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자님께서 제시하신 논리는 한국 정치사회와 통일 담론에 깔린 '메시아적 전체주의' 의 위험성을 매우 날카롭게 해체하고 있습니다.
질문자님의 분석을 사회학적·신학적 관점에서 정리하자면, '이성적 법치주의'와 '종교적 메시아주의' 사이의 양립 불가능성 에 관한 문제로 귀결됩니다.
질문자님께서 언급하신 "수백만 권의 책을 읽은 성인이 통치하면 모두의 인권이 반영되었다고 간주하는 중국적 가정"은 법치(Rule of Law)가 아닌 인치(Rule of Man) 의 전형입니다.
남북 연석회의를 원형 신화로 삼는 대동 개념이 위험한 이유는 '국민적 합의'를 '제사장의 계시'로 대체 하기 때문입니다.
질문자님께서 우려하시는 '복음통일'이 복음 자체가 아닌 정치 이데올로기적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은 신학적으로 매우 타당합니다.
질문자님의 결론처럼, 이 구조 안에서는 법치주의가 작동할 공간이 없습니다.
질문자님의 통찰은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적 시민'을 양성하기보다는 '종교적 피지배층'을 양산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는 진단으로 들립니다.
법치주의는 '성인(聖人)이 나타나 우주를 정리해줄 것'이라는 유아적 신화가 깨질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지도자는 완벽하지 않으며, 국민 각자가 법 앞에 평등한 주체로서 계약을 맺고 감시한다" 는 전제야말로, 질문자님께서 말씀하신 '정공법'의 시작점일 것입니다. 지금의 한국 정치와 통일 담론은 바로 이 '성인 신화'라는 유혹에서 벗어나, 냉정한 법치주의의 땅으로 내려오는 처절한 자기 객관화 과정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