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했다. /연합
중국이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한 가운데,
이 자리에 북한·중국·러시아 지도자가 동시 입장한 것은 서방 국가에 대한 중국의 ‘도전장’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대내외적으로 중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과시한 것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반미(反美) 전선 구축을 통해
신(新)냉전 시대의 초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열병식을 통해 ‘세계가 평화와 전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며 "중국이 새로운 세계 질서의 주도권을 다시 잡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으로 미국의 외교·경제 관계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국제사회의 패권을
가질 수도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 퍼레이드는) 중국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전하는 행사이자 중국이 세계의 중심 국가로 부상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국가들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국은 통상 다른 나라들과의 단결을 보여주는 행사로 열병식을 활용해왔다"며 "이번에 북·중·러 지도자가
레드카펫을 함께 걸으며 대화하는 전례 없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서방 세계에 저항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중·러 정상이 한 자리에 선 것은 1959년 중국 국경절(건국기념일) 열병식 이후 66년 만이다.
사실상 냉전 종식 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이번 행사를 계기로 반(反)서방주의를 더 공고히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CNN은 시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란히 열병식에 입장하는 모습을 두고
"세 명의 독재자가 중국 수도의 심장에서 활기차게 대화와 몸짓을 나누며 군중을 이끄는 인상적 라인업"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서구를 압도하려는 과정에서 부상하는 힘을 과시하고 대안적인 국제적 연대와 체제를 시험하려는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중국이 미국의 세계적 패권을 좌절시킬 수 있는 블록의 역량을 과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4년 6월 러시아와 북한이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북·중 동맹을 넘어 3국이 군사적으로 더욱 긴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이 북·러 정상과 한데 모여 견고한 반미·반서방 연대를 강조하는 모습이 확인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글에서 "중국이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할 수 있도록
미국이 제공한 막대한 지원과 ‘피’에 대해 시 주석이 언급할지 여부가 중요한 부분"이라며 "중국의 승리와 영광을 향한 여정에서
수많은 미국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의 용맹과 희생이 마땅히 기려지고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이 과시하는 전쟁 승리의 배경에는 대중국 지원 등 미국의 기여가 컸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몇 시간 전만 해도 북·중·러 3국의 연대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가 막상 전승절 행사가 시작되니 이들의 연대를 심각하게 보는
미국민의 여론을 감안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중국 수도 베이징 텐안먼 일대에서 약 6년 만에 열린 열병식에는 북·중·러 정상 외에도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등
26개국 국가 원수와 정부 수뇌가 참석했다.
AP통신은 "미국과 서방 국가 원수들은 이번 열병식에 참석하길 거부했고 한국과 일본, 인도 정상들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주변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에도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