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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겨울의 벽 앞에서〉
눈은 끊임없이 내리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마치 흰 장막 속에서 내 존재가 서서히 지워지고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혔다. 사람들은 봄을 기다린다고 했지만, 나는 그 봄이 올 것이라는 확신조차 가지지 못했다. 오히려 그 기다림이야말로 끝없는 형벌 같았다.
나는 늘 계절의 가장 낮은 곳에 있었다. 바람은 차갑게 내 폐를 흔들었고, 희망은 얼어붙은 땅 속에 묻힌 채 깨어날 기미가 없었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 기묘한 환영처럼, 아주 작은 꽃이 고개를 들었다. 그것은 야생화였다. 아무도 돌보지 않았고,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타났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인간의 삶이란 어쩌면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끝없는 추위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살아남아야 하는 의무, 존재의 이유를 알 수 없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집요함. 그것이야말로 야생화의 비밀이고, 동시에 내 존재의 알리바이였다.
그러나 나는 기뻐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작은 꽃은 곧 다시 눈 속에 파묻힐 것이기 때문이다. 그 모습은 나의 운명을 비추는 거울 같았다. 살아남는 것이 곧 패배이고, 피어나는 것이 곧 사라짐의 예고라는 모순. 그 모순을 감당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나는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오늘도 문 앞에 서 있다. 겨울은 끝나지 않았다. 야생화는 다시 피어나겠지만, 그것이 나를 위로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그 존재는 내 고독을 더욱 깊게 새기는 증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