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가 들어온 건 한여름이었다.
복도부터 더웠다.구치소 특유의 눅눅한 냄새에사람 땀냄새가 섞여 있었다.
신입들 줄 세워놓고 신체검사하는데김씨는 처음부터 표정이 별로 안 좋았다.
팬티까지 벗으라 하니까계속 헛기침하면서 눈치를 봤다.“하… 참…”
옆에 있던 사기 전과 아저씨 하나가 피식 웃었다.“다 그렇게 들어와요.”
근데 응꼬검사할 때 진짜 표정이 볼만했다.교도관은 하루에도 수십 명씩 보는 얼굴이라귀찮다는 듯 말했다.
“돌아서세요.”김씨는 천천히 돌아섰다.
표정은 꼭 국가권력의 탄압을 온몸으로 견디는 사람 같았다.
방 들어간 첫날부터 약간 붕 떠 있었다.원래 8명 정원인데 11명이 들어가 있는 방이었다.다들 비스듬하게 누워 자야 했다.여름이라 더 지옥 같았다.
선풍기 하나가 천장에 달려 있었는데50분 돌고 10분 꺼졌다.
그 10분이 진짜 미쳤다.공기가 아예 멈춰버린다.
사람 몸 열기랑 땀냄새가 그대로 방 안에 갇혔다.
근데 그 와중에 젊은 애들 둘은 꼭 밤마다 운동했다.한 놈은 팔에 문신 있는 꼬마건달이었다.걔가 스쿼트 시작하면방 안 온도가 진짜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철푸덕. 철푸덕.땀이 바닥에 떨어졌다.
김씨는 벽에 기대 앉아서연신 손부채질만 했다.
참다참다 한번 조심스럽게 말했다.
“운동은 운동시간에 하시는 게…”
꼬마건달이 고개만 들었다.“왜요.”짧게.
방 안 공기가 바로 조용해졌다.
김씨는 순간 눈 깜빡였다.“…아니 뭐… 덥기도 하고…”
꼬마건달은 한참 쳐다보다 다시 운동했다.철푸덕.철푸덕.김씨는 괜히 멋쩍게 웃었다.“젊으시네…”
그날 이후로 운동 관련 얘긴 안 했다.근데 김씨는 꼭 이상한 데서 원칙을 찾았다.
방장이 컵라면 먹고 바로 안 치우면괜히 한마디했다.“공동생활인데 정리는 바로 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누가 줄 새치기하면혼자 중얼거렸다.
“원칙이라는 게 있는데…”말투가 꼭 시사프로 토론 같았다.
처음엔 다들 그냥 웃었다.근데 점점 피곤해졌다.
왜냐면 김씨는 본인이다른 재소자들이랑은 결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사기꾼이든 횡령범이든다들 자기 사연 하나씩 있었는데,
김씨만 유독“나는 사회적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다”이런 분위기를 풍겼다.
대놓고 말은 안 했다.근데 행동에서 티가 났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별명이 붙었다.“코걸이.”처음엔 김씨도 이유를 몰랐다.
알고 보니 방 사람들이 뒤에서 그렇게 부르는 거였다.왜냐면 김씨는 뭐 하나 마음에 안 들면
계속 적어놨기 때문이다.
교도관 말투 거슬린 거.청소 배치 이상한 거.선풍기 시간 안 맞는 거.배식 순서 꼬인 거.
그걸 작은 수첩 같은 데 계속 메모했다.
그리고 틈만 나면 상담 신청했다.“교도관님, 이 부분은 교정관리법상…”“인권적인 부분에서…”
처음엔 다들 그냥 유난인가 싶었다.근데 어느 날 진짜 사건이 터졌다.방장이 신입 하나 청소 뺑기 돌리다가욕을 좀 심하게 했다.다른 사람들은 그냥 넘겼다.
원래 교도소가 그런 분위기니까.
근데 김씨는 조용히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저녁 점호 끝나고갑자기 교도관 상담 신청을 했다.
다음날 방 분위기 이상해졌다.방장이 김씨 쳐다보며 말했다.
“형.”“…예.”“나 찌른 거 형이죠?”
김씨는 바로 부정 안 했다.잠깐 뜸 들이더니 말했다.
“저는 원칙대로 한 겁니다.”
그 순간 방 안 공기 싸해졌다.구석에서 누가 작게 중얼거렸다.
“와… 진짜 코걸이였네.”그날 이후 별명 굳었다.김씨는 억울했다.진심이었다.
본인은 정의롭게 행동했다고 생각했다.근데 방 분위기는 점점 이상해졌다.사람들이 김씨 앞에서 말 줄였고농담도 잘 안 했다.
누가 욕하다가도 김씨 보면 괜히 멈췄다.
“아… 코걸이 있지.”이 말까지 나왔다.김씨는 그걸 느끼면서도끝까지 인정 안 했다.오히려 더 원칙적으로 굴었다.
어느 날 밤이었다.
다들 비스듬하게 새우잠 자고 있는데선풍기 꺼지는 10분 타이밍이 왔다.방 안이 찜통처럼 변했다.꼬마건달은 웃통 벗고 부채질하고 있었고,누군 짜증나서 욕하고 있었다.
근데 김씨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벽에 붙은 안내문을 한참 쳐다봤다.
그리고 혼자 중얼거렸다.“…이건 명백히 규정 위반 소지가 있는데.”
방장이 한숨 쉬었다.“형 제발 좀 자요…”
근데 김씨는 이미 머릿속에서인권위 진정서 문장 정리 중인 얼굴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사기 전과 아저씨가옆 사람 귀에 작게 말했다.
“저 양반은 여기 와서도 아직 방송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