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암 학회로 꼽히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 학술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중국에서만 진행된 임상시험 결과가 핵심 발표 중 하나로 선정됐다.
30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리는 2026 ASCO 학술대회에서 중국 아케소의 폐암 치료제 ‘이보네시맙’이 5대 주요 연구 발표에 이름을 올렸다.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임상 종양학회인 ASCO에서 중국에 한정된 임상시험 결과가 핵심 발표로 꼽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보네시맙은 정맥주사 방식으로 투여되며 면역체계 활성화와 종양 혈류 차단 두 가지 기전을 결합한 ‘이중항체(Bispecific Antibody)’ 신약이다. 글로벌 제약사 머크가 개발한 키트루다의 뒤를 이을 차세대 면역항암제 후보로 꼽힌다. 이번 임상에서는 500명 이상의 진행성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이보네시맙 투여군과 또 다른 면역항암제 테빔브라 투여군의 생존율을 비교했다.
전문가들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던 중국이 동시대 항암제 시장을 이끌 만큼 급속도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생명공학 벤처 투자자인 크리스토프 웨스트팔 박사는 “중국의 관련 연구가 성숙기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줬다”고 NYT에 전했다. 이보네시맙의 미국·유럽 등 글로벌 판권은 미국 서밋 테라퓨틱스가 확보해 글로벌 임상 결과를 FDA에 전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11월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에 따르면 중국 바이오 기업들은 올 1분기 다국적 제약사들과 역대 최고치인 600억 달러(약 90조 원) 규모의 해외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3% 급증한 수치다. 중국 정부도 바이오 산업 육성 의지를 천명했다. 올해 정부 업무 보고서에서는 제약 부문이 처음으로 ‘신흥 기둥 산업’으로 규정됐다. 촉망받는 사업에 그치지 않고 국가가 나서 전략적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셈이다.
이에 미국 정부와 제약 업계는 강한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올 4월 의회 청문회에서 “중국이 우리 점심을 먹어 치우고 있다”는 비유를 들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 정부기관과 적대 소재 외국 생명공학 서비스 제공 업체와의 계약을 금지하는 ‘바이오보안법’에 서명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중국 정부의 바이오 산업 지원이 미국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력을 조사하고 있다.
인종 차이로 인한 임상시험 데이터의 실효성도 쟁점이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아시아계 폐암 환자는 다른 인종보다 면역항암제 반응이 좋고 생존율도 높은 경향이 있으며 중국은 흡연율이 높고 사용 중인 항암제 종류도 미국과 다르다. 지난해까지 FDA에서 근무했던 피터 마크스 박사는 “(중국 정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것은) 새로운 ‘호르무즈해협’을 만들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민주 기자 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