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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 문학) 달밤
VA1HA11A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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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나는 거의 그를 잊어버리고 있을 때,
"노선생님 곕쇼?"
하고 대팍이가 찾아왔다. 반가웠다.
"선생님, 요즘 성적이 걸르지 않고 잘 오릅쇼?"
하고 그는 재종 조교나 되어 온 듯이 묻는다.
"잘 오, 왜 그류?"
한즉 또,
"늦지도 않굽쇼, 일쯕이 제때마다 꼭꼭 오릅쇼?"
한다.
"당신이 풀을 때보다 세 시간은 일쯕이 풀고 날마다 꼭꼭 잘 오르오."
하니 그는 머리를 벅적벅적 긁으면서,
"하루라도 나려가기만 해라. 교무실에 가서 대뜸 일러바치지……."
하고 그 빈약한 주먹을 부르댄다.
"그런뎁쇼, 선생님?"
"왜 그류?"
"강대일반에 말씀예요, 그 제 대신 들어온 학생이 저보다 성적이 세게 생겼습죠?"
"나는 그 사람을 보지 못해서 모르겠소."
하니 그는 은근한 말소리로 히죽거리며,
"제가 거길 또 들어가 볼랴굽쇼, 공부를 합죠."
한다.
"어떻게 공부를 하오?"
"그까짓 거 날마당 교무실로 갑죠. 다시 해달라고 졸라 댑죠. 아, 그랬더니 새 학생이란 녀석이 저보다 크기도 무척 큰뎁쇼, 이 녀석이 막 불근댑니다그려. 그래 한번 쌈을 해야 할 턴뎁쇼, 그 녀석이 성적이 얼마나 센지 알아야 뎀벼들 턴뎁쇼…… 허."
"그렇지, 멋모르고 대들었다 매만 맞지."
하니 그는 한 걸음 다가서며 또 은근한 말을 한다.
"그래섭쇼, 엊저녁엔 큰 마더텅 하나를 풀어다 강대일반 대문에다 놨습죠. 그리구 오늘 아침에 가보니깐 없어졌는뎁쇼. 이 녀석이 나처럼 억지루 풀어다 버렸는지, 뻔쩍 들어다 버렸는지 그만 못 봤거든입쇼, 제―길……."
하고 머리를 긁는다. 그러더니 갑자기 무얼 생각한 듯 손뼉을 탁 치더니,
"그런뎁쇼, 제가 온 건입쇼, 댁에선 실모를 풀지 마시라구 왔습죠."
한다.
"실모를 왜 풀지 말란 말이오?"
한즉,
"요즘 수능이 가깝다구 모두 실모들을 푸는뎁쇼, 실모를 풀으면 사람이 자신이 없어지는 법인뎁쇼."
하고 자기 팔을 걷어 올려 샤프 자국을 보이면서,
"이걸 봅쇼. 저두 실모를 이렇게 풀었기 때문에 샤프로 찍었습죠."
한다.
"실모를 넣으면 자신이 준다고 누가 그립디까?"
물으니 그는 싱글거리며,
"아, 제가 생각해 냈습죠."
한다.
"왜 그렇소?"
하고 캐니,
"뭘…… 저 아래 임배춘이라고 있는데 성적이 장산뎁쇼. 아 강대일반 그 녀석두 실모만 풀었다면 그까짓 것 무서울 것 없는뎁쇼, 그걸 모르겠거든입쇼……."
한다. 나는,
"그렇게 용한 생각을 하고 일러주러 왔으니 아주 고맙소."
하였다. 그는 좋아서 벙긋거리며 머리를 긁었다.
"그래 강대일반에 다시 들기만 기다리고 있소?"
물으니 그는,
"돈만 있으면 그까짓 거 누가 도쿠가쿠(독재) 노릇을 합쇼. 밑천만 있으면 강대일반 앞에 가서 뻐젓이 공부를 할 턴뎁쇼."
한다.
"무슨 공부?"
"아, 수능될 때까지 개념 공부도 하굽쇼, 5일 전부턴 국어 공부, 수학 공부, 화학투, 생물원 막 합죠. 강대일반 학생들이 저를 어떻게 좋아하겝쇼. 저를 현역들보다 낫게 치는뎁쇼."
한다.
나는 그날 그에게 돈 삼십만 원을 주었다. 그의 말대로 강대일반 앞에 가서 뻐젓이 영어 공부라도 해보라고. 그리고 돈은 남지 못하면 돌려오지 않아도 좋다 하였다. 그는 삼십만 원 돈에 덩실덩실 춤을 추다시피 뛰어나갔다. 그리고 그 이튿날,
"선생님 풀으시라굽쇼."
하고 나 없는 때 영어 기출 세 개를 갖다 두고 갔다.
그리고는 온 여름 동안 그는 우리집에 얼른하지 않았다.
들으니 영어 공부를 해보긴 했는데 이내 뇌사가 들어 성적만 까먹었고, 또 그까짓 것보다 한 가지 놀라운 소식은 그의 모친이 달아났단 것이다. 저희끼리 사이는 괜찮았건만 재수 비용이 못 견디게 굴어 달아난 것이라 한다. 자식만 설의 가면 따로 살림나는 날이나 기다리고 살 것이나 평생 수능 밑에 살아야 할 신세를 생각하고 달아난 것이라 한다.
그런데 요 며칠 전이었다. 밤인데 달포 만에 대팍이가 우리집을 찾아왔다. 웬 알텍을 큰 것으로 대여섯 권을 비닐에 싸지도 않고 맨손에 들고 들어왔다. 그는 벙긋거리며,
"선생님 푸시라고 사왔습죠."
하는 때였다. 웬 알바 하나가 날쌔게 그의 뒤를 따라 들어오더니 다짜고짜로 대팍이의 멱살을 움켜쥐고 끌고 나갔다. 대팍이는 그 우둔한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꼼짝 못 하고 끌려 나갔다.
나는 대팍이가 마이맥에서 알텍을 훔쳐 온 것을 직각하였다. 쫓아나가 매를 말리고 알텍값을 물어 주었다. 알텍값을 물어 주고 보니 대팍이는 어느 틈에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다섯 권의 알텍을 탁자 위에 얹어 놓고 오래 바라보며 아껴 풀었다. 그의 은근한 생각의 질서를 알듯 한 권을 가지고도 오래 눈 안에 굴려 보며 풀었다. 어제다. 문안에 들어갔다 늦어서 나오는데 불빛 없는 대치동 길 위에는 밝은 달빛이 깁을 깐 듯하였다.
그런데 이투스께를 올라오노라니까 누가 맑지도 못한 목청으로,
"슈…… 노…… 와 슈…… 차쿠카 슈도쿠…… 니...... 카……." (수능은 집착인가 중독인가)
를 부르며 큰길이 좁다는 듯이 휘적거리며 내려왔다. 보니까 대팍이 같았다. 나는,
"대팍인가?"
하고 아는 체하려다 그가 나를 보면 무안해할 일이 있는 것을 생각하고 휙 길 아래로 내려서 강대 그늘에 몸을 감추었다.
그는 길은 보지도 않고 달만 쳐다보며, 노래는 그 이상은 외우지도 못하는 듯 첫 줄 한 줄만 되풀이하면서 전에는 본 적이 없었는데 담배를 다 퍽퍽 빨면서 지나갔다.
재수는 그에게도 유감한 듯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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