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7월 1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세계 각지 종교탄압 피해자 초청 행사에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이 탈북민 주일룡 씨(가운데)의 얘기를 듣고 있는 모습. /연합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탈북민 사회에서는 북한 독재 체제의 미래를 떠올리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오랜 기간 핵 개발과 군사 도발, 인권 탄압을 지속해 온 독재 정권이 결국 국제사회 압박 속에서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탈북민들은 “다음 차례는 평양일 수도 있다”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앞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이 시작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장대한 분노(Epic Fury)’로 불린 이번 협공 작전으로 이란 정권 핵심부가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미국의 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이 소식을 접한 탈북민들은 자연스럽게 북한의 김정은 체제를 떠올렸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 탈북민 리정호 씨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이 국제사회와 충돌하는 구조 자체가
이란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리 씨는 “북한은 수만 킬로미터를 날 수 있는 ICBM을 배치했고 사이버 금융 범죄를 벌이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용병까지 파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철도성에서 근무하다 탈북해 약 20년 전 한국에 정착한 윤수일(가명) 씨 역시 이번 사건을 들으며 평양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윤 씨는 VOA 인터뷰에서 “속이 시원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북한 지도부, 김정은을 포함해 미국이 한다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며 “아침에 친구를 만났는데 북한은 언제 때리나 하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했다.
미국 민간단체 글로벌 평화재단(Global Peace Foundation)의 이현승 북한 수석연구원도 이란과 베네수엘라 사례가
북한 독재 체제와 연결되어 생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사태와 이번 이란 사태를 보면서
혹시 다음 차례가 북한 김정은 독재자가 아닐까 하는 희망을 품게 된다”고 했다.
2016년 미국에 난민으로 입국한 탈북민 박철(가명)씨는 이란과 북한의 공통점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을 군사적으로 압박한 이유로 핵·미사일 개발과 국민 탄압, 정권 교체 문제 등이 거론된 점이
북한 상황과도 상당히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박 씨는 VOA 인터뷰에서 “작전 개시 이후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최고 지도자가 사망했다는 점이 놀라웠다”며
“미국의 결단과 주변국 협력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리정호 씨는 북한이 이란과 달리 종교 중심의 신정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김정은 제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지도부 내부에서 강력한 보복 움직임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내부 권력층이 오랜 숙청을 겪어왔기 때문에 미국과 정면 충돌을 감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탈북민들은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체제 유지가 아니라 “자유로운 세상”이라고 강조했다.
리정호 씨는 “김정일과 김정은 시대를 거쳐 80년 가까이 독재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도 언젠가 저런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 씨 역시 이란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환호하고 독재 상징물을 철거하는 모습을 언급하며 독재 정권의 마지막은
결국 정보 통제 체제의 붕괴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독재 정권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린다”며
“이란에서 지도자가 체포되고 사람들이 거리에서 환호한 장면은 정보 통제 체제의 마지막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윤수일 씨는 북한 내부에서도 이번 사건이 상당한 심리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 것은 북한을 절반은 때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도 나온다”며
“미국이 실제로 행동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달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현승 연구원 역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변화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변화를 원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나라가 개방되고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이란 사태를 지켜본 탈북민 사회에서는 공통적으로 “독재는 영원하지 않다”는 인식이 다시 확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평양에서도 언젠가 자유와 변화의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조심스럽게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