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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삼성 이건희 에세이 : 프랑크푸루트 선언
고도경제성장의역군
2024-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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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삼성 이건희 에세이 : 프랑크푸루트 선언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다. 남이 먼저 변하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변화는 없다. 나 자신부터 양보하고 나부터 변해야 한다."
87년 회장에 취임하고 나니 막막하기만 했다. 79년에 부회장이 된 이후 경영에 부분적으로 관여해왔지만, 그 때는 '선친'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었다. 이제는 내가 모든 걸 짊어져야 하는데, 세계경제는 저성장의 기미가 보이고 있었고 국내경제는 3저 호황 뒤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삼성 내부는 긴장감이 없고 '내가 제일이다.'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조직 전체에 위기의식을 불어넣는 것이 필요했다. 이듬해 제2창업을 선언하고 '변화화 개혁'을 강조했다. 매년 초에 열리는 경영자 세미나에 참석해서 위기의식을 갖자고 수없이 얘기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도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50년 동안 굳어진 체질이 너무도 단단했다. 경영자들은 변하지 않고 회사간, 부서간 이기주의는 눈에 보일 정도가 되어 소모적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었다. 이런 삼성의 현실과 세기말적 변화에 대한 위기감에 등골이 오싹해질 때가 많았다.
특히 92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나는 불면증에 시달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사업 한두 개를 잃는 것이 아니라 삼성 전체가 사그라들 것 같은 절박한 심정이었다. 그 때는 하루 네 시간 넘게 자본 적이 없다. 불고기를 3인분은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대식가인 내가 식욕이 떨어져서 하루 한 끼를 간신히 먹을 정도였다. 그 해에 체중이 10kg 이상 줄었다.
이런 고민의 일단을 나는 이듬해 신년사에서 "대나무도 매듭이 있어야 잘 자라듯, 삼성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성과 평가를 통한 새로운 결단이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2월에 로스앤젤레스, 3월에 도쿄에서 사장단 회의를 가졌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세계 일류 제품과 삼성 제품을 비교했다. 세계 시장에서 우리가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가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 자리에서 나는 삼성의 수준에 대해 변명하는 임원을 퇴장시켰다. 분위기가 몹시 긴장되긴 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었다. 자그마치 9시간 가까이 회의를 계속했다.
회의 전에 사장들과 함께 전자제품 판매장에 들렀을 때 삼성 TV가 매장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쳐박혀 있는 것을 보았다. 이것은 물건이 팔리고 안 팔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종업원, 주주, 나아가 국민과 나라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3월에 도쿄에서 사장단 회의를 다시 열었다. 사장들과 함께 일본의 경쟁력을 상징하는 도쿄 도청, 아키하바라 전자 시장을 둘러보고 12시간 동안 토론했다. 무엇이 선진 수준인가를 찾아내는 자리였다. 여기서 얻은 결론은 국민과 정부, 기업이 서로 협력해야 21세기에 선진국, 선진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 일본에서 회의를 갖고 그 나라를 둘러 보면서, 나는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기 위해 우선 회장인 나부터 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런 나의 결심을 93년 6월 7일 '나부터 변해야 한다.'고 프랑크푸르트에서 선언하고, 삼성 신경영을 출범시켰다.
[출처 : 삼성그룹 고 이건희 회장님의 책 '이건희 에세이' 5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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