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뭄 2025 12 24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6일째인 3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서소방당국 관계자들이 꼬리날개 부분을 크레인으로 인양하고 있다. 2025.1.3 무안|권도현 기자
투입 인력 4명 중 1명이 ‘고위험군’우울·불안·알코올 중독 등 경험
전남경찰청 소속 A경감은 지난해 12월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현장을 떠올리며“지금까지 마주한 사건 현장 중에 가장 처참했다”고 말했다.19년 경력의 베테랑 과학수사관인 그는 참사 현장에 투입돼 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을 맡았다.대부분의 시신은 지문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활주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한 제주항공 여객기는 활주로 끝에 있던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에 부딪혀 폭발했다.승무원 4명을 포함한 탑승자 총 179명의 시신은 1013조각으로 흩어졌다. 희생자 전원의 신원 확인은 어려울 것이란 예상과 달리과학수사관이 대거 투입돼 유가족이 시신의 신원을 모두 확인하는 데까지 단 68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대형 참사에서 전례 없는 속도였지만 수사관들에게는 깊은 후유증을 남겼다.경향신문이 24일 입수한 경찰청의 ‘대형 재난 사고에 투입된 과학수사관의 심리적 응급처치 프로토콜’ 보고서를 보면제주항공 참사에 투입된 수사관들은 다른 현장 수사관에 비해 심각한 수준의 정신건강 문제를 보였다.이 보고서는 충북대 산학협력단이 경찰청 의뢰를 받아 지난 9~10월 전국의 과학수사관 7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담았다.
조사 대상 중 224명이 제주항공 참사에 파견됐는데 17.6%(39명)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것으로 분류됐다.제주항공 참사에 투입되지 않은 과학수사관들의 PTSD 비율(12.5%)에 비해 높았다.2001년 9·11 테러 현장에서 구조 등에 참여한 1만132명의 사고 발생 10개월 후 PTSD 유병률(13.5%)보다도 높았다.
제주항공 참사 관련 업무를 수행한 수사관은 PTSD를 비롯해 우울, 불안, 자살 위험, 알코올 중독 등 임상적 수준 이상의정신건강 문제를 1개 이상 경험하는 고위험군도 24.0%로 집계됐다.다른 참사 현장에서 일했던 수사관들의 고위험 비율(20.7%)보다 높았다.연구진은 “과학수사관은 직무 특성상 강도 높은 외상 자극에 반복 노출되지만 제주항공 참사에 투입된 수사관들이 높은 비율로PTSD를 경험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선별검사와 맞춤형 지원, 전문 상담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