐던 건지, 모른 척했던 건지, 아니면 진실을 말해 주는 사람이 없었던 건지.
'벌거벗은 임금님' 신세가 돼 버린 이재명 대통령의 18일 기자회견은 반전 없는 일방통행이었다.
90분간 이어진 기자회견을 지켜보며 문득 투명한 옷을 입고 행진하는 임금님이 떠올랐다.
현실을 뒤로하고 달콤한 정보만 곱씹은 결과가 아닌지, 뒷맛이 씁쓸하기만 하다.
겉으로는 저자세(低姿勢)를 취했다.
이 대통령은 "작은 성과에 큰 성원을 받아 겸손함이 줄었다"고 했다.
또한 "저항을 이겨내는 것이 저의 역량이자 책임"이라 했다. 지방선거 이후 벌어진 국민의 실망에 대해선 "당황스러웠지만 숙고 끝에 국민이 옳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문장 하나하나는 정교하게 지어진 겸양(謙讓)의 옷감이었다.
그러나 정작 논란의 뿌리, 즉 누구를 위해 국정을 운영해왔는지를 되짚는 대목에서 벌거벗은 몸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최근의 비판을 '혐오(嫌惡)의 언어'라고 규정하며 "우리 모두 친문·친노·친김대중이며
이재명의 동지들"이라고 했다.
국민 전체를 향한 통합의 언어가 아니라, 특정 정파를 호명하며 결속을 다지는 주문(呪文)이었다.
대통령 곁을 지키는 이들이 지어 바쳤겠지만, 그것을 입으로 직접 소리 내어 읽은 것은 대통령 자신이다.
비판을 혐오로, 이탈을 배신으로 치환해 들려주는 참모진의 언어와, 굳이 마다하지 않는 대통령의 판단이 아쉽기만 하다.
대통령이 아니라 반통령(半統領)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지난해 11월 18일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격노하고 있다.
옆에 있는 우상호 정무수석이 만류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부동산 문제를 둘러싼 문답에선 투명한 옷감이 그대로 등장했다.
대통령이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수도권 집중이었다.
"단기적으로 보면 2022년 윤석열 정권 들어선 후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해이기도 한데,
그 해부터 허가와 착공 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이게 단기적인 원인이다." 최근 이어진 부동산 정책 실책(失策)을 가리고 화살을 야당에 돌리는 문법이었다.
다음은 유체이탈 화법이었다.
레버리지 ETF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그게 어떤 과정으로 결정됐는지 세부적인 절차 내용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누군가는 결정을 했을 것이다. 레버리지 ETF 도입에 대해서는 저도 당시에 보고받은 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뉴데일리 취재 결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결정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4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당시 회의는 국무총리였던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재했다.
개정안은 4월 28일 공포·시행됐다. 보도자료에는 '대통령 업무보고 과제'로 표기됐다.
대통령령으로 시행한 정책의 책임을 마치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4조 원에 달하는 국민들의 손실이 있었는데, '누군가는 결정했겠죠'라고 무책임하게
발뺌하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면서 "이런 무책임한 대통령에 맞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장 예민한 사안을 두고 이 대통령이 보인 반응은 정치권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고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겠다도, 안 하겠다도 아닌 미정이었다.
조작기소 특검 도입을 통한 본인 사건의 공소취소 논란에 대해서는 "특검의 권한 사항 중에 기존 기소 사건들의 이송
또는 처분에 관한 조항들은 삭제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불필요하게 공소취소 논란이 발생하지 않게
조치해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표면적으로는 헐벗은 몸을 스스로 가리겠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저로서는 알고 있는 진상이 있다"며 검찰의 조작기소를 확신하는 모습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무리하게 수사, 기소를 해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 나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나아가 "조작기소 의혹 사건들에 대해서는 국회가 신속하게 특검을 통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국민들께 진상을
밝혀 보여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해당 발언은 '조작기소 특검이 공소취소를 위한 수순'이라는 의심에 다시 불을 당기게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특검법에 공소취소 권한 조항 삭제를 요청하면서도 '임기 뒤에 재판을 받겠다고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요청이 있다'는 질문에 명확히 답변을 하지 않았다.
법조계와 정치권은 김승원 후보자와
공소취소를 따로 떼어 읽지 않는다. 당장 공소취소 미련을 여전히 버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공소취소를 제쳐두고 제2의 시나리오를 가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단적인 예가 대북송금 사건이다.
박상용 검사는 최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의 위태로운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현재 감옥에 수감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입을 '핵폭탄'에 비유했다.
이 전 부지사를 석방하지 않으면, 그가 모든 진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는 벼랑 끝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숱한 논란에도 김승원 후보자를 밀어붙이는 진짜 이유가 '이화영의 돌변'이라는 뇌관(雷管)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무리수 대신 법원의 '공소기각'을 유도해 사면의 명분을 쥐여주려는,
치밀한 시나리오가 가동되고 있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가 법정에서 "대북 송금은 당시 이재명 지사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진술하는 순간 파장은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오랜 관측이다.
▲ 2024년 12월 9일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과 김용민 의원이 국회 의안과에 내란특검법을 제출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우회로는 복선(伏線)처럼 이미 법률 안에 마련돼 있었다.
민주당은 지난 7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327조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기존 6개이던 공소기각 사유에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해 공소가 제기된 때'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된 때'
두 항목을 새로 끼워 넣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조차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반대했지만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지난 2월 같은 사건의 공범 격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1심에서 이미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공소제기 사건에 대해 다시 공소가 제기된 것"이라며 형사소송법 327조를 근거로 들었다.
공교로운 것은, 327조 개정 국면 한복판에 김승원 후보자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법사위 여당 간사였던 그는 개정안 처리 직후 취재진 앞에서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법원이 공소기각 사유 확대에 동의했다"며
"반대하면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쐐기를 박았다.
"공소취소는 검사의 소송행위이고 공소기각은 법원의 재판이라 주체와 요건, 효과가 모두 다르다"는 논리였다.
이 흐름 전체를 두고 야권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감옥에 안 가기 위해 플랜A 공소취소, 플랜B 연임 개헌,
플랜C 공소기각을 준비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법원의 손을 빌리는 길, 즉 공소기각이라는 우회로는 이미 마련돼 있고, 실제 작동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헐벗은 몸을 가릴 새 옷 한 벌을, 남들 눈에 띄지 않게 미리 지어둔 셈이다.
이 대통령이 김승원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하는 동시에 터져나올 시나리오다.
부동산 폭등 문제, 레버리지 ETF 사태, 김승원 후보자 논란 등 국민들이 질타하는 어느 이슈 하나 말끔히 해소된 것이 없다.
동화 속에서 임금의 벌거벗은 몸을 말한 것은 순진한 아이였다.
투명한 옷을 지켜본 신하도, 그 옷을 걸치고 거리를 활보한 임금도 끝내 스스로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
90분짜리 기자회견에서 결국 참모들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투명한 옷을 건네는 쪽을 택했다.
바둑에는 제 살을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청와대 영빈관에 남은 것은 그 반대, 뼈를 내주지 않은 채 살만 깎아 던져준 골참육단(骨斬肉斷)이었다.
오창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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