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임팩트=최준영 대기자] 파키스탄이 이란 전쟁 국면에서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단순한 ‘평화 외교’ 차원을 넘어선 계산된 전략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긴장 완화와 지역 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안보·경제·외교적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특히 중동 정세가 글로벌 에너지와 금융시장에 직결되는 상황에서, 파키스탄의 행보는 자국 생존 전략과 직결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 국경을 맞댄 ‘이란 리스크’ 차단
파키스탄이 중재에 가장 적극적인 이유는 바로 이란과 국경을 공유하고 있다는 지정학적 현실 때문이다. 양국은 발루치스탄 지역을 사이에 두고 있으며, 이 지역은 오랜 기간 분리주의 무장세력과 테러 조직이 활동해온 불안정 지대다.
만약 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난민 유입과 무장세력 확산, 국경 충돌 가능성이 동시에 커진다. 이는 파키스탄 내부 치안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이미 경제 위기와 정치 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전쟁의 파급 효과’까지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즉, 파키스탄의 중재는 이상주의적 선택이라기보다 “전쟁이 자국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적 전략”에 가깝다.
■ 사우디-이란 사이 줄타기 외교
파키스탄은 전통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경제 지원과 노동시장, 군사 협력 등에서 사우디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동시에 이란과도 국경을 공유하며 에너지 협력 가능성을 유지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파키스탄은 중동의 대표적인 ‘균형 외교 국가’로 분류된다. 한쪽에 명확히 서는 순간 다른 한쪽과의 관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 전쟁 국면에서 중재자로 나서는 것은, 양측 모두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외교적 존재감을 키우려는 전략이다. 즉, “편을 들지 않되 영향력은 확대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 에너지 확보라는 현실적 계산
파키스탄은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 국가다. 전력난과 연료 부족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핵심 요인이다. 이란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에너지 공급원 중 하나이며, 가스 파이프라인 사업 역시 오랫동안 논의돼 왔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와 국제 정치적 압박으로 인해 이 협력은 제한적으로만 진행됐다. 만약 전쟁이 격화되면 이란과의 에너지 협력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다.
따라서 파키스탄 입장에서는 전쟁을 막고 이란을 ‘경제 파트너’로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중재 외교는 곧 에너지 안보 전략과 직결된다.
■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강화는 보너스
파키스탄은 오랜 기간 국제 정치에서 ‘주변부 국가’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재 외교를 통해 존재감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이란 전쟁과 같은 고위험 분쟁에서 중재 역할을 수행할 경우, 파키스탄은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위상 상승, 미국 및 서방과의 관계 개선 여지 확보,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은 일대일로의 핵심 국가로,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한 변수다. 중동 안정은 중국의 에너지 수송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파키스탄의 중재는 중국의 이해와도 맞닿아 있다.
■ 군사·안보 리스크 관리
전쟁이 확전될 경우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해상 교통로다. 중동의 주요 해상 통로가 봉쇄되면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이는 파키스탄 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을 준다.
또한 파키스탄은 핵보유국으로서 지역 안보 균형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주변국으로 확산될 경우, 핵 억지력과 관련된 긴장도 함께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파키스탄은 중재를 통해 군사적 긴장이 확대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 결론 ‘평화 중재자’가 아닌 ‘생존 전략가’
파키스탄의 중재 외교는 도덕적 선택이라기보다 철저히 현실적인 계산의 산물이다. 국경 안정 확보, 에너지 공급 유지, 외교적 균형 유지, 국제적 위상 강화 등 이 모든 목표가 하나로 모이는 지점이 바로 ‘중재’다.
이런 여러 요인들을 종합해 보면, 파키스탄은 이번 이란 전쟁 국면에서 “평화를 원하는 국가”라기보다, “전쟁이 자국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판을 관리하려는 전략적 행위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냉정하지만, 매우 현실적임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