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달빛에 새겨진 우리의 시간
-김명수-
▲ 한가위 인사말 © 경기데일리
가을이 깊어지면, 하늘은 높아지고 바람은 선선해진다.
음력 팔월 보름, 둥근 달이 떠오르면 우리는 추석을 맞는다.
추석은 단순한 명절이 아니다. 민족의 기억
을 품은 시간이자, 세대를 이어온 약속이다.
그 뿌리는 신라의 '가배(嘉俳)'에서 시작된다.
수확을 기념하고 하늘에 감사드리던 풍속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송편 속에 담긴 달빛은 풍요를 상징했고,
강강술래의 원무는 공동체의 힘을 노래했다.
추석은 농경 사회가 지켜온 삶의 축제이자,
함께 살아간다는 선언이었다.
세월은 흘렀다. 왕조가 바뀌고, 일제강점기
의 어둠이 덮쳤어도 추석은 꺼지지 않았다.
달빛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늘의 달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그 빛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냈다.
오늘날 추석은 달라졌다. 풍년의 기쁨보다는 가족의 만남이 중심이 되었다.
명절 교통 체증, 명절 스트레스 같은 그림자
도 있지만, 여전히 추석은 가족을 이어주는 끈이다.
부모님을 찾아뵙고, 조상께 마음을 전하며,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미래를 확인한다.
또한 추석은 울타리를 넘어선다.
이웃을 돕고 나눔을 실천하는 날이다.
추석의 나눔의 실천은 더불어 살아가는
홍익인간정신과 맥을 함께하며
극단적 이기주의에 도취된 우리 세대에게는
죽비의 채찍이다.
추석은 해외 동포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정체성을 각인시킨다.
낯선 땅에서 바라본 달빛이 곧 고향의 달빛
이 되고, 그리움과 애국심을 함께 일깨운다.
둥근 달은 완전함을 뜻한다. 그 안에는 과거
의 기억, 현재의 유대, 미래의 희망이 함께 담겨 있다.
추석은 말없이 우리에게 일러준다.
“과거를 잊지 말고, 오늘을 함께하며, 내일을 열어가라.”
오늘 밤, 우리가 바라보는 이 둥근 달은
천 년 전 선조들이 바라본 바로 그 달이다.
변한 것은 세상일 뿐,
달빛은 여전히 우리를 감싸며 하나로 묶고 있다.
추석, 그것은 달빛에 새겨진 우리의 시간이다.
▲ 한국문화안보연구원. 김명수(육사31)박사 ©박익희 기자
2025년 10월 4일
한국문화안보연구원. 김명수(육사31)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