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윤혜경 기자]=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이 임박했다는 기대감 속에 반등하던 비트코인 시장이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외곽 지역을 공습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과 이란의 긴장 완화 가능성을 위험자산에 대한 호재로 받아들여 왔다. 특히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될 경우 국제유가 안정,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 글로벌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됐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비트코인 역시 낙폭을 줄이며 회복세를 시도해 왔다.
그러나 이번 이스라엘의 공습은 시장이 기대했던 평화 시나리오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 이란 "협상 계속 논의조차 불가능"
이란의 종전 협상을 총괄하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사실상 묵인하면서 이란에는 양보를 요구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갈리바프 의장은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 서명을 앞둔 민감한 시점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미국이 약속을 이행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앞으로의 여정을 계속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종전 협상 중단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가상화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5일 새벽 1% 가량 하락했고, 이더리움 등 알트코인들도 2~5% 가량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협상 타결을 전제로 형성됐던 위험선호 심리가 다시 약화될 가능성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 비트코인이 반등했던 이유
최근 비트코인 시장의 회복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가장 큰 것은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진전 소식이다. 전쟁 리스크가 줄어들 경우 국제 원유 공급 차질 우려도 완화된다. 이는 에너지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금융시장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환경을 위험자산에 우호적인 조건으로 평가한다. 비트코인 역시 최근 몇 주간의 급락 이후 반등 기반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투자자들은 중동 정세 안정이 비트코인의 추가 상승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기대했는데, 주말 사이 뜻하지 않게 이스라엘이 베이루트를 전격 공습하면서 이란 측에서 종전 협상을 중단할 수 있다는 극단적 반응까지 나온 것이다.
■ 시장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문제는 협상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다. 이란은 그동안 종전 협상 과정에서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세력인 헤즈볼라와 관련된 안전보장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반면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공격을 감행할 경우 독자적으로 군사행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공습은 협상 과정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추가했다.
만약 이란이 실제로 협상 중단을 선언하거나 종전 MOU 체결이 연기된다면 시장은 다시 지정학적 위험을 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원유시장은 즉각 반응할 수 있다.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자극하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고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 비트코인도 안전지대 아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부르며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도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시장 흐름은 조금 다르다. 최근 몇 년간 비트코인은 기술주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전쟁이나 금융위기 같은 충격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들은 우선 현금과 달러, 국채 같은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와 중동 긴장 고조 국면에서도 비트코인은 단기적으로 큰 변동성을 나타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종전 협상 진전이 위험선호 심리를 자극해 비트코인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면, 협상 차질 가능성은 반대로 상승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