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동양의 하와이’로 불리는 하이난성을 항공모함 전력의 핵심 거점으로 키우고 있다. 칭다오·다롄 중심의 북부 항모 운용 한계를 남부의 하이난 싼야 기지로 보완해 운신의 폭을 넓히고, 대만 유사시 미·일 증원 전력을 남쪽에서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2012년 첫 항모 랴오닝함을 취역시킨 데 이어 2019년 산둥함, 지난해 푸젠함까지 잇달아 취역시키며 ‘3항모 체제’에 들어갔고, 산둥·푸젠함은 하이난에 주로 배치되고 있다.
◇하이난, 남부 해상 출구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군사 전문지 디펜스리뷰는 최근 “중국 해군의 하이난 항모 기지는 함대의 생존 가능성에 필수적이며, 전시에 미국이 제1도련선(島鏈線·island chain)을 따라 시행할 수 있는 해상 봉쇄에 대응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련선은 냉전 시기 미국 전략가들이 소련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해상 방어선 개념이다. 이후 1980년대 중국 해군 사령관을 지낸 류화칭이 이를 중국 해군의 원해(遠海) 진출 단계와 연결해 활용하면서 중국 해군 전략의 핵심 용어가 됐다. 제1 도련선은 필리핀·대만·오키나와를 잇는 선이고, 제2 도련선은 일본 남쪽 오가사와라 제도와 마리아나 제도, 괌, 팔라우 일대를 잇는 선으로 통용된다.
중국 항모 전력이 기존 북부 해역 중심 운용 체제에서 안고 있던 최대 약점은 사실상 반(半)폐쇄 해역에 갇힌다는 점이었다. 중국 항모 전력은 그동안 서해와 발해만 일대에서 훈련과 정비를 주로 해왔다. 랴오닝함의 모항은 중국 해군 북해함대 사령부가 위치한 칭다오이고, 다롄에는 해군 조선·정비 시설이 밀집해 있다. 그러나 이들 해역은 한반도와 일본, 중국 연안에 둘러싸인 데다 전시에는 미·일 미사일과 폭격기 전력의 압박권 안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항모는 계속 움직이며 위치를 숨기고 작전 반경을 넓혀야 하지만 북부 해역에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가다.
반면 하이난 싼야는 이런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남부 해상 출구다. 하이난에 거점을 둔 항모 전단은 미·일의 감시망을 피해 남중국해를 지나 대만과 필리핀 북부 사이의 바시 해협을 거쳐 서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다. 싼야의 위린 기지는 수상 함대와 잠수함을 동시에 지원하는 중국 남부의 핵심 해군 시설이다. 특히 지난해 취역한 푸젠함은 ‘전자기식 캐터펄트(탑재기를 밀어 올리는 기술)’ 이륙 장치를 갖춘 중국의 첫 항모로, 랴오닝함·산둥함보다 무거운 함재기를 운용할 수 있어 기지의 지원 능력을 최대치로 활용해 작전 범위를 넓힐 수도 있다.
◇레이더·미사일·인공섬까지 연계
중국은 남중국해 인공섬에 구축한 레이더·활주로·미사일 체계와의 연계 효과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항모 전단이 서태평양으로 이동할 경우 남중국해 인공섬에 구축된 방공·정찰·화력 지원망이 미군 정밀 타격을 견제하면서 항모 이동 경로를 보호하는 ‘후방 지원 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하이난을 핵심 항모 거점으로 육성하는 배경에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과 구축함, 잠수함, 방공망을 결합해 미군이 제1도련선 안에서 자유롭게 작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자국 항모전단은 제2도련선까지 진출시키려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 봉쇄 시나리오 핵심 축
디펜스리뷰는 하이난을 기반으로 한 항모 운용이 대만해협 충돌 시 대만 주변 해상 봉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이난에서 출발한 항모전단이 대만 남부와 서남부 해역에서 제공권·제해권 확보를 지원하고, 바시해협을 통해 대만으로 접근하려는 미·일 증원 전력을 차단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동중국해와 대만해협 일대에서 움직이는 중국군 전력과 연계하면 대만을 둘러싸는 입체적 포위망을 만들 수도 있다.
물론 중국 항모가 함재기 운용 경험과 원해 보급 능력에서 미군 항모전단과 정면으로 맞서는 실력을 단기간에 갖추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만 주변 해상 교통로와 증원 루트를 압박하면 미국의 접근 비용을 높여 개입을 늦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항모가 제1도련선 안에 갇힌 ‘과시용 전력’을 넘어 직접적인 역내 압박 수단으로 재배치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